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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Jul 17. 2021

회사를 다니면서 책을 쓴다는 것

《기획자의 독서》집필 후기

얼마 전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으로 글을 썼다. 그러자 적지 않은 분들께서 메일로, SNS로 질문을 주셨다. 어떤 책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부터 책을 내게 된 계기, 글을 쓰는 작업에 대한 물음까지 질문의 형태는 다양했다. 더불어 많은 분들이 축하와 응원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이번 주 책이 발간되었다. 출판을 결심하고 난 시점으로부터 꼬박 7개월 정도가 걸렸고 글을 쓰는 데는 5개월 남짓 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책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업무 중에 브랜드 아카이빙 북 같은 걸 만들어 본 경험도 있지만 '진짜 내 책'을 쓴다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수고로움이 필요했다. 


처음엔 집필 후기 같은 걸 쓰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익숙한 글 스타일도 아닐 것 같아서 브런치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질문해 주셔서 '한번 써볼까'하는 용기가 났다. 대신 내 개인적인 감정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보다는 문답식으로 풀어가는 게 좋겠다 싶었다.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또 브런치와 SNS를 통해 물어오신 분들로부터의 질문을 모아봤고 그에 답하는 형식을 택한 이유다.   


책 제목은 《기획자의 독서》다. 어떤 형태로든 '기획'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책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기획하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책을 대하면 좋을지를 개인적인 관점과 에피소드에 버무려 써 내려간 글이다. 미리 책을 접하고 질문을 주신 분들도 있고 책에 대해 전혀 모른 채 문의를 주신 분도 있어서 질문은 날 것 그대로를 옮겼다. 


내 책이 서점에 놓여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이상함이었다.  



Q. 출간 제의는 어떻게 받게 되었나요? 


2016년부터 브런치에 조금씩 글을 써오고 있었습니다. 가벼운 에세이 류의 글도 썼고 일에 관한 글도 여럿 썼고요. 이따금씩 주말에 글 한편씩 쓰는 게 힐링도 되고 생각도 정리되는 것 같아서 좋았거든요. 

그러다가 '기획자에게 독서란?' 제목으로 글을 한 번 썼어요. (하단 링크 참고)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책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에 관한 글이었는데, 그 글을 보신 출판사 편집자님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이 주제로 기획 출판을 해보면 좋겠다고 말이죠. 그래서 위즈덤하우스와 함께《기획자의 독서》란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Q. 브런치를 열심히 하다 보면 출간 제의가 자주 오나요?


다른 분들이 어떤 제안을 받으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몇 번의 출간 제의를 받았습니다. 대신 제안 주신 주제가 저와 결이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대부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비싼 척한 게 아니라... 정말 제 생각과 다른 주제라서 거절을 했습니다 ;;) 

하지만 《기획자의 독서》는 제 마음에 꼭 드는 주제였어요. 심지어 제의를 받기 전에 '기획자의 책'이야기를 해보려고 시험 삼아 몇 편의 글을 쓰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단 번에 출판을 결정했습니다. 



Q. 첫 책인데 5개월 만에 원고를 완성한 건 엄청 빠른편인 것 아닌가요? 


몇 편의 원고는 기존에 서랍 속에만 담아두었던 글을 끄집어 내 다시 썼지만, 대부분은 새로 쓴 글들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에피소드들을 배치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그런데 막상 쓰다 보니 어차피 제가 생각하고 겪은 일들을 글로 내려쓰는 작업이라, 생각보다 속도감은 더디지 않더라고요. 

다만 너무 개인적인 의견들이 마치 방법론인냥 전달될까봐 매우 조심하며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퇴고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던 것 같아요. 적절한 워딩과 표현을 찾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Q. 일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 과정이 궁금해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5개월가량은 제 주말을 꼬박 글에 바친 것 같아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글을 쓰기 시작한 작년 12월에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덕분에(?) 대부분의 약속을 다 취소하고 반강제적인 자가격리가 시작되었죠. 

그래서 주말에는 온전히 글 쓸 시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주중에는 머릿속으로 어떤 글감을 고르고 어떻게 풀어갈지를 대략적으로 그려본 다음에 주말에 그 생각을 글로 발산하는 작업을 반복한 거죠. 이 리듬이 제게는 의외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평일에 일하며 받은 무게감들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오롯한 내 글을 쓰는 시간이 참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 같아요. 



Q. 제목은 직접 정하셨나요? 후보에 오른 다른 제목들이 있나요? 


제목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었어요. 사실 저는 초반에 '독서'라는 단어를 쓰는데 부담감이 많았거든요. 독서라는 단어로 검색해보면 독서법이나 속독법 같은 책들이 많이 나와서 제 책도 그런 비법서(?)처럼 인식될까 봐 걱정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빙빙 돌아 다른 대안들을 찾기 시작했고요.

결국 이 부분은 편집자님과 출판사 측의 힘을 많이 빌린 것 같아요. 그리고 여러 차례 논의를 거듭하다가 《기획자의 독서》가 가장 명확하고 적합한 워딩이라고 판단했어요. 담당 편집자님께서 "아직 세상에 '기획자의 독서'란 이름의 책이 없는 것도 신기하다."라고 하신 말씀이 귀에 팍 꽂히더라고요. 

제가 처음 책을 쓴 이유도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온전히 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는데서 출발했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하고 나니까 이만한 제목이 없더라고요. (그 전에는 '기획을 잘하고 싶어서 책을 읽습니다', '기획자의 책 읽기', '오늘도 읽음' 등이 후보에 있었습니다.)



