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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

그런 든든하고, 고마운 사람

by 일요일은 쉽니다


얼마 전 부탁받은 일이 있어서

콘티를 짜고 글을 쓰고,

나 또한 거기에 들어갈 그림을 사촌 언니한테 부탁했는데

수정할 게 있어서 언니에게 문자를 보내니

그 날 언니에게 일어난 뜻밖에 사건에 대해 듣게 되었다


“오늘 신랑 월급날이어서

1/3은 이체를 하고, 나머지는 다 현금으로 찾았는데

그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렸어…”


이럴 수가

당장 그달 먹고살아야 하는 생활비인데

사고 싶은걸 못 사고, 가고 싶은 데를 못 가고 이런 게 아니라

당장 아이 셋을 먹이고 입힐 한 달 생활비인데

집에 와서 가방을 보니 지갑이 없더란다


누가 슬쩍 가져간 것은 아니고

분명 손에 들고 있다 어디에 모르고 두고 온 거 같다는데

그 날 들렸던 곳들을 다시 떠올려보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의 한 달 치 월급이 현금으로 들어있는 지갑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리란 만무해 보였다


“일단 내일 다시 학원이랑 슈퍼에 가보고,

가능하면 CCTV 확인할 수 있냐고 물어봐야지...


근데 이미 없어지지 않았을까?

어디에 뒀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는데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다닌 건지…”


괜찮다며, 찾을 거라고 걱정 말라고 건네는 위로도

위로로 다가오지 않는 상황

아이들의 한 달치 젤리와 초코 빨대를 책임지겠다는 말에

그나마 언니가 피식 웃기는 했지만

언니는 이미 다시 찾을 거란 희망은 접은 거 같았다



“근데 있지, 정말 고마웠던 건

신랑이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얘기를 듣자마자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묻지도 않고

괜찮다고 잊어버리라더라

자기가 죽어라 번 돈인데”


그 큰 금액의 돈을 잃어버렸다는 소식에 많이 놀랐지만

형부의 반응에 더 놀랐던 거 같다

나 같으면 좀 억울하고, 속상했을 텐데

그 큰 돈을? 그럼 이번 달은? 하고 많은 생각들로 복잡했을 텐데

좀 더 조심하지, 그러게 그걸 왜 – 하고 지적했을 텐데


그런 말 하나 없이

괜찮다고, 잊어버리라고 말해준 모습이

나에게도 참 고맙게 다가왔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인 건 확실해”


그런 언니의 고마움에 보답하듯

다행히 다음날 언니가 들렸던 슈퍼에서 지갑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고

덕분에 월급도 그대로 찾고,

서로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마음도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전날 밤 소식에는 내 마음도 철렁했지만

그 날 형부의 이야기를 듣고 선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저 믿고 지지해줄 수 있는

다 괜찮다며 다독여줄 수 있는

그런 든든하고, 고마운 사람

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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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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