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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May 21. 2016

이미나,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XIII - 세상 어느 곳에서 너는 오늘도 하루만큼 늙어 가고 있을까



정말 저 동네에 내가 살았었나 싶어

어떻게 보면 모든 게 달라진 것 같고

어떻게 보면 변한 게 거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늘 비가 왔던 동네 같기도 하고

비 오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이사 갈 땐 내일이라도 다시 찾아올 것 같았는데

늘 가던 슈퍼에, 늘 가던 비디오 대여점, 늘 시켜 먹던 중국집..

몇 년간의 내 생활을 이곳에 고스란히 남겨 두고

나는 다른 곳에서 참 멀쩡히도 살았다 싶다


내일이라도 다시 찾아갈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영영 이별이었던 거,

그러고 보니 너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에도

내게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았던 너,

그런 너를 지켜보며 나는 생각했던 것 같아


이다음에 우리가 아줌마 아저씨가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너한테 물어봐야지

그때 너는 왜 가끔씩 혼자만 슬펐는지,

왜 나에게 마음을 보여 주지 않았는지


그래, 나는 그러고 싶었는데..

네 눈가에 주름이 자리 잡는 모습,

아이 엄마가 되고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세상 어느 곳에서 너는 오늘도 하루만큼 늙어 가고 있을까


금방이라도 다시 찾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영영 이별이었네..





글. 이미나,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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