부제 역시도 많은 고민과 수정이 있었습니다. 책이 나오고보니 제목과 위아래 대칭이 잘 맞게 디자인된 게 특히 좋았어요!



Q. 책을 쓰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저는 제 글이 '잘 읽히는 글'이었으면 좋겠어요. 설사 제 메시지에 모두 공감할 수는 없더라도 내용이 지루하거나 독자를 붙들어 놓는 힘이 없는 책이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높임말로 글을 썼고 최대한 대화하는 느낌이 날 수 있게 노력했어요. 더불어 제 주장이 맞다는 식으로 무작정 독자를 끌고 가기보다는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포인트들을 짚어주는데 주력했습니다. 때문인지 주변 지인들은 제 책을 읽고서 '꼭 네가 말하는 것 같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로서는 성공한 셈이죠!



Q. 어떤 사람들을 위한 책인가요? 


꼭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라는 직함이 아니어도 기획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습니다. 제가 프롤로그에도 썼지만 저는 기획하는 사람에게 책은 일종의 '생존 수영'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기획자가 되기 위한 명확한 자격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획자가 되어서도 정해진 커리어 패스가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 이 망망대해에서 (최소한 빠져 죽지 않고)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생존하려면 어느 정도의 독서 부력이 필요한지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보고 즐기고 경험할 것이 차고 넘치는 시대지만 그래도 책은 늘 책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기획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책의 중요성,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그러니 기획자든 기획에 관심이 있는 분이든 아니면 그저 이쪽 세계가 궁금한 분이든 모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Q. 책 한 권을 완성하려면 어느 정도의 분량을 써야 하나요? 출판사에서 많이 도려낸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도 그랬나요? 


제 책이 판형(128*188*20mm)이 조금 작은 편이라 330 페이지가 넘어가는데요, 출판사에 넘긴 1차 원고를 보니 A4용지 기준으로는 약 90매 정도를 썼고,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는 약 880매를 썼더라고요.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총 24꼭지의 글을 썼는데 한 개의 글 당 A4 3-4 장 정도의 글을 쓴 셈이죠.  

그리고 저도 '편집자와 출판사 손을 타면 최초 원고에서 많은 글이 덜어내어진다'라고 익히 들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제 글은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다 담겼습니다. 이건 개인적으로 담당해 주신 편집자님을 너무 잘 만난 행운도 따른 것 같은데요, 중간중간 글의 방향을 잘 짚어 피드백 해주셨고 웬만하면 제가 쓴 원문의 내용과 늬앙스를 살려서 담아주셨어요. 덕분에 날아간(?) 글이 거의 없이 책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Q.  책을 내면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단연.... 목차 구성이었습니다. 글이라는 게 원하는 순서대로 착착 쓰여지는 게 아니다 보니 어떤 글을 어디에 배치할지를 정말 많이 고민했거든요. 그러니 글의 순서가 바뀌면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또 조금 손봐야 하는 표현이나 단어가 생기더라고요. 때로는 과감하게 에피소드 일부분을 통째로 옮겨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그래서 정말 마지막, 최종, 파이널, 진짜진짜 라스트 버전까지 편집자님과 많은 의견을 주고받은 것 같아요. 



Q. 책을 쓰는 동안 출판사 외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원고 피드백을 받았나요?


딱 한 분에게만 받았습니다. 저와 책을 읽는 스타일, 좋아하는 글의 형식뿐 아니라 평소 생각의 결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지인분이 계신데요, 그분께 제 글을 자주 보여드리며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는 주변 분들께 미리 글을 보여드린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혹시나 주변 반응에 휘둘려 제 스타일을 놓치게 될까 봐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거든요.     

  


Q. 글 하나가 끝날 때마다 '북마크'라는 에피소드가 담기는데, 실제 책에도 모두 실려 있나요?


네. 이번 책을 구상하면서 제일 첫 단계부터 구상한 포맷이었어요. 글 하나의 분량이 그리 짧은 편은 아니라서 어떤 식으로든 마지막에 조금 정리하는 성격의 여담을 붙이고 싶었거든요. 처음엔 명칭이 없었는데 집필하는 도중 '북마크'라는 표현이 알맞겠다 싶었어요. 어디까지 읽었는지 위치를 알려주는 북마크처럼 평소 살아가며 책갈피 하고 싶은 순간들을 글로 옮긴 것이기도 하니까요. 



일부 브런치에 올린 글 중 북마크가 없는 글들은 모두 책에 실어놓았습니다!



Q. 또 준비하고 계신 책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다음번에 쓰고 싶은 책은요?


아직........ 그런 구상은 전혀 안 해봤는데요. 그저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 아니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 다음 책을 써본다면 《기획자의 독서》의 연장선이 될 내용일 수도 있을 것 같고, 아예 다른 주제일 수도 있을 것 같고, 조금 가볍고 더 읽기 편한 에세이가 될 수도 있을 거 같고, 그동안 막연하게 끄적이던 소설일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요. 그건.... 그냥 희망사항이니 더 드릴 말씀이 없네요... 



Q. 책 한 권을 완성한 소감을 말해주신다면요?


제가 에필로그에 쓴 내용인데요, 말이 글로만 옮겨져도 그 무게감이 느껴지는 법인데 글이 엮여 한 권의 책이 되니까 스스로에 대한 작은 선언같이도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 자신부터 지키지 못할 약속이나 확신하지 못하는 내용은 절대 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어요. 그 과정을 겪고 보니 오히려 저 스스로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솔직히.. 너무 기분 좋아요. 내 책이라니.....!!!! 내 책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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