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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충호랑이 Jan 26. 2024

감성스테이는 처음이라

문과출신 프리랜서의 감성스테이 도전기

시작은 단순했다. 결혼을 하고, 청약에 당첨되고,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서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 제주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는 제주도가 고향인 분이고 나 역시 본적지는 제주이다, 제주에 있는 아버지 소유의 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중, 그 땅에 펜션을 지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갑자기 머릿 속에 떠오른 생각은 마치 대단한 아이디어를 만난 것마냥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살을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첫째,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1년에 열 두 번 여행을 간 적이 있을 만큼 여행에 푹 빠져 살았고, 지금도 내 삶이 여행과 같기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나에게숙박 공간이란 늘 설렘을 주는 공간이었고, 그런 공간을 직접 만든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둘째,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무리 힘들고 외로워도 사람은 사람을 통해 위로받고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고 믿기에 항상 사람을 가까이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내가좋아하는 공간을 만든 뒤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하며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란, 내 인생의 큰 의미가 될 것 같았다.


세 번째 이유는 조금 현실적이었다. 당시 나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었고, 안정적인 환경이었지만 대단히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또, 프리랜서로서 여러 가지 일들이 손에 잡혀 있었지만 무엇 하나 안정적이다 할만한 것은 없었다, 결국 안정성과 흥미로움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일이 나의 최우선의 과제였고, 그것이 숙박업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합당한 이유가 덧붙여지자다소 무모한 신축 스테이 도전기가 시작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제주 땅에 펜션을 지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 실제 설계업체와 계약하기까지는 한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의 불도저같은추진력이 위의 이유들을 등에 업고 엄청난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짧은 기간 동안 설계업체 선정, 초기 자금 마련 등의 과정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난관은 그 이후부터 시작이었다. 설계 컨셉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내가 그리는 공간은 어떤 모습인지 무엇 하나 명확하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갔던 아름다운 스테이공간들을 떠올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들을 찾아볼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소위 문과 몰빵인 사람이다. 나에겐 예술적 재능도, 수학적 재능도 정말 단 한 톨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내가 건축업에 뛰어든 것은 다시 생각해도 무모한 일이었다. 건축을 위해서는 예술적 감각은 물론이고, 공사비용을 비롯한 견적에 대한 총괄적 이해와 수적 계산능력이 필수라는 것을 간과했다. 아니 무지했다. 그래서 그렇게 용기 있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주변에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미술을 전공한 친구들, 스테이공간에 관심이 많은 선후배들, 그리고 평생을 목수로살아온 아버지까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건축이라는 분야에 걸음마를 뗄 수 있었다. 여기에 만나는 업체들마다 좋은 분들과 인연이 되어 부족한 나에게최적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그렇게 사람의 힘으로 나는 건축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차근차근 완성해나갈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서 모든 게 행복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는 절대 아니다. 그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난관은 계속되었고, 인간에 대한 혐오가 생길 때도, 돈의 무서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하나하나의 과정들이 외줄타기를 하는것처럼 불안의 연속이었고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은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준다는 말처럼 난관 뒤에는 어떻게든 해결책이 존재했다. 산 넘어 산 뒤에 결국은 평야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1년 6개월여간의 건축 과정이 약 한 달 뒤면 마무리된다. 아직 남은 과정이 많기에 어디에서 또 예상치 못한 난관이 등장할까, 마지막에 최종 빌런이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내 인생에 불안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특히나 프리랜서가 된 이후로 불안은 언제나 나의 습관과도 같았다그렇다면 설렘이 있는 불안 쪽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작은 단순했지만 과정은 단조롭지 않았고, 도전은 무모했지만 결과는 무리수가 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경험은 여전히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고, 불안은 끝없이나의 행동과 실천을 촉구한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도 기꺼이 더 무모한 일에 도전하며 경험의 스케일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문과 출신 프리랜서가 만든 감성 스테이에는 다른 건 몰라도 감성 하나만큼은 진하게 들어가 있음을 밝히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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