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일은 아티스트

당신과 나의 노동에 대하여

by 달강

나는 종종 기분전환 삼아 손톱을 다듬으러 간다.

나에게도 네일아트는 비싼 돈이 라 1년에 두어 번, 뭔가 기념하고 싶은 날이나 정말이지 이렇게라도 '사치'를 부려야겠다 싶은 날에 네일숍을 떠올리곤 한다.

가기 전엔 오늘이야말로 기필코 비싼 아트를 하고 오리라, 생각하지만 막상 가면 단색으로 바르고 나온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긴 하지만, 언젠가 로또에 당첨되면(?) 거금을 들일 수 있으려나 하는 망상도 곁들인다.


1년에 두어 번 네일숍에 가는 나지만, 네일아티스트를 접하는 일은 최소 10배 이상이다. 네일숍은 1인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은 업종이지만, 동시에 여러 사람을 케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고객이 늘어나면 한 명, 두 명 사람을 늘리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사업주는 근로계약서를 쓰거나 급여를 계산하기 위해, 근로자는 급여를 받지 못했다거나 4대 보험을 안 들어준다 등의 이슈로 노무사를 찾는다.


네일숍의 주된 이슈는 단연 '근로자냐'다.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을 포함한 노동법의 적용대상이다. 근로자를 고용한다는 것은 행정적으로는 4대 보험을 가입하고 근로소득세를 신고하는 정도의 의미고, 실질적으로는 근로자를 둘러싼 수백, 수천 개의 법조항의 준수의무를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자는 전적으로 사업주에게 경제적인 의존관계에 있기 때문에 그 의무에는 기본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고, 노동법은 애초에 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사업주는 근로자에 대해 수많은 '제약'이 생긴다.


그래서 소규모 사업장은 어떻게든 근로관계가 아닌 '개인사업자', '프리랜서', '용역' 등의 관계가 되길 원한다. 그게 가능한 업종 중 하나가 네일숍인데, 네일아티스트의 경우 기본급 보단 인센티브가 주된 수입원인 경우가 많고, 시술시간 외에는 출퇴근의 제약도 없으며, 시시콜콜한 업무지시를 받지도 않는다. 이러한 형태의 고용은 법상 인정되는 근로자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프리랜서나 용역계약이 유효하다.


하지만 일부 사업주는 '기본급' 위주로 주면서, 손님이 있건 없건 정해진 시간에 나와 가게를 지키기를 요구하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가게 홍보도 하며 본인 시술하는 것을 보며 공부도 하고 시간이 남으면 가게 청소도 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계약서는 인터넷에서 구한 '프리랜서'계약서를 작성하고, 4대 보험 미가입은 물론 최저임금조차 못 미치게 지급한다. 사업주의 바람과 달리 이러한 네일 아티스트는 '근로자'이며, 사업주는 4대 보험 미가입과 최저임금법 위반 등 온갖 불법과 위법을 행한 것이 된다.


네일아트 시술비는 그리 저렴하지 않지만 재료비, 관리비, 임대료, 홍보비 등을 고려하면 네일숍 자체가 크게 이익이 남는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근로자에게 모든 불리한 처우를 떠넘겨 이윤을 남겨도 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은 사업주의 몫이다. 그 몫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 이익을 계산할 때 유독 인건비를 유연하게 생각하는데, 인건비의 하한은 법에 정해져 있다. 내가 만 원짜리 재료를 천 원에 살 수 없듯이 근로자의 급여 또한 내가 깎고 싶다고 깎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에게 법에서 정한 급여를 주지 않아야 이익이 난다면 사업미진의 책임으로 적자를 감수하거나, 근로자를 고용하지 말아야 한다.


늦은 시간 상담한 네일아티스트는 지난 5년 간 정해진 근로일, 정해진 근로시간에 출퇴근하고, 사업주의 구체적인 업무지시와 관리감독 하에 일을 했다. 하지만 4대 보험 가입은 물론 3.3% 사업소득 신고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누적 미지급 급여가 4,500만 원에 달하는 지경에서야 경제적 곤란을 못 견디고 퇴사를 했다. 고용보험법에 따라 해당 근로자는 2개월 이상 임금체불에 따른 퇴사이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수급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사업주가 미가입한 탓에 실업급여 수급이 묘연해졌다. 사업주가 미지급한 급여도 이미 큰 부담인데, 4대 보험 가입을 이제 와서 해달라고 하면 3년 간 근로자가 부담했어야 하는 4대 보험료를 근로자가 일시에 납부해야 한다. 근로자는 3년 간의 4대 보험료와 미납한 근로소득세의 액수를 따져 보다 실업급여 수급을 포기했다.


네일아티스트들도 처음에는 타인의 지저분한 손톱을 다듬고 그 위에 그리는 예쁜 아트처럼 멋진 내일을 그리며 그 직업을 택했을 것이다. 내가 실력이 느는 만큼 그에 맞게 대우받고, 내가 시술한 결과물을 보며 만족하는 고객을 보고 보람을 느끼고, 그런 멋진 직업인을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다듬고 버려진 손톱만큼이 그들의 몫이었다. 재료비라는 명목으로 반이,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또 그 반이, 로열티라는 명목으로 또 반이.. 잘하는 건 근로자의 책임이지만, 그 대가는 사업주 몫이 되는 이상한 셈법. 어떨 땐 아티스트, 어떨 땐 근로자. 사업주의 이해에 따라 달라지는 네일아티스트의 노동은 팔레트 위의 쪼그라든 물감을 닮았다.


거칠고 마른 물감에 충분히 물을 묻히고 시간을 들이면 예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사업주의 욕심으로 쪼그라든 노동의 가치가 제 빛을 발하는 날들이 와야한다. 네일 아티스트들의 내일은 그들이 칠한 네일처럼 예쁘고 반짝이기를. 내 일에 정당한 대가를 받고 충분한 자부심을 느끼기를. 오늘도 내일도 바라본다.


챗지피티가 만든 네일아티스트의 이미지. 김하나는 허구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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