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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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한 평론가가 '나는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다'라고 선언한 영상이 꽤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자기 계발서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자기중심적'으로 쓰여졌다는 점, 그렇기에 본인에게 해당되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편협한 검증 과정에 의존해 늘어놓는다는 점을 꼽으며 한 주장이었죠.
물론 그게 어떤 의미의 이야기인지 저도 크게 공감하는 바이고 특히나 작년부터 이어져오는 이른바 '성공팔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곁들여보자면 더더욱 중요한 주장이기는 하지만 늘 각자의 시각이 절대적인 지론일 수는 없기에 이 역시 가려 들어야 할 측면이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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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기 계발서에 크게 기대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하는 책이 보이면 일단 사서 읽어보려고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당연히 실패하는 책들이 부지기수지만 그래도 좋은 책을 골라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책을 만날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그런 실패 경험이 쌓이다 보면 어느덧 그 카테고리 자체를 외면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싫든 좋든 간에 일단 접근해 보고 또 실망해 보고 그 안에서 최소한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행위를 반복해야 조금이나마 좋은 것을 가려내는 눈이 길러진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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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왜 사람들이 자기 계발서라는 분야에 일종의 혐오를 가지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에 발길이 멈췄습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하면 왜 이렇게 양분된 시각이 존재하게 되었을까가 맞을 수도 있겠네요. 아마 여러분 주위를 둘러봐도 자기 계발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쪽이 존재하나 하면 반대로 자기 계발서에 가까운 책들만 읽는 취향도 존재하거든요. 오히려 큰 선입견 없이 두루 읽는다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이 자기계발서 분야는 호불호가 강하게 동작하는 영역임이 꽤 선명히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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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기에 대한 이유를 논하는 게 또 한 번의 논란을 부추기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어쩌면 '밸런스'이자 '핏'에 그 답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썰을 풀려고 하는가 싶은 느낌도 드시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 밸런스와 핏이 어떤 콘텐츠를 만들든 간에 꽤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적지 않게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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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도 각자의 기억을 더듬다 보면 이런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뭔가를 싫어하게 되거나 적어도 그 대상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 경우라면, 이를 둘러싼 특정한 근거나 이성적인 팩트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귀납적인 결론을 내린 후에야 '죄송하지만 저는 이제 이게 싫습니다'라는 형태로 반응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죠.
대신 꾸역꾸역 참고 참다가 어느 특정한 지점에서 분노 비슷한 것이 확 치밀어 올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 내가 대체 왜 지금 이런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럼 맞는 말도 곱게 들리지 않고, 지금껏 내가 읽어온 콘텐츠들 마저 모조리 부정하게 되는 시점과 마주하게 됩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콘텐츠와 나 사이에 감정선이 폭발해버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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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늘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중심적인 스탠스에서, 자기가 풀어내고 싶은 방식으로 전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마치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가게에 찾아가 '욕 좀 해주세요'라는 니즈를 풀어내는 것처럼 화자가 하고 싶은 대로 맡겨놓고 그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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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특정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성공 경험을 이야기하거나 생각을 전달할 때는 이게 좀 얘기가 달라집니다. 사실 우리가 상사나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이 사람... 약간 꼰대 성향인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도 그 사람이 하는 주장에 공감을 못한다기보다는 '이 사람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데...'라거나 '이 사람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 없이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말부터 내뱉는구나...'라는 뉘앙스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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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럼 스스로 뭔가를 배우고자 질문을 던진 사람이나 노하우를 얻고 싶어 책장을 넘긴 사람에게 그런 배려까지 해야 하나요? 본인이 아쉬워서 답을 찾으려는 거면 솔직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솔직한 것과 자기중심적인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저 역시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을 겪어본 것은 아니지만 콘텐츠를 통해 간접적으로 겪어본 것까지 합한다면 적어도 제가 경험한 솔직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달하기 위해 어떤 밸런스를 갖춰야 하는지, 상대에게 어느 정도 핏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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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자기 계발서를 쓰는 분들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과 관점, 철학과 가치관,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하고자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활용한 방법을 그저 소개 정도로 우선 설명해본 다음, 상대가 자신의 상황에 적절하게 매칭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말 강조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나는 적어도 이것만큼은 꼭 해봤으면 한다. 설사 당신에게 맞지 않더라도 분명 그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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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획과 브랜딩을 다루는 일을 하지만 내 머릿속과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정들을 맘대로 풀어놓는 것이 '나다움'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을 정말 매일매일 상기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날카롭게 상대를 찌르는 것만이,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표현과 방식들을 과감히 사용하는 것만이 '차별화'는 아니라는 생각 역시 깊게 새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전달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이 '밸런스'와 '핏'의 관계를 잘 이해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로 빠지지 않을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