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참 멋졌던 너와, 두 손 꼭 잡고 주어진 시간을 함께했던 우리
있잖아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글에 마음을 쓰는 사람이라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를
이렇게 한 장 한 장 적으며 지내는데
긴 사연은 잘 읽어주지 않는 인기 많은 라디오에
너에게 보내지 못했던 편지가 읽히기도 하고
또 이렇게 이곳에 올리는 글들이
다음이나, 카카오나, 여러 채널을 통해 뽑혀서 내보내 지기도 하고
지난 주말에는 어느 한 곳에 떠서
그 주말 이틀 동안 거의 십만 명이 들어와
너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을 읽고 갔거든
근데 정작
이 모든 글의 주인공인 너는
그 사연들을 읽을 수도, 또 들을 수도 없다니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마음을 쓸어내리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어딘가 조금 쓸쓸하기도 하고
그 십만 명은 읽었지만
너는, 그 한 명은, 내 모든 글의 주인공은
아마 읽지 못했을 테니까
알 수 없는 여러 감정이
밤이 저무니 한꺼번에 밀려오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 너는 나에게
이렇게 따뜻하고, 멋졌던 사람으로
남아있구나
냉정하게 뒤돌아서던 네 모습은
사라지고
갑작스러운 통보에 마음이 멍하던 내 모습도
옅어지고
옛사람으로 변하면 안 되었던 사람이
옛사람이 되어버려 애써 부정하려 하던, 믿기지 않던 수많은 날도
이제는 다 흘러가 버리고
남은 건
그때 사랑했던 마음과
내 눈에 참 멋졌던 너와
두 손 꼭 잡고 주어진 시간을 함께했던 우리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루하루 조금씩 떼어내려
창밖에 마음을 비우고는 하지만
시간이 가도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자리에 남아있기에
앞으로 그렇게 기억될 거 같아
뭔가 삐딱한 듯 까다롭고 어렵던 네가
몇 년 전 그 날, 1월의 어느 날
키보드 뒤에서 네 반주를 따라가기 위해 앞에 있던 너를 빼꼼히 쳐다보던 나를 보고선
아예 뒤로 돌아서서
너의 반주를 맞추던 나와 눈을 맞추던 너를
그렇게 한참을 고개를 끄덕이며
든든하게 있어 준 너를
모든 게 시작되었던
그때 그 모습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한들
그 누구도 이렇게
오래, 깊이, 또 또렷하게
새겨지진 않을 테니
한때 가장 소중했던
그리고 여전히 그러한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