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는 내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 걱정된다면...
상담자 초초심자였을 무렵, 아주 솔직한 내담자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안 그래도 초심자라 늘 긴장 상태인 데다가, 원래도 솔직한 감정 표현을 다루기 어려워하는 저이기에, 처음엔 그 분의 솔직함에 대응하기 어렵고 당혹스럽다는 마음이 컸습니다.(나중엔 그 진솔한 매력에 빠졌지만요) 아무튼 그 분이 이러저러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불쑥 저에게 "선생님은 이런 얘기 들으면 겉으로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속으로는 쟤 왜 저래 한심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이 솔직한 반응! 너무 좋아'라며 기꺼이 반갑게 맞이하고 폭풍 칭찬을 해 드리겠지만, 당시에는 나의 부족함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였기에 순간 대혼란! 멘붕 상태에 빠졌었죠.다행히 그래도 어디서 본 기억이 나서 "솔직히 말해주셔서 고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후략)"의 반응을 통해 상황을 잘 정리하고 넘어가긴 했었습니다만... 아무튼 갑자기 이 추억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많은 분들이 상담자에게 느끼는 오해와 걱정을 조금이나마 불식시켜 드리기 위함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 분께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선생님은 이렇게 힘들어 본 적 없죠?"인데요.
그 답이 바로 오늘 글의 제목인 상처 받은 치유자(wounded healer)입니다.
지금의 저는 꽤나 단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단단하다는 게 강하고 절대 부러지지 않고 엄청난 통제가 되고 이것저것 다 잘 하고! 이런 건 절대 아니고요 ㅎㅎ 그냥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환경이 나에게 맞는지, 나를 행복하고 편안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편안함과 별개로 좀 더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추가하고 용기를 내야할지 꽤 자세히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앞선 글에서 종종 단면을 꺼내어 드린 여러 사건들이 있었죠. 물론 누군가가 겪은 삶의 질곡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가 겪은 심리적 고통에 비해 별 거 아니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저는 우울증, 사회불안 환자였고, 불안정 애착, 물질남용의 문제가 있었죠.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하여, 내담자 분들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물론 여러 심리학적으로 지지된 과학적 증거와 심리발달 이론에 근거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상담에 있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 더 나아가서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입니다. 심리적 괴로움의 순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그리고 단순히 상처를 입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상처를 딛고 극복하고 성장해내간 경험이 있기에 치유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니 상담에 앞서 혹은 상담을 하며 주저하고 고민하는 분들께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는 상담자는 그저 인간의 마음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많이 공부하고, 조금 더 많은 분들과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많은 예시를 알고 있는 것일 뿐, 완전무결한 존재라거나 자기조절의 신(神)인 건 절대 아니니까요.
상담을 받은 또는 상담을 받지 않더라도 나의 마음에 관심과 시간을 기울인 많은 분들이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을 돌보는 시간과 노력을 통해 단순히 상처 받은 상태에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치유된 상태로 나아가실 수 있기를, 여러분 자신이 스스로의 상처 받은 치유자가 되어가는 여정을 늘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