우리의 세상을 놓고 마음이 엇갈려서 - 그래서 그랬던 거야
“마지막 즈음에 그런 일이 있었어
회사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몇 시간 눈 못 붙이고 시간을 내서 전화를 걸었는데
지금 통화를 못한다는 거야
그래서 왜 그러냐고 하니까
운동하러 가야 된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되게 서운하더라
나는 어제 늦게까지 일하다가
피곤해도 통화하려고 일어난 건데
지금 운동하러 가야 해서 전화를 못 한다고?
이해를 못 했지
아니, 이해가 안 됐지
나랑 통화하고 조금 있다가 가면 안 되냐고
꼭 지금 가야 하냐고 그러니까
한숨을 쉬더니 알겠다고 하더라
근데 그 시간에 가야 아침에 운동하고 나서 씻고
강의시간 전에 준비가 끝나는 건데
운동을 안 가고 통화를 하면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이 밀려 못하게 되어버리는 거지
그래서 그랬던 거야 그 사람은”
“아”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내 입장에서는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도
전화하려고 시간 쪼개서 일어났는데
지금 운동하러 가야 된다고 전화 못 한다고 하면 속상한 거고
그 사람 입장에서는
하루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시간이 엇갈리다 스케줄이 밀려서
해야 할 일들을 못 하게 되어버리니까
뒤죽박죽 되는 생활이 힘들었던 거고
단순히
그날 전화를 하냐 마냐에 문제였던 게 아니라
나는 그 사람도 노력해주길 바랐는데
자꾸 나만 노력하는 거 같아서 힘들었던 거고
그 사람은 평범한 연애를 하던 나와
계속 그렇게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었는데
점점 너무 힘든 연애가 되어버리니까 힘들었던 거고
우리가 너무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되어 버려서
서로가 함께
같은 공간 속에, 또 같은 시간 속에 공존하지 않는 한
완벽히 이해하기란 점점 어려워져 가서
통화를 하냐 마냐를 놓고 마음이 엇갈렸던 게 아니라
우리의 세상을 놓고 마음이 엇갈려서
그래서 그랬던 거야”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아”
“그 상황에서
어느 누가 옳다,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돌아서서 보면 나는
그때의 나도 이해가 가고
그때의 그도 이해가 가고
그때의 우리도 이해가 가고
더 함께해주지 못해 미안한 것뿐
그때의 우리에게 미안한 것뿐이야”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