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이라고 쓰고 허무라고 읽는다.
"개인 맞춤 추천"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 기대가 컸다. 내 취향을 알고,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보여준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개인 맞춤 추천이라는 개념이 멋지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정말 사람을 위한 기술. 사람이 보다 편해지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개인 맞춤 추천이 일상화되고 나니 "편해지기는 했는데 정말 사람을 위한 기술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피로하고, 지치고, 비슷한 콘텐츠가 끝없이 이어진다.
알고리즘은 우리를 "머물게"하는 장치다. 내가 오래 머물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커지고 수익이 늘어난다. 그래서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유익한 것"보다는 "멈출 수 없는 것"을 엄선하여 제공한다. 우리를 위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우리를 더 오래 잡아두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처음 클릭한 하나의 콘텐츠. 그 콘텐츠의 선택에 알고리즘은 무게를 둔다. 점점 그쪽으로 몰아간다. 실수로 클릭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오래 켜놓은 경우에도 추천 데이터로 들어간다. 최초에 고르게 추천되더라도 점점 특정 영역의 콘텐츠가 추천된다. 당연히 추천 화면의 분위기는 한쪽으로 기울어간다. 나의 취향과는 이미 멀어졌고 내가 소비하는 콘텐츠에 의해 나의 취향도 변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알고리즘은 더 자극적인 쪽으로 가속도를 높여 기울어진다.
보고, 넘기고, 또 보고.
순간순간 재미있을 때도 있지만 이건 아까 본 거네, 이건 재미없네 하다 시간이 훌쩍 지난다. 다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영상을 보고 나서 디저트를 직접 만들어본다면 유익한 경험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다음 행동은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 영상을 보는 것으로 흘러간다. 결국 한 일은 콘텐츠를 잔뜩 소비하고 에너지는 없고 성취감도 없는. 허무하다는 기분이 든다.
알고리즘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아래의 실천법을 실행해 보자.
알고리즘이 있는 곳 자체를 피하는 거다. 유튜브, 인스타, 넷플릭스를 피하자. 막연히 피하기 어렵다면 시간을 "자기 직전"을 제외하고 정해서 해보자. 점심 먹고 일하기 직전에 10분 정도?
언제가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알맞은 시간일까? 그런 시간은 낭비 같아서 아예 없애고 싶다면 잘되었다. 앱을 지우자. 영원한 작별도 아니고 잠시 떠났다가 다시 '필요'해지면 돌아오자.
'필요 없는'데 무심코 플랫폼을 멀리하였다면 '필요'에 의해 선택적으로 플랫폼에 방문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 주는 모든 콘텐츠를 폭식하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고플 때만 샐러드바에 가서 좋아하는 것을 적당량 집어 먹는 것. 능동적인 여행자가 되는 것이다.
콘텐츠를 하나 소비했다면 생산을 하나 해보자. 노트에 감상을 적어보거나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좋다. 댓글을 달 수 있다면 댓글을 한 줄 달아보자. 플랫폼의 콘텐츠는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관점에서 맛보고 기록을 남기는 도구이자 영감이 되어야 한다.
심심하지 않으려고 삶(시간)을 엉뚱한 곳에 바치면 안 된다. 우리는 유희적 존재이고 재미는 중요한 가치다. 심심한 것은 견딜 수 없다. 재미없이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하면 좋지 않다. 우리가 재미를 위해 들어가는 플랫폼의 재미 뒷면에 있는 위험성을 인지하자. 그리고 가시덩굴 같은 알고리즘에 붙잡히지 않도록 주의하자. 심심하지 않으려고 삶(시간)을 엉뚱한 곳에 바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