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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as Jun 10. 2023

성격이 된 감정의 실체, 내면아이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해!

내가 생애 처음으로 감정의 실체인 '내면아이'를 경험한 때 2011년 봄을 공유하고자 한다. 아이라는 실체는 과거의 감정과 지금, 이 순간의 나의 감각을 구별한 순간 형체 없는 검은 에너지체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해!! '내면아이'의 구원이 시작된다.


'넌 ~이다 '라는 타인의 규정지어 주는 말, 달리 말하면 부모의 시선과 평가들 그리고 숨은 마음의 태도는 고스란히 아이의 모습인 척 가면을 씌운다. 부모 곁을 떠나 결혼으로 독립된 후에도 아빠의 계속되는 명령조의 어투를 이제 이상은 듣고 싶지 않게 됐다. 이 글은 그  상황에서 부모님과의 거리를 둘 필요성을 느끼고 난 , 성장 코칭이란 외부의 힘을 빌어 원해서 얻은 깨달음을 기록한 것이다. 이후로 더 이상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있기 싫었다. 나의 잃어버린 유아기를 애도하며, 화석처럼 굳어버린 나의 어린 시절의 그 아이를 구제해야만 했다. 그렇게 우리가 만나기 시작했다.




존 브래드쇼의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라는 책을 보면서 과거의 갇힌 트라우마의 원인들을 더 구체적으로 파헤쳐 스스로 치유하고 싶었다. 오래된 기억들을 바로 어제 일처럼 간직하고 있던 터라 계속해서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난 여전히 그때의 기억들로 각성된 상태였다.

셀프로 치유를 하려고 하니 그 저자가 말한 '내면 아이'란 명칭 때문에 사건마다 '아이'가 여럿인 것처럼 분할되어, 혼자서  해석하기에는 오히려 트라우마에 정신분열증까지 덧붙일 것 같았다. 이는 대학원 수업을 받는 중,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히스테리 여성들의 증상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관찰하며 그 증상의 원인들을 찾기 위해 자유연상법을 이용해 밝히려 했던 프로이트의 글들을 접하게 된다. 브래드쇼의 저서를 보고 몇 년간 이해되지 않은 부분을 해당 과목 교수님께 여쭤보았다. 마침 수업에 참여한 분이 존 브래드쇼를 읽으셨다면서, 이 책이 어린 시기에 상처가 있는 분들에게 추천할 만하며 프로이트를 공부하면서 참고로 함께 이해를 돕는데 용이하실 거라는 의견을 내놓으신 덕에, 내 질문이 시작된 것이다. 난 존 브래드쇼의 '내면아이'라는 용어자체가 트라우마 당사자에겐 사실은 너무도 자기 이해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았는데, 수업 중 교수님과의 대담으로 답답한 의식이 통합되는 경험을 하게 되어 나로서는 정말 알차고 놀라운 수업으로 기억하고 있다.


"질문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면아이'란 것이 제가 읽었을 때는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개념과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요. 가 개인적으로 스스로 그 책을 읽고 이해하려고 했을 때, 전 정신분열증에 오히려 걸릴 것 같았거든요."


"음, 아무래도 영미권에서는 대중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있게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추세이긴 하죠. 그러한 용어를 사용해서 설명한 흐름이 있죠. 그런데 만일 말씀하신 그런 의미라면 프로이트가 말한 것과는 다릅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거지 인간을 어떤 분할된 부분으로 말하지 않았거든요. 무의식은 의식되지 않은 것을 탐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두드리는 지하실과 같은 것으로, 누구나 두드릴 필요는 없지만 두드리고 싶은 사람은 열어보는 거죠. 또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인간의 통합적인 이해로 접근하였으니까.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라는 설명을 들었다.


아~ 정말 그렇구나. 찜찜한 궁금증이 이해되는 순간 뭔가 엉킨 것이 한순간에 금새 쏵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어떻게 40여 년 간 풀리지 않던 것이 말 한마디에 이렇게 풀리지? 효과 좋은 언어로 된 백신 한방을 맞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치 평생 처음 공부하는 사람처럼, 다시 학문이란 이런 거구나라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언어들... 그 언어들을 갖은 지성인들에 어서 빨리 접근해야 했다. 그 느낌은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 청량한 맑은 숨결, 그 공기가 내 몸을 맑게 해주는 그런 청량감이란 경험이었다.


질문은 내면아이의 실체에 대한 의문과 내가 품은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강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질문은 답을 얻을 때까지 절대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이 에피소드는 인간이해를 위한 통찰적 사고에 대한 저명한 학자의 무의식 작용에 관한 연구력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기쁨이었다. 그 덕에 내면아이의 실체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 명확해졌고 더불어 나의 정신도 평온하고 안정됨을 느꼈다.



벌써 세 살 된 예쁘고 총명한 딸아이가 있다.


“엄마. 아~ 아~ 안돼.” 아이가 어렸을 때의 나처럼 징징 거린다.


