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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Sep 14. 2016

하물며, 머물렀어야 하는데

네가 내게 머물렀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아닌가 봐요

사람 마음이 서로 맞는 게

기적 같은 일이라 말하고는 했는데

정말 그런 거 같아요

그래요, 사람 인연은

이리도 어려운 일인 거겠죠


“얼핏 스치는 네 생각에도

많은 밤들을 뒤척일 텐데

괜찮다 말하기엔

괜찮지가 않은 나

그래서 오늘도 미안”


참 어렵죠

상대가 손을 내밀면, 제가 손을 거두게 되고

제가 손을 내밀면, 상대가 손을 거두고

그래요, 아마

사람 인연이라 이리 어려운 거겠죠


“근데 말야 정말

내게서 널 빼면 그게

나이긴 나인 걸까”


주위에 친구들 보면

그래도 헤어지고 또다시 좋은 사람을 만나 환히 웃던데

한낱 촉촉한 모래 위를 걷다

하루가 저물 때 그곳에서 헤어지고 온 듯

또 다른 따뜻함을 안고 살아가던데

그래요, 더디더라도 나도

또 그렇게 웃을 날이 오겠죠



“네가 없는 낮과 밤이

끝없이 이어진다잖아

너라는 공기도 없이

숨 쉬란 거잖아”


근데 선배, 그 얘기 알아요?

코끼리 생각하지 마세요, 이러면 다들 코끼리 떠올린다 하잖아요

유명한 얘기니까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코끼리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면 코끼리가 떠오르는데

코끼리 생각하지 마세요, 코끼리가 생각나면 사자를 생각하세요 그러면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분명하게 반짝거리던

사랑 네 모든 것들이

흩어진다 아프지만 안녕히”


그 방법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거 있죠?

근데 너무 효과적인 거예요

코끼리 생각나려고 하면 사자 생각하고

코끼리 생각나려고 하면 사자 생각하고…


“언뜻 네 웃음이 떠오르면

오래 아무것도 못 할 텐데

시간은 고여 있고

네 어깨 위엔 달빛

그렇게 멈춘 우리 둘”


근데 선배,

이제 사자도 생각하지 마세요 하면

사자는 잠깐 왔다 떠나간 사람이라서 마음을 묻는 게 어렵지 않지만

그럼 자꾸 어쩔 수 없이 생각이 그 사람한테로 돌아가게 되는 데


“근데 말야 나는

너의 세상 밖에서는

하루도 자신이 없는걸”


머물렀어야 하는데, 머물러 주길 바랐는데

내 곁에 머물러 주길 바랐는데

머물렀어야 하는데



“네가 없는 낮과 밤이

끝없이 이어진다잖아

너라는 위로도 없이

견디란 거잖아”


그래서 오히려 누군가를 잊고 새 출발을 하려고 나간 자리에서

옛사람의 그림자가 더 깊어지고선 돌아온 거 같아요


“선명하게 새겨져 있던

사랑 내 모든 것들이

부서진다 사라진다

아프지만 다정하게 안녕히”


머물렀어야 하는데

네가 내 곁에

머물렀어야 하는데


“내게서 널 빼면

내가 아닌 거잖아”


하물며, 머물렀어야 하는데


“분명하게 반짝거리던

우리의 모든 것들이”


네가 내게

머물렀어야 하는데


“흩어진다 나의 사랑

늘 안녕하길”





Reference. “다정하게, 안녕히,” 성시경 노래, 심현보 작사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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