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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juyeon Mar 24. 2021

2021년 두 개의 문학상 작품집 1

최은미 <우리 여기 마주>, 이승우 <마음의 부력>

북클럽 때문에라도 '현대문학상'과 '이상문학상'은 매년 1분기에 읽게 되는 책이다. 작품집을 통째로 읽어본 것은 2019년이 처음이었는데, 그 해의 작품집에서는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해서, 이렇게 한국문학은 희미해져 가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올해의 문학상 작품집은 모두 다 재미있는 소설들이었다. 형식도 짜임새 있고 디테일도 살아있다. 주제의식이나 표현하려고 하는 것들이 다 선명해서 예전에 읽었던 것처럼 그냥 겉멋 든 느낌이 거의 없다. 진솔하고 감동적이었다. 누군가의 심사평에서 읽었던 것처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편으론 냉철하게 분석하고 한 편으론 감상에 젖어가며 열띤 토론을 이어나갔을 귀한 기회를 얻은 심사위원들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코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최은미의 <여기 우리 마주>. 함께 수록된 <보내는 > 읽으며,  작품이 단지 시류를  읽어낸 소설이 아니라는  알게 된다. 최은미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먼저 있고, 불행하게도 코비드19 세계가 도래하였다.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인 이승우가 말한 것처럼 불행 속에서도 ' 일을 하는'  작가의 사명일 , 최은미는  사명을 충실히 구현했다. 혹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질린다고까지 말했다. 문학이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를 하고  삶과 너무 가까워서 당혹스럽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주제의식의 결을 채우는 작은 이야기들이 흘러가고 과거를 충실히 묘사하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현재의 문장들이 글의 긴장을 돋군다. 이야기의 흐름은 중간중간 분절되고 부서진다. 다분히 의도된 것이리라. 물리적인 균열을 보는  같다. 서로에게  보이고 싶어서 감추고 지냈던 사적인 이야기들이 역병 시국에 우리의 동선으로, 비대면 화상 카메라의 뒤편으로 드러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가정주부에게 있어서 공적 영역은 어디이고 사적 영역은 어디인가. 그에게 가정은 결코 사적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무엇보다도 공적이다. 하나의 '개인' 되는 것은 모든 가정주부의 열망이고 이룰  없는 소망이라 가끔은 그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도 잊는다. 나리가 공방이라는 일터 - 공적인 공간에서 수미 등과 만들고 싶어 했던 관계가 훨씬  사적이다. 가장 가까운 아이나 남편에게서도 주부는 관계를 이루고 싶은 개인이  못한다. 표현하고 싶었던 주제는 아마 여기에  가까울 것이다. <보내는 >에서도 비슷한 것을 느낄  있다.  개인으로서 관계에 대한 열망 때문에 어떤 퀴어 소설 읽고 있나 하 생각 잠깐 스쳤다. 그러니까 그게 단지 소재의 문제는 아니다.  소재 속에서 너무나 처절하게 드러나는 주제의식일 . 최은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시국을 만나   드러나게 되었다.  점이 좋았고, 우수했다. 언급하고 싶은 좋았던 점의 목록을 길게 이어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예상할  있는 공동체의 작은 아포칼립스의 시작을 알리는 마지막 문장. 모두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인 이승우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수록된 <부재 증명>  인상 깊었지만 <마음의 부력>  수상작답긴 하다. <마음의 부력> 존재가 갖고 있는 죄책감  자체를 익숙한 결로, 간결하고 좋은 문장으로 구성한 이야기다.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이 아닌데도 나와 함께 있는 타인이 받은 차별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병들어가는 지점이 있고, 그렇게 실용주의나 능력주의의 관점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져졌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빚을 지고 누군가는 빚을 준다. 등장인물과 배경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금 고루하다는 인상도 받지만, 읽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쉽게 빗댈  있으면서도, 그것을 쉽게 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게도 있고 가치도 느껴진다.작품이 던지는 질문들도 은은하고 존재 자체 골똘히 생각하게 지만,  뒤에 실린 박혜진 평론가의  좋았다. '사랑의 배타성'이라는 화두. 드라마 '와이 우먼 ' 이야기를 시작한 것도 무척 좋았고, 완전히 결이 다른 작품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찾아내는  과연 평론가다 싶었다. 수록작 <부재 증명>에서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이 이어진. 나는 누구인지, 나는 나의 안쪽에서 구성되는 지 바깥쪽에서 구성되는 . 바깥쪽에서 구성되는 자아는  '분인'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주인공은 글을 쓰면서 글에 어울리는 여러 가지 필명을 그때그때 지어내거나 교체해서 쓴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 이야기가 끝나는데, 통합되지 못한 자아가 이하게 되 당연한 귀결 같기도 하고, 독자마저 주인공이 주장하는 본인을 의심할 지경에 이른다. 이상문학상은 수상작가의 '문학적 자서전'이라는  싣는 무슨 전통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미는 있다. 이승우의 경우, 이청준 작가에 대한 이야기 재미있었다.   성덕이네,라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성덕이라는 표현이 익숙할 세대의 작가 전혀 아니지만 독자였던 이가 스스로 작가가 되어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작가에게 존재를 드러내게 되는 순간을 마주할  있는 것은 특별한 일이고  행운인  같다. 자기반성과 죄책감 가득한 수상소감 또한 신학자의 그것 같아서 그것도 인상 깊었다. "남은 사람들이 남긴 사람에게 늘어놓는 뒤늦은 변명 같은 소설입니다. 그러나 남긴 사람을 향한  변명들이 실은 남은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어떻게 감출  있겠습니까? '기억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설득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이해받으려는 간절함으로  글들이니 불순하지 않다고 말할  없습니다" 같은 부분. 원래 알던 작가는 아니었는데, 수상작과 수록작, 문학적 자서전과 평론, 작가의 수상소감까지 같이 읽으니 하나씩만 읽었을 때는 희미했던 작가의 존재가 분명하고 통합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순간을 좋아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작품을 읽으면 새로운 행간이 읽어진다.


<우리 여기 마주>와 <마음의 부력> 외에도 수록된 작품 모두 언급하고 싶은 작가와 작품들이다. 이어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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