“천천히 해봐. 이렇게 하면 되잖아.”징징거리는 소리가 벌써 너무도 싫다.


“아~ 아~ 안되잖아!” 아이가 점점 흥분한다.


“이   하  고.” 꾹 참아가며 말해 보지만 아이가 반복적으로 징징거리는 것이 며칠이다. ‘절대 아빠처럼 때리거나 화내지 않을 거야’를 평생 되뇌었던 나다. 절대 안 돼! 절대. 정신 차려! 하지만 어느새 난 아이의 두 팔을 강하게 잡고 “제발, 좀. 그만 좀 해. 그만하란 말이야” 아이를 때리진 못하고 어느새 정신없이 불쑥 흔들어 된다. 제어할 수 없이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짜증스러운 분노들이 나를 휘감아 버린다.


‘몇 분이 지났을까? 내가 무슨 짓을 하지? 아! 안돼, 안. 된. 다 했. 잖. 아! 아~~ 너도 똑같은 인간이구나! 네가 그렇게 비난하고 증오했던 아빠처럼 행동한단 말이야?’ 부모와 같은 수치를 보는 순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미칠 것만 같아. 왜 난 이런 삶이란 말인가. 벗어나고 싶어. 제발’ 순간 생생한 기억들이 다시 되살아난다. 



“뚝 그쳐! 그만 울어 울려면 나가! 이놈의 가시네야. 나가.”


“안 해 안 해 하지 마!”


아빠가 반항하는 나를 어느새 거꾸로 들어 대나무로 여기저기 마구 때린다. 미친 듯이 울어대는 나를 보고, ‘아빠는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걸까?’ 아빠의 분노가 강하게 쥐어트는 매서운 손에서 느껴진다. 계속되는 울음은 그치질 않는다.


“나가 나가라고!”머리채 잡아 나를 끌고 간다. 발버둥 치는 나를 바닥에서 떼어내어 현관 밖으로 던지듯 밀어내 문을 굳게 닫아버린다.



내 나이 겨우 6~7세, 언제부터 맞았을까? 8세부터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5세엔? 가끔 맞았을까? 유아기 내내 짜증과 울음이 많은 나는 그렇게 아빠의 신경을 건드는 바람에, '맞아야 그치지.'라는 아빠의 가르침이라는 명분아래 누구의 보호도 없이 그 상황에 방치 됐다.  어리숙하고 그릇 된 훈육법, 찬란해야 할 인생이 마흔이 넘어서도 온몸에 새겨져 생생한 기억으로, 꿈속에서는 더한 어둠의 악몽들이 펼쳐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나에게 없는 새로운 의식과 관념을 묘목처럼 심어 넣지 않은 한 제어할 수 없이 계속되는 현상이었다. 유아기의 폭압적인 경험이 한 사람의 감각 기능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 부모의 삶의 고통이 함께 느껴지는 순간들,  수년간 이어온 세대의 아픔을 끊어야 할 사명이 내게 있었던 이유다. 육아서를 쉴 새 없이 봤다. ‘잘못된 대물림에서 제발 벗어나고 싶어!’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몸으로 기억된 분노를 풀어내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에게 모두 전이될 것 같은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모든 방법들을 섭렵하면 내 몸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너의 부모는 모든 것이 잘못 됐어’라고 속삭이는 듯 분노가 더 커져 통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안전해야 할 가정이 주체할 수없이 흔들리는 듯했다.


 심신이 지쳐버린 나는 둘째 아이 임신 중에 상담소들과 성장코칭이라는 프로그램을 동시에 헤쳐 나가며 시한폭탄이 되어버릴 감정들을 해소해야 했다.  지옥과 같은 삶을 되풀이하며 기억되는 나의 실체들을 ‘목숨을 걸고 이 삶 전체를 뿌리째 뽑아버리고 싶어!’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유아기부터 반복되는 부모의 폭언과 폭력으로 무감각해져 버린 형제들, 그들도 모두 내면아이에 갇혀있어서 내겐 그들의 삶에 깊은 상처 또한 보인다는 것이다. 이제는 형제들에 의해 비슷한 시선들이 반복될 것 같은 우려로 우리 아이들에게 다가올 미래가 더욱 두려운 나는 대학원 경험 4년으로, 내면아이의 발악을 겨우 이해힘을 만들었다.



나를 스스로 구원하고 싶은 간절함이 날 그렇게 이끌었다.



내면아이에 대한 정의는 많겠지만 나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자 한다.

"내면아이"대상관계이론의 심리학적인 개념으로, 일상적인 의식과는 다른 무의식의 영역에 속하는 내부적인 어린아이를 가리킵니다. 내면아이는 개인의 성장과 발달 과정에서 형성되며, 감정, 욕망, 상상력, 상처 등이 담겨 있는데, 종종 특정한 상황에서 나타나거나 꿈에서 등장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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