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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충호랑이 Jan 30. 2024

불안을 분산투자하는 방법에 대하여

한우물만 파서는 감당할 수 없는 불안

요즘의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다. 일단, 건축과 교육이라는 전혀 교집합 없는 분야를 동시에 진행 중이며, 그 안에서 끝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현할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변인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쉼 없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가” 대한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곤 한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나는 왜 이렇게 쉬지 않고 일을 벌이는가. 왜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일에 발을 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결론은 불안하기때문이다. 나는 태생부터 불안도가 높은 편이었다고 한다. 여기에 어느 정도의 환경적인 요인이 더해져 남들보다 불안도가 조금 더 높은 어른이 되었다. 이러한 불안은 나의 가장 큰 결핍이자 약점인 동시에 모든 행동의 발화점이 되었다.


프리랜서가 된 후, 어떻게 하면 이 불안을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프리랜서들이 쓴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먼저 프리랜서가 된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여기에서얻은 결론은 무엇이든 하고 보자는 것이었다. 생각은 불안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행동하지 않는 불안은 그 어떤 해답도 내놓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일단 닥치는대로 시작했고, 어떻게든 꾸역꾸역 맡은 일을 해냈다. 운이 좋아서 내가 들인 공보다 과분한 인정을 받을 때도 있었고,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로 돌아올 때도 있었다.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해야 했으니까 자존심 상하는 말들은 최대한 빨리 잊으려 노력했고, 작은 성취와 인정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나 스스로를 보호했다.


덕분에 10년이 흐른 지금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꽤나 많은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30년 전통의 장인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맡은 분야에서는 전문가 소리를 듣는 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실력도 성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내가 가진 불안을 해소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더 큰 불안을 촉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지키고 싶은 게 많아질수록 그것을 잃는 게 두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평생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불안을 어느 하나에 몰빵하지 않고, 분산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가령 A라는 일이 잘 되어가고있는 상황이 되면 재빨리 B라는 일을 찾아 나섰다. (누군가는 그럴 때일수록 A에 올인했어야 더 큰 성공을 할수 있었을 거란 조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A에모든 것을 걸었음에도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 생기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놀라울 만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혹여나 A가 잘못되더라도 B가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에 커다란 불안의 실타래가 풀리는 것 같았다. 불안이 해소되자 지치지 않고 A에 더욱 치열하게 매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고, B의 성공은 또 다른 기회를 열어주었다. 물론, 시작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난 C도 있었고, 소소한 벌이와 즐거움을 주는 데 그친 D도 있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뒤에는 C의 경험이 E라는 더 큰 성공의 기회를 불러오기도 했다.


인생은 알 수 없다. 그래서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 나에게 주어진 불안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면, 불안이 가진 긍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잘 활용해보려 한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기에 누군가에게는 이것저것 손대는 어중이떠중이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우물만 파지 않고 여러 우물을 경험해보았다는 것은 나의 가장 큰 무기이다. 도전하는 사람만이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안을 분산투자하며, 최대한 오래 존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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