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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Jul 31. 2016

“잘 지냈어?”

그 말에 이제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



“잘 지냈어?”


그 말에 이제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

잠시 고민이 되었다

내가 정말 잘 지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인지

잘 지냈기를 바라는 것인지

혹은 반대로 잘 지냈을까 봐 걱정이 되었던 건지

그래서 지금 너의 마음은 어떤지


“넌?”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때는

항상 너에게 다시 그 질문을 던지고는 했던 것처럼


“내가 먼저 물었잖아…”


어쩌면 나만큼이나 그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웠을 너라서

다시 내게 질문을 던지면


“난… 힘들었다가, 괜찮았다가

또 힘들었다가, 다시 괜찮았다가…

어느 이별이 그렇듯, 당연한 거겠지”


사실 그렇지 않았다


난 힘들었다가, 힘들었다가

또 힘들었다가, 다시 힘들었다가

어느 이별이나 그런지 몰라도

내게는 이별이지 않길 바랐던 이별이 다가와 버려서



근데 지금 이 순간

언젠가부터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너에게

그저 적당한 선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이렇게 넘길 수밖에 없다


“넌 잘 지냈어?”


어쩌면 내가 솔직하지 못했듯

너 또한 솔직하지 못할 텐데

이미 정해진 답에 나는 무얼 원했던 건지

정해지지 않았던 답을 들을 수 있다 생각했던 건지


“난 그냥, 바쁘게 살았어

이것저것 할 일도 많았으니까”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아는 나는

너 또한 내게 아무렇지 않은 듯 거짓말을 하는 이 상황에서

왜 솔직하지 못한지 묻지도 못한 채

오히려 내 가슴만 더 먹먹해지게 한 말


“잘 지냈나 보네”


어쩌면 겁이 났던 거일 수도 있다

난 이렇게 힘들고, 또 힘들고, 다시 힘든데

넌 정말 바쁘게 살면 잊혀질 만큼 그냥 흘러가 버린 것인지


어쩌면 거기서 끝냈어야 할 대화를

조금이라도 더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내 마음에 상처가 될 걸 알면서도


“내가 잘 지내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


마냥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뭔가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아직 상황을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말에 안심되면서도

그래, 난 지난 시간도 너무 힘들었는데

아직은 버틸 만하다는 말 같아서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그리고 일 년 뒤

그즈음 한 자 한자 적어 내려갔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끝까지 애매하게 행동했던 너에게서

최선을 다해 멀어졌다

괜찮아지기 위해, 모두 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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