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변한 것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한동안 페이스북을 안 했었어요
무의식중에 자꾸 찾게 되는 거 같아서요, 그 사람 소식을
어딘가에 들렸다 간 흔적이나, 새로 올라온 사진이나
마우스를 내리며 움직이는 손이
자꾸 그 사람 이름을 부르는 거 같아서
그렇게 어느 날 켜자마자 오랜만에 뜬 사진을 보고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마음이 그대로 멈춰버리길래
그래서 한동안 안 했었어요
아예 닫았었죠
그러다 또 시간이 흘러
일 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니
그 사람으로 채워졌던 시간이 이제는 새로운 삶으로 채워진 걸 보고
오랜만에 다시 들어갔어요
그리고 이제는 정말 괜찮아진 거 같아
예전 기억들을 꺼내보고 싶어서
지금까지 올라왔었던 안부들을 하나, 하나 다시 읽어보다
문득 시간이라는 게 참 신기하고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가 각자의 길을 간 후에 올라온 몇 안 되는 소식은
이제는 저에게 낯선 모습들이에요
친구라고 부르기에도 어색할 만큼
알아보지 못하겠는 모습들 말이죠
그런데 올해에서 작년으로, 또 작년에서 재작년으로
그렇게 계속 시간을 되돌아가 보니 알겠더군요
낯설게 느껴지던 그가 다시 너무나 익숙했던 사람으로 돌아간 시점
아,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다
여기 왼쪽에 웃고 있는 남자
그 모습 그대로네
하나도 변한 것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는 시간이 흘러 많이 달라지고, 또 변했지만
그래도 사진 한구석에 그 시절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 그러면 조금 씁쓸했을 수도 있잖아요
내가 좋아했던 사람인데, 이제는 누군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지내는지, 여전히 재밌게 지내는지 모르겠다며
아, 통화를 한 지가 좀 돼서 그렇다고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들은 지가 사실 좀 오래됐다고
그러고 낯섦에 고개를 돌렸을 수도 있는데
거기 그대로 있더군요
내게 익숙했던 모습 그대로
내가 많이 좋아하고
나를 많이 좋아해 주던 사람
소중한 사람, 내 마음에 참 따뜻하던 사람
내가 이때 참 많이 좋아했다고
두꺼운 책들을 들고 강의실을 뛰어다니던 시절
그래, 이 모습
내가 참 좋아했다고
내가 많이 좋아했다고
심장 소리도,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사진일 뿐이라도
사진 속에서 만큼은
이곳에서만큼은
모든 걸 다 말하고, 모든 걸 다 함께하던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줘서 고맙다고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내가 좋아하던 그 모습 그대로
한결같이, 나를 기다려주던 그곳에서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예성, "문 열어봐" M/V
&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