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친절해야, 남에게도 친절한 글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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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보면 이상할 만큼 자주 ‘나’에게만 엄격해집니다. 같은 문장을 열 번 고치며 스스로를 재촉합니다. 왜 이렇게밖에 못 쓰지? 이 정도로는 부족해. 남들이 보면 유치하겠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자신을 몰아붙인 날의 글은 독자에게도 날이 서 있습니다. 문장이 매끄럽고 지적일수록, 어딘가 차갑습니다. 부지런히 다듬었는데도 마음이 닿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글은 결국 ‘태도’를 옮겨 적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가혹한 태도로 쓴 글은, 남에게도 쉽게 가혹해집니다.

저는 성인 글쓰기 수업에서 이런 장면을 자주 봅니다. 수강생이 자신의 글을 읽다가 중간에서 멈추고 말합니다. “이거 너무 별로죠?”, “이런 이야기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 순간 저는 글의 완성도를 평가하기보다, 그 문장 뒤에 숨어 있는 마음을 먼저 봅니다. 글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혼내고 있는 표정. 그리고 그 표정이 그대로 문장에 번집니다. 자신에게 친절하지 못한 사람은, 결국 자신의 글에도 친절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종종 ‘친절한 글’을 오해합니다. 친절한 글은 부드러운 말만 골라 쓰는 글이 아닙니다. ‘설명’이 많은 글도 아닙니다. 친절한 글은 읽는 사람의 숨을 헤아리는 글입니다. 문장이 한 번에 이해되지 않을 때의 당황함, 긴 문단 앞에서 고개가 멈칫하는 순간, 너무 강한 결론이 독자 마음을 닫게 만드는 때. 이런 감각은 결국 자기에게 친절한 사람이 더 빨리 배우는 능력입니다.

왜냐하면 자기에게 친절해지면, ‘읽는 사람’이 되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자기 글을 읽을 때조차 마음이 긴장되어 있으면, 독자가 어디에서 숨이 막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자신을 다그치지 않고 한 발 물러나면, 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는 교정이 아니라 ‘배려’가 가능합니다. 더 쉽게 쓰고, 더 분명히 말하고, 필요 없는 과장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그게 독자에게 가장 큰 친절입니다.

그러면 ‘나에게 친절하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저는 이것을 기술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초안에게 친절해지는 것입니다. 초안은 원래 어설픕니다. 초안의 역할은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꺼내는 것입니다. 꺼내고 나서 다듬는 겁니다. 초안 단계에서 스스로를 비난하면, 글은 자주 멈춥니다. 멈춘 글은 결국 독자에게도 닿지 않습니다. 초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친절은 이것입니다.

“지금은 쓰기만 하겠습니다.”
평가는 나중으로 미루는 것, 그게 글을 끝까지 데려가는 힘입니다.


둘째, ‘내가 이해한 만큼만’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멋진 문장을 쓰고 싶어서, 아직 내 것이 아닌 말들을 급히 붙입니다. 그 순간 글은 그럴듯해지지만, 온도가 빠집니다. 독자는 따뜻한 글에서 ‘진짜’를 알아봅니다. 자기에게 친절한 사람은 자기 이해의 속도를 존중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쓰는 문장은 무리하지 않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문장이 오래 읽힙니다.


셋째, 자기 감정을 ‘반박’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정도로 힘들어하면 안 되는데.”, “이렇게 느끼는 내가 이상한가?” 이런 반박이 시작되면 글은 금세 방어적으로 변합니다. 변명하거나, 증명하려 들거나, 결론을 급하게 정리합니다. 반대로 “그럴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을 인정하면, 글도 넓어집니다. 독자가 머무를 공간이 생깁니다. 공감은 ‘정답’이 아니라 ‘여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성인들이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재능이 아니라 자기에게 불친절한 습관 때문입니다. 글을 쓰기 전부터 점수를 매기고, 비교하고, 부끄러워하고, 미리 창피해합니다. 그러니 글은 안전한 방향으로만 갑니다. 가장 무난한 이야기, 가장 평범한 결론, 가장 튀지 않는 표현. 그 글은 틀리진 않지만, 오래 남지도 않습니다.

자기에게 친절해진다는 건, 글을 느슨하게 쓰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태도는 글쓰기에서 가장 강한 지속력으로 바뀝니다. 꾸준히 쓰는 사람만이 수정할 기회를 얻고, 수정하는 사람만이 결국 ‘자기다운 문장’을 만들어냅니다. 친절은 감정이 아니라 지속의 전략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먼저 나에게 친절해야, 남에게도 친절한 글이 나옵니다. 내 마음을 다독이며 써 내려간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도 다독입니다.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때, 독자도 함부로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결국 글이란,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타인에게 전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을 쓰기 전, 아주 짧게만 이렇게 시작해 보셔도 좋습니다.
“지금의 나는 이만큼 쓰는 사람입니다.”
그 문장을 허락하는 순간, 글은 갑자기 부드러워집니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이야말로, 누군가에게 가장 깊게 닿는 친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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