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마음만. 그런 마음만.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신기하지.
너와 나의 관계에 끝이라는 게 일어난다면,
그러니까 그 끝이라는 게 온다면,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은 나에게 꽤 큰 타격이 있을 거라 걱정했어.
너를 보던 나의 시선은, 그래 어쩌면
일생에 한 번 올까, 두 번 올까 싶을 만큼 특별했으니까.
그래서 너를 통해 만난 네 제일 친한 친구도
무언가 우리가 불안해지던 시점에,
그러니까 그 불안함이 그저 공기에서 느껴지는 게 아니라
그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나에게 절대 버텨내야 된다 했으니.
그 어떤 도움이 필요로 하더라도,
다 받고 꼭 버텨내라고.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근데 있지 나는,
그 친구가 우려했던 그림자 속에 빠지긴 했지만
그런 도움 하나 없이도 이겨냈어.
그리고 네가 없다 해서 나의 세상에 금이 갔을지언정
이 세상에도 마침표를 찍어야겠다거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었어.
대단하지. 숨 한 번 쉴 때도 폐가 찢어질 것만 같아서
각오하고 내쉬던 이제는 한참 전의 그때를 생각하면
난 참, 멀리도 왔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냥 우리의 세상이 겹치지 않았던 것뿐이야.
우리의 세상이 너무 달라지고 그렇게 달라져야 할 인연이어서,
그래서 너와 나의 세상이 더는 겹치지 않았기에
그래서 그렇게 헤어졌던 것뿐이야.
이제서야 그런 생각이 들거든 - 아, 나는 또 다른 세상을 꿈꿨어야 하는구나.
너와 함께하기 위해 다른 것들을 내려놓으려 했던
그 세상도 물론 아름다웠겠지만,
그저 나의 세상이 아니었던 것뿐이구나.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은 그저 나의 세상이 아니었던 것뿐.
그래, 그뿐인 거구나.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고.
미생, 몇 달 전 용기 내 꺼내본 드라마를 세 편 앞두고 접었었는데,
오랜만에 보다가 그때 생각이 나서.
너와 헤어지고 나의 세상은 한차례 무너졌는데
일상은 그대로 변함없이 제 속도를 유지하며 흘러갔기에
그 안에서 나도 행여 무엇 하나 티 날까 봐 애써 감추며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했던 그 날들.
아침도 어둑해져 버린 저녁 같고
마른 하늘에서도 비가 내리는 것만 같았던 그 날들.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 가듯 떠나는 이는
제 갈 길을 찾았나”
괜히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나도 오차장처럼 세상 속 나의 한구석을 변화시키겠다고 열심히 일하다가
그러다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 네가 나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다면.
그래서 네가 우리가 헤어진 후로 처음 나를 다시 보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
“손을 흔들며 나 떠나보낸 뒤
외로움만이 나를 감쌀 때”
혹여 내가 그때 사람 대신 일을 택했다면
그게 너 때문이라든지 그런 생각, 그런 오해는 안 했으면 해서.
나의 새로운 세상의 집합 속 원소들이 그 시절과는 다를 뿐이지
나의 오늘이 우리의 어제 때문에 그렇다는
그런 생각은 안 했으면 해서.
그냥, 참 멋지게 컸구나, 그 정도의 칭찬만 받기로 해두자.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래도 너는, 일 대신 사람을 택하겠지.
그때도 넌 그랬으니까.
일과 사람 중 택해야 했을 때
난 나를 더 이해해줄 것을 포기했지만,
넌 너에게 더 소중한 것을 잡았으니까.
근데 -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근데 그런 네가 사람을 포기했을 땐
그건, 무슨 의미였을까.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아니다. 그냥 참 멋지게 컸네, 그 정도의 칭찬만 받기로 하자.
그때도 열심히 하더니, 결국 해냈구나.
그런 마음만. 그런 마음만.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Reference. “가리워진 길,” 유재하 작사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