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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Aug 16. 2023

좋은 관점이란 '질문'과 '대답'과 '태도'의 팀플레이

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32

01. 

지난주 회사 안에서 조금 특별한 형태의 TF 활동이 하나 있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이라기엔 비교적 가벼운 포맷의 회의였고, 그저 아이데이션 수준이라고 하기엔 또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과 이야기들이 넘쳐났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활동들에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는 걸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마음 맞는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던 것 같습니다.  


02. 

프로젝트 회의가 끝난 뒤 제가 다시 주목한 건 '관점'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초기 아이데이션을 하는 회의들은 각자가 자신의 관점을 들고 와서 소개하는 자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양한 포인트에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자신의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제 관점에서 봤을 땐 이렇습니다'라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히려 제대로 기획을 시작하며 불을 붙여야 하는 단계보다 이런 초기 단계의 회의들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문화가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03. 

저는 늘 '좋은 관점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고, 어떤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야 하나' 하는 것을 큰 숙제처럼 안고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자주 반복한 말이지만 저는 좋은 기획이란 '좋은 관점을 선물할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같은 것이라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주거나, 기존의 관점을 변화시켜 본질부터 다시 들여다보게끔 하는 장치를 던져주는 게 정말 값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을 하든 혹은 이렇게 글을 쓰든 간에 작게나마라도 제가 하는 것들이 타인의 관점을 더 좋게 만드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04. 

재미있는 건 이 '관점'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늘 좋은 질문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지난주 프로젝트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거든요. 처음 보는 사이도 있어 서먹서먹할 수 있는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의미 있는 질문들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려고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대다수가 하고 있는 노력인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가 참여하는 그 수많은 회의들 속에서 수없이 던져지는 질문들을 떠올려본다면 솔직히 회의는 질문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05. 

다만 저는 그 속에서 조금 더 다른 면모들을 발견한 것 같아요. 바로 '관점'을 중심으로 한 문답이었죠. 이들은 모두 공통된 화법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거든요.  

정리해 보면, 

첫째,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할 수 있는 질문을 산정한다. 

둘째, 그 질문에 나의 관점을 먼저 적용해 나름의 해답을 풀어낸다.  

셋째, 나의 해답과 반대될 수 있는 관점에 대해 섣불리 방어하려 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에 해당하는 화법이 바로 그것이었죠.  


06. 생각해 보면 아주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애티튜드입니다.  

먼저 '지금 이 자리에서 공유되어도 누구나 금방 감이 잡힐 만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해 → 왜 나는 그 질문에 주목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소개하며 → 그 추론의 과정을 찬찬히 풀어내주는 거죠 → 그런 다음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이 나의 답변을 들으며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해 볼 수 없나?'라는 가능성을 펼쳐주는 겁니다. 굳이 초기 아이데이션의 단계에서부터 반박의 여지를 탁, 탁 쳐낼 필요는 없으니 말이죠.  


07. 

저는 어쩌면 이게 비단 회의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에게 좋은 관점을 선물할 때의 과정에도 정확히 빗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상대에게 어떤 질문을 하느냐, 나는 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느냐, 내 답을 듣고 나니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느냐를 공유하는 과정이 서로의 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기까요, 좋은 질문을 하고 좋은 답변을 끌어낼 수 있는 '생각의 준비운동'을 잘 시켜주는 게 관점을 다루는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08. 

제가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가장 깜짝 놀란 포인트가 있다면 바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입구에 있는 직원이나 안내소를 방문해 '무엇부터 보면 좋은지 알려줄 수 있나요?', '저는 이런 장소가 처음인데 어떤 것부터 봐야 이해가 쉬울까요?'라고 편하게 물으며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죠.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 해본 저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 너무도 신선하게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09. 

하지만 중요한 건 늘 안내하는 사람들의 대답이었어요. 오히려 '평소 무엇을 좋아하는지', 'A와 B 중에는 어떤 스타일을 더 선호하는지', '이런 장소를 방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는지' 같은 질문을 통해서 타인의 관점을 큐레이션 해주려는 노력을 진심으로 하는 게 느껴졌거든요. 덕분에 저도 올해 봄에 떠난 유럽 여행에서는 입장하기 전에 간단한 질문을 하며 도움을 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히 기대 이상의 훌륭한 대답을 받을 수 있었고요.  


10. 

의외로 이 관점이라는 게 나 혼자만의 개인플레이라기 보다는 타인과 관점의 각도를 맞추는 팀플레이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 관점에서 쏘아 올린 공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면서 또다시 내 관점에 다시 집중해 볼 수 있다는 게 관점을 다루는 가장 큰 매력일 테니까요, 서로의 질문과 해답을 공유하며 조금씩 나의 시선을 선명하게, 또 매끄럽게 다듬는 과정이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던져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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