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저씨들이 오랜만에 만나 진행되는 대화 패턴 관찰 기록
너무 오랜만에 만나면 서로 말을 아낀다. 5초가 지나면 가장 E에 가까운 사람이 (안 궁금하면서ㅎㅎ) 돌아가며 물어보는 사회자 역할을 한다. 요즘 어디 살고 직장은 어디고 혼인여부 자녀상태 그리고 시즌성 대화를 나눈다. 예를 들어 요즘 같은 여름은 여름휴가 가냐? 같은 것들. 그리곤 과거 지인들 소식, 중간중간 급 추억 돋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가끔 혼자만 심취하여 취미 이야기를 늘어놓다 머쓱해진다. 정치 이야기가 나와 분위기가 고조되면 누군가가 점잖게 중재한다. 1차 식사 자리에서 불러진 배를 만지며 시계를 본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2차를 가야겠지. 술꾼들이라면 2차도 소주. 맥주 파라면 맥주집을 향한다. 요즘은 50% 확률로 커피숍을 간다. 2차에서는 1차와 확실히 다르다. 드디어 못 들었던 이야기가 조금씩 나온다. 많지는 않아도 꼭 있다. 조금 더 재미있다. 조금 더 유익하다. 재미와 유익함을 느낀 각자는 자기들도 더 좋은 이야기를 경쟁하듯 오픈한다. 나중엔 번호표를 뽑아야 할 정도로 말이 많아진다. 점원이 다가와 말한다.
"저희 마감시간이라 정리 부탁드립니다."
민폐였나 걱정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안 일어났다. 다행이다.
각자 서둘러 집을 향하는 교통편을 검색하고 흩어진다.
"담에 또 보자!"
멀어져 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이제 또 10년 뒤에나 보겠구나.
다음에 또 보자,라는 말
서로도 스스로도 안 믿는다. 오늘은 운이 좋고 특별한 날이었다는 걸 모두 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웃음을 나누었다.
오늘은 그런 기적 같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