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교묘한 속삭임에도 굳건히 서 계십니까?
있잖아요,
광야 같은 상황에서 갈 바를 알지 못하고 헤맨 지도 어언 몇 개월.
내 힘으로 해보려 하다가, 안되면 주저앉아 있다가,
다시 내 힘으로 해보려 하다가, 또 안되면 주저앉아 있다가.
그러면서 조금씩 중심이 맞춰지는, 뼈를 깎는듯한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때 참 많이 힘들면서도 또 기뻤어요.
처음으로 성경이 되게 재밌고, 성경에 쓰인 언어가 매우 아름답고,
기도를 시간이 남으면 하는 게 아니라 교제의 기쁨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내 어려움과 고민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상의할 수 있어 이전만큼 외롭지 않은 광야였어요.
예전에는 모래 위에 지은 집 같았다면, 조금씩 반석 위에 집을 짓기 시작한 과정.
광야에서 한참을 헤매다 늦게나마 드디어 그 과정을 시작하게 된 거 같았어요.
그래서 끝없는 모래사막 같던 곳에서 한걸음, 한 걸음씩 내딛으려 하는데 –
근데 이전에 한 번씩 찾아오던 고비가, 훨씬 강도가 세져서 찾아오더라고요. 나태함과 우울증으로.
상황은 변한 게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단단해진 믿음을 갖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디디니까
이전에는 겪지 못했던 훨씬 강도 높은 우울함으로 덮어버리더라고요.
그냥, 하루가 너무 무기력한 거예요.
뭘 해도 어차피 안 될 건데 싶고.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뭐가 문제인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사는 게 무슨 의미일까, 내 하루에 가치가 있긴 한 걸까.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는 모든 공간 속으로 순식간에 독처럼 퍼져나가면서,
나의 무능함에 대한 어떤,
나의 무기력함에 대한 어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우울함이거든요.
그건, 한 번 덮치기 시작하면 정말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내가 어찌할 수 없게 나의 모든 생각과 감정에 스며들어 장악하기 시작해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우울함이란 말이에요.
근데 그걸 모를 리 없는 사탄은, 나의 약점을 자기 무기 삼아.
‘있잖아, 네가 하나님과 가까워지려 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이렇게 괴롭힐 필요가 없어. 생각해봐, 안 그래?
네가 자꾸 그런 노력을 안 하면 나도 널 우울하게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둘 텐데.
이 우울함이 무섭지 않니? 두렵지 않니?
이거 내가 주는 거야. 그래서 네가 내 말을 들으면, 내가 너한테서 이 우울함을 거둬갈 수도 있는데.’
혹하더라고요.
나의 하루, 나의 가치, 나의 목적, 나의 인생, 나의 생명을 놓고
되게 흔들리고 불안정한 바다에 점점 빠지기 시작했기에
그 주장이 되게 논리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 맞아. 우울함은 사탄이 주는 건데, 사탄은 내가 하나님과 친해지는 게 싫은 거고.
고로 내가 계속해서 이 교제를 이어나가지 않으면, 나를 괴롭힐 이유도 없겠지.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내가 이렇게 우울해질 일도 없을 테고…
맞아, 그래. 맞는 말이야.
지금이 동굴로부터, 이 어둠에서 벗어나고 싶어. 너무 벗어나고 싶어.
그의 말만 들으면 돼. 그러면 다 괜찮아질 거야.
끈질기게 괴롭혔어요. 나의 머리와 마음을 파고드는 주장으로.
광야에서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주저앉아있던 내가 다시 일어서서 그분을 믿고 의지하려 하니까
그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그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기 전에.
‘내 말만 들으면 돼. 그러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너도 날 귀찮게 하지 않고, 나도 널 괴롭히지 않고.
서로 가만히 두는 거야. 어때, 이렇게 우울한 거보다 좋을 거 같지 않아?
네가 바라는 평범한 일상, 평안한 일상. 그거 다시 가질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니까, 내가.
네가 내 말만 듣는다면.’
그렇게 교묘한 속삭임으로
일어서려던 나를 다시 바닥으로 끌어 내리려 하며
겉으로는 괴롭히지 않겠다는 유혹을, 속으로는 영영 일어서지 못하게 공격을.
‘네가 하나님과 가까워지려 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이렇게 괴롭힐 필요가 없어.
그러니 내 말을 들어. 내 손을 잡아.’
근데,
그 유혹이 너무 강해서 갈대처럼 흔들리던 때에 어떻게 다시 정신이 들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두렵습니다, 제가 이렇게 약합니다, 하고
다시 무너져버린 모습 그대로 내려놓을 때
생각의 변화를 주시는 거예요.
‘사탄이 두려워서 그래.
내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네가 강해질까 봐 두려워서
네가 나의 도구로 쓰임 받을까 봐 두려워서
그래서 물고 놓지 않으려 하는 거란다.’
나는 내가 두려워 떨고 있다 생각했는데
사실 정말 두려워하고 있던 것은
자신의 영향력이 자꾸만 줄어가고 있는 적이라는 걸.
최근에 가야 할 곳을 두고 계속해서 고민이 깊어지던 와중에
원래 예정했던 미국행은 가도 된다는 확실한 마음을 주시지 않고
생각지 못했던 중국행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처음에는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기까지 저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마음을 먹은 후에도 갑자기 하차하게 된 일행, 마지막까지 발권하지 못한 채 기다리던 티켓,
접수 단계에서 거절당한 비자, 그러다 안 좋아지던 컨디션까지
가면 안 되는 건가 싶을 만큼 자꾸 장애물들이 생기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여러 방해물이 앞을 막으면서
상황이 왜 순탄하게 풀리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내가 가야 하는구나, 나를 보내시길 원하는구나 하고 확신할 수 있었어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다 알 수 없지만,
그곳에서 나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내가 했으면 하는 일이 있으시구나,
되려 그런 확신을 얻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공격이 들어오면
(계속해서 장애물들이 생기거나, 갈등이 생기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지거나, 마음이 어려워지거나,
그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지 간에)
여전히 흔들리고 마음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 맞나 보다 하는 마음에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분이 원하시는 일이라, 그분이 품으신 일이라
그래서 어떻게든 막아보려 이렇게 공격을 하는구나,
불안해서 나를, 우리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구나 생각합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흔들리려 할 때도
기도하고 의지함으로
낙심하지 않기를,
더욱 굳게 설 수 있기를.
그곳에 그분의 마음이 있다면,
그곳에 그분의 마음이 있기에.
있잖아요, 그 일곱 번째
7. 교묘한 속삭임에도 굳건히 서 계십니까?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