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제껏 받았던 가장 소중한 선물은, 너를 만난 것이 아닐까 싶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다
어느덧 시간이 늦었길래 자야겠다 싶어서 책을 덮고 누웠는데
어제 오랜만에 네 이야기를 써서 그랬는지
문득 네가 나한테 줬었던 선물이 생각나더라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에 가장 특별한 선물이 뭐가 있냐 하면
이것도 생각이 나고, 저것도 생각이 나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물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너에게 받았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생 때부터 외국에 살았으니까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늘 깊었거든
그런 한국에 나갈 수 있는 건 여름방학 때였고
일 년에 한 번이면 자주 나가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겨울에도 나가는 친구들이 부럽고는 했었어
그해 너는 겨울방학을 맞아
집이 있는 부산으로 간다고 하였고
그 소식에 부러움을 대신 담아 “선물 사와!” 라고 했는데
“뭐 사올까?” 하는 네 물음에
한참을 앉아 생각했던 거 같다
가장 달래고 싶었던 건
서울에 대한 그리움이었는데
그리운 여름날의 한강 한 조각을 가져다 달라 할 수도 없고
저녁노을이 진 양화대교를 달리는 버스 한 조각을 가져다 달라 할 수도 없고
할머니 댁 근처에 기가 막히는 깻잎 떡볶이 한 조각을 가져다 달라 할 수도 없고
그러게,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 걸까? 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다
“모래, 바닷가 모래를 좀 가져다줘
빈 물병에 해운대에 가서 모래를 좀 담아와 줘”
곰곰이 생각하다 떠올린 답은
정말 최고의 선물일 거 같았어
내가 직접 가지 못해도, 한국의 한 조각을 받을 수 있는
그 모래와 함께 나도 직접 해운대 바닷가를 거닌 것처럼
바닷가 냄새, 바닷가 소리, 바닷가 촉감,
그 바람, 그 노을, 그 감성과 그 하루
그걸 네가 담아올 거라 생각하니
방학 내내 참 설레었거든
개학을 하고 다시 만난 너는
사물함에서 무얼 주섬주섬 찾더니
별 모양 유리병 안에 정말 해운대 모래를 가득 담아서 건네주었다지
난 그냥 아무런 빈 플라스틱병에 들고 올 줄 알았는데
예쁜 별 모양 유리병 안에 더 반짝이던 모래를 보며
가지 않고서도 정말 그리움 한 조각을 받은 듯
소중하게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매일 보고는 했어
있잖아, 고마워
너한테는 생뚱맞은 부탁이었을 수도 있지만
나한테는 그 무엇보다 더 마음에 드는 선물이었어
그리움이라는 게, 달래진다고 달래지는 것도 아니고
옆으로 밀어낸다고 밀어내지는 것도 아닌데
보이는 것도 아니라, 그저 마음에 담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꾹꾹 누른 채 살아가는 건데
그 모래에 대신 그리움을 쏟아낸 듯
마음이 참 편안하고, 따뜻했던 거 같아
어쩌면 사실은
이제껏 받았던 선물 중 가장 소중한 선물은
8학년이 시작되던 그 날,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더 착하고, 더 순수함 가득했던
4층으로 올라가던 계단 옆 사물함 앞에
수줍음 많던 부산 소년을
만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내가 서울을 지키고 있으니
다음에 한국에 오면 보자
이제는 다 커버린 듬직한 부산 청년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