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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May 16. 2016

이미나,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IX - 누군가를 더 사랑했던 사람에게



누군가를 더 사랑했던 사람에게


가끔은 억울하지?

억울하다는 말을 쓰는 것도 너무 유치한 것 같아서 망설여지지?

왜 항상 나는 내가 더 좋아해서 이렇게 힘들까,

서러운 마음도 들고 그러지?


그런데 그것 때문에 억울해하거나 서러워할 필요는 없어

흔히 덜 사랑하는 쪽이 강자라고 하지만, 그거 참 우스운 말이다?


그건 언제든지 바뀔 수 있거든


사랑의 부등호는 심지어 헤어지고 나서 역전될 수도 있어

왜 ‘너무 잘해줘서 헤어진다’ 그런 경우도 종종 있잖아

맨날 같이 있다고 해서,

시간만 나면 전화하라고 해서,

왜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안 해 주느냐고 졸라서,

자꾸 부담스럽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서,

그래서 헤어지는 경우들


그런 사람들은 헤어진 후에 부등호의 방향이 바뀌는 수가 많아

예를 들어, 이건 그냥 예인데..


남자가 무슨 말을 해도, 웃어 주는 여자가 있었다나 봐

항상 남자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는 사람은 그 여자 쪽이었어

남자가 전화를 걸어 피곤한 목소리로 웅얼거리면

라디오 소리를 줄이다 못해 아예 꺼 버리는 사람도,

남자가 조금만 지쳐 보여도 오늘은 그만 집에 가자고 말하는 사람도,

그러면서도 자기는 아무리 아파도, 아프다 소리를 안 하는 사람도


그런 여자에게 싫증이 난 내가, 아니 그 남자가

별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이제 그만 만나자고 했을 때

소리 한 번 안 지르고 ‘하는 수 없지 뭐’ 대답했던 것도 다..


나는, 아니.. 그 남자는 사랑을 더 많이 받는 쪽,

강자였지

그 사람을 만나는 동안은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니까

그 사람이 헤어진 후에 얼마나 아팠는지 그건 잘 모르겠어

분명한 건 나는 너무너무 힘들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 사람이 다른 누굴 만나 행복해지도록 나는 아무도 못 만났다는 거고


그 부등호는.. 언제든 방향이 바뀔 수 있어

사랑은 헤어질 때 끝나는 게 아니거든

헤어지고 나서 다 잊고 다시 행복해질 때, 그때야 사랑은 끝나는 거니까


좋아하는 사람 생겼으면 마음껏 잘해 줘


내 작은 기침 소리에 가슴 덜컥하던 사람

술 취한 내 헛소리를 다 알아듣던 사람

그런 사람을 잊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야





글. 이미나,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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