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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Aug 11. 2016

그런 사람, 그 한 사람

“헤어지고 다시 헤어져도, 나는 또 그대겠죠”



작년 가을에

이미 너도 졸업하고, 그곳을 떠난 지 몇 달이 되었는데

다시 갔었잖아

너도 없는데


“가슴을 떼어 놓은 채 살 순 없나요

아무런 느낌도 없는 채로”


그냥, 왠지 그래야 할 거 같았어

왠지 가서

잘 있었냐고,

그동안 내가 없어서 많이 그립진 않았냐고

물어봐야 할 거 같았거든


“눈물을 닦을 힘도 숨 쉴 힘도

이제는 나 없죠”


그래서 돌아가서 나

되게 씩씩하게

네 빈자리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잠시 머물렀거든

나 왔다고, 나 돌아왔다고

나라도 이제 여기 있으니

우리의 못다 한 마음 한이 되지 않도록


“그대는 숨죽여 속으로 울겠죠

나보다 더 힘들겠죠”


있지 그때

내가 마지막으로 들른 곳 중 하나가

너희 집 앞이었어

정문에서 걸어가면 5분 되려나, 학교에서 가깝던

골목길을 틀어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있던

아파트라고 하기에는 그런

아지트 느낌의 주택이었는데


“다음이 또 있다면 그땐 늦지 않게

마음껏 더 사랑할 텐데”


차마 문 앞까지는 못 가고

대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이제는 새로운 주인이 생겼겠지만, 네 방 창가가 있던 2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인데

하나 잃었을 뿐인데”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울었던 거 같다

그냥, 그렇게 펑펑

눈물이 너무 많이 흘러서

손등으로 눈을 닦으며


“세상이 비틀대고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난 할 수가 없죠”


너무 보고 싶어서

너무 많이 보고 싶어서

네가 정말 너무 많이 보고 싶어서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그곳에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마음을 다 비우고 왔는데



“내가 살아온 모든 행복을 더해도

우리의 짧은 날만 못하죠”


쏟아내지 못한 눈물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인지

가끔 이렇게

네 생각에 또 눈물이 나고는 해


“어떻게 잊을까요

어떻게 견뎌낼까요”


고마워

한동안은 이런 네가 참 밉고

이런 내가 참 힘들고 그랬는데


“나는 기도해요 사랑이 우스운 나이까지

단숨에 흘러가길”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소중하고 멋지던 너였기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바라만 봐도 좋았던 나였는데

욕심이 자라나 이렇게 벌을 받나요”


한평생 살며

여러 번 마음을 주고,

여러 번 사랑을 한다 할지라도


“보낸다는 건 내가 가졌던 거겠죠

한동안 내 것이던 그대죠”


한평생 살며

한 번 있다는 그 첫사랑은

그 한 번으로는 너무 부족한

이런 아련하고 멋진 사람은


“그렇게 잊을게요

그렇게 견뎌낼게요”


그런 사람

그 한 사람


“보내고 또 보내도

헤어지고 다시 헤어져도”


만났으니까

그걸로 나는

충분해


“나는 또 그대겠죠”





Reference. “전부 너였다,” 노을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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