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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Sep 10. 2016

나는 그래, 나한테는 그래

나는 그런 게, 그런 게 마음에 남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마지막 몇 분을 다시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있지, 우리 모두에게

‘첫사랑’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잖아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더라도

혹은 이미 결혼을 했더라도

그리고 그 첫사랑을 본인이 어떻게 정의하던

(처음 좋아한 사람으로, 혹은 처음 연애한 사람으로, 혹은 그 외)

‘첫사랑’ 하면 떠오르는 사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커징텅에게 션자이의 존재처럼

너에게는 ‘첫사랑’ 하면 떠오를 사람은 누구일까


내가 지금 네 곁에 있진 않지만

지금까지 네 옆을 지키진 못했지만

혹시 너도 ‘첫사랑’ 하면 나를 떠올릴까?

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 시절 놓쳐버린 장마

그 시절 놓쳐버린 사랑

너를 안아주고 싶어

너를 안을 수 있는 용기가 그땐 없었어”


나는 그래

나는 첫사랑 하면 네가 떠올라

뒤에서 네 반주를 따라가던 나를 위해

앞에서 고개로 맞춰주던 너와

나를 따라 어쩔 수 없이 도서관으로 가던

그러고선 옆에 앉아 책상에 엎드려 책을 펼치고 쿨쿨 자던 너와

내가 좋아하던 카페가 멀다며 툴툴거려도

가서 맨날 내가 좋아하는 음료 두 개 시키던 너도

과제에 시험에 바빠서 못 본 날이면

‘내려와’란 말과 함께 우리 집 앞에 잠깐이라도 보러 오던

걷는 걸 싫어하던 네가

나 때문에 선선한 저녁 자주 캠퍼스를 함께 거닐던

밤늦게 공부가 끝날 때면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는 계단 올라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나는 그런 게

그런 게 마음에 남아


“한때는 세상을 정복하겠다는 꿈이 있었는데

지난날을 회상하며 깨달았지

네가 바로 나의 세상이라는 것을”


그래서 네가 떠난 사람일지라도

아직도 보고 싶고, 그립고,

내 기억 속에는 멋지고, 든든하고,

나한테는 그래

나는 그래



“그 시절 놓쳐버린 장마

그 시절 놓쳐버린 사랑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지금까지 간직했던 말을 하고 싶어”


너한테도 내가 그런 존재로 남았는지

내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픈 기억, 슬픈 추억보다는

따뜻했던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만약 우리가 정말 언젠가 마주치게 된다면

조금 따끔거릴지라도, 웃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무수한 별들이 반짝였던 밤하늘

평행우주 속에서 우리가 했던 약속”


그때 그랬었지

그때 그랬는데

그래, 맞아

그때 내가 너를 참 좋아했는데

우리 서로 참 좋아했는데


“다시 널 보면 꽉 안아줄 거야

정말 꽉 안아줄 거야”


그런 사람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너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좋겠다





Reference. “그 시절,” 장리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OST)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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