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하자

10. 제주도에서 경험한 요가

by moonjungr

3박 4일의 제주 여행을 마치고 서울에 왔다. 집에 들어가기가 먹먹해서 집 앞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랩톱을 열였다. 이번 여행을 기록하고 싶다.


나의 20대의 여행들은 겉으로는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으나 사실 마음은 갇혀있었고 외로웠고 불안했다. 30대 처음으로 떠난 이번 여행은 달랐다. 몸은 가벼웠고, 마음은 아이처럼 즐거웠으며, 나 스스로와 평온하게 여행을 즐겼다.


바다에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도 느꼈고, 거친 파도 위 먹구름 사이로 들어오는 빛 한줄기의 아름다움도 보았으며, 아무도 없는 끝이 보이지 않은 눈 오는 들판은 혼자 뛰어다니며 소리도 질러보고, 강하게 흩날리는 눈발의 초원에서 풀을 뜯는 말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였다. 드라이브하는 내내 정말 큰 소리로 노래도 따라 부르며 내 목소리를 느껴볼 수 있었고, 따뜻한 요가 선생님과 공간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이 따랐으며, 가보고 싶었던 한주훈 요가원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제주도에서도 요가를 통해 인연들이 계속 이어지거나 생겼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 선생님의 친구 요가 선생님이 하시는 요가 스테이에서 묵을 수 있었으며, 우연히 아는 요가 선생님을 만나기도 하였다. 또 요즘 몰두하는 것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계속 나타나기도 하였다. 최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찾아보고 있는데, 숙소에서 우연히 펼친 책 속에 동일한 토픽이 나오기도 하였다.


현실은 환상인 걸까? 집중하는 것들이 현실에 잘 보인다. 요가를 하면서 주변과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좋은 사람들이 생기고, 좋은 환경과 에너지가 있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아직도 손끝이 저릿저릿하는 느낌이 있지만, 어제오늘 후굴 하타 요가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한 자세에서 오래 머물면서 아픔을 견디는 게 고통스럽고 포기하고 싶고 겁이 나기도 했지만, 조금씩 몸이 열리고 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주훈 선생님께서 수업 중에 '지금 있는 두려움을 그냥 받아들여'라는 말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두려움을 받아들인 그 상태에서 명상을 한다는 건 무슨 느낌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하타요가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지도자 과정과 그 이후에 몸이 건강해진 만큼 심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마음이 고요해졌다. 그래서 아사나(동작) 수련만큼 마음 수련, 명상, 에너지, 자아 등에 대해서 관심이 생겨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제주도를 다녀와서 드는 생각은 요가는 언제나 아사나 수련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머리로 하는 요가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요가. 아무리 여러 지식들을 알고 있어도, 깨달음은 수련 안에서 생기는 것 같다.


수련 수련 수련. 수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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