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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충호랑이 Feb 20. 2024

불안할까봐 불안한 삶이란

내 안의 불안 들여다보기 1

몇달 전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너는 언제 제일 불안해?“ 열심히 답을 찾으려 했지만 선뜻 떠오르는 순간이 없었다. 대충 떠오르는 말들로 불안한 순간을 이야기한 뒤 내가 꽤나 불안을 잘 다스리는 사람인 것마냥 불안에 대한 해결책까지 떠들어대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언제 가장 불안하지?” 불안은 내 오랜 습관과도 같다고생각했는데 왜 답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을까.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답을 찾게 되었다. 나는 항상 불안하다는 것을, 정말 단 한 순간도 불안하지 않는 삶이란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러한 순간들 속에 조금이나마 덜한 불안도, 더한 불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나는 불안 속에 질식될 것 같은 삶을 하루하루 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잘 데리고 살아보려고 하루는 동력으로 여겼다가, 하루는 숙명으로 여겼다가 끝없는 마인드컨트롤 중일 뿐이다.


대체 나는 왜 불안할까? 알랭드 보통은 불안이 욕망의 하녀라고 이야기했는데, 나의 욕망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것인가. 아니면 성장과정에 문제라도 있었던 것인지, 오은영 선생님이라도 찾아가야 하나 별별 생각이다 들었다. 그렇게 실타래 같은 생각이 얽히고 섥힌 끝에 내린 결론은 뚜렷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불안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 내가 끝도 없이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나는 쉬는 날이 가장 괴로운 프리랜서다. 한달 일정을 나의 계획대로 잡아두고, 매일 매일 해야 할 일을 일정 수준 이상 해두고 온전히 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병이 있다. 그럴 때면 하루 종일 식탁 의자에 앉아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며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결국 나는 불안하지도 않아도 될 상황조차 내게 예상치못한 불안이 닥쳐올까봐 불안해하며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이런 삶이 아무 쓸모없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불안은 나의 가장 큰 동력이고 끝없이 행동을 촉구하기에 내가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로 쉬는 날 식탁에 앉아 구상한 프로젝트들은 나의 또 다른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건강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싶기 때문에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누군가 인생은 원래 불안의 연속이라고, 불안에는 끝이 없다고이야기하겠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내 마음이 더 이상 요동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불안할 때마다 글을 쓰기로 했다. 내 생각을 차분히 글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파도가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 속에 내 안의 불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불안을 다스리는 내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래 뭐 어쩌겠는가. 내가 이런 사람인 것을, 인생이 이렇게 불확실한 것을,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이지는 못해도 나를 토닥이며

따스히 말해줘야지. “불안해도 괜찮다, 다 지나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힘을 빼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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