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에 앞서 통찰력이 있으려면
"안되면 완전히 버리고 다시 해야 해."
왜 악몽은 계속될까?
어려서 꿈속에 펼쳐졌던 불편한 판타지, 땅바닥에 파인 구멍 속에 본 적 없는 괴기한 동물들이 상반신을 내놓고 밖으로 솟아있다. 또는 수없이 높은 계단에서 미끄러져 엉덩이를 찧어가며 바닥을 향에 끝도 없이 떨어진다. 또 다른 꿈은 어떤 괴한들이나, 귀신들에게 하염없이 쫓긴다. 또는 어두운 집 안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들, 문뒤에서, 벽장에서 그리고 옷장에서 나오는 귀신들에 곧 잡힐 듯 소리치며 도망간다. 최악의 꿈은 아무리 도망가려 해도 온몸이 마비되어 그대로 굳어 버리는데, 엄청난 공포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견딜수 없어 잠에서 갑작스레 깬다. 이 끝없이 펼쳐지는 꿈들은 아동기에 가장 심했고 청소년기를 거쳐, 청년기까지 가다가 내가 취업한 후에 서서히 사라졌을까? 그러고 보면 현실의 정서와 감정들은 자는 동안에 꿈에서도 비슷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그리고 서른 즈음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나름대로 괜찮았다. 대학을 2등으로 들어가고 졸업은 1등으로 했다. 취업은 특채로 들어가 비서활동을 했다. 퇴사 후 다시 부푼 꿈을 안고 학사편입을 7개월을 준비했다. 사대는 떨어졌지만 인서울은 통과했다. 보결 5번이지만 운 좋게 영문과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토요일에 받았다. 하지만 셤보는 당일, 새벽 5시 서울로 출발하기 위해 새벽 밥을 먹었을 때 아빠가 하신 말, "어차피 떨어질 것 가지 마."라고 했던 말에 응수로서만 필요한 결과물이었지, 난 그 방향으로 가질 않았다. 양손에 떡을 쥐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형세로 너무도 억울하고 답답하고, 하지만 알고 있었잖아 그럴 거라는 거, 그냥 너는 나름대로 무언가 잘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잖니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다시 대학연구소에 취업했다. 중소기업을 다니다 벤처기업을 다니니 경영자의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그는 연구원을 손아귀에 쥐질 못해 안달하는 밴댕이 속알 딱지만 한 마음자리를 가진 찌질이 연구소 사장?이었다. 본사는 서울에 있어서 지역에 소재한 바지사장 격이었다. 그 사장은 다른 말로는 사내 성추행범이었다. 내가 컴퓨터 행정작업을 하는 동안 갑자기 연구성과를 얻었다며 저기 멀리서 복도에서 후다닥 뛰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뒤에서 앉아있는 나를 안듯이 어깨 쪽을 감싸며, "아니 여기 이렇게 해야지." 하며 마우스 쥔 손을 감싸면서 얘기하고, 동시에 업무얘기를 했다. 불시에 일어나는 일이고 난 이전에 기획한 교사진입에 실패한 신세라 이번은 이 회사에 열심히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며 다닐 마음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행동하지? 순간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이 두세 번 더 일어나, 나는 용기를 갖고 부도덕과 부정의에 맞서 말했다.
"사장님, 만지지 마시고 말씀하시죠?"
"응? 뭘?"
"만지지 마시고 말씀하시죠!"
"어? 아~." 하면서도 행동은 멈추질 않았다.
다시 나는
"사장님, 만지지 마시고 말씀하시라고요."
그때 서야 행동을 멈추고 다음 날엔 예상치 못한 일이 시작되었다. 3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이직 종용 가스라이팅
"oo 씨, 아니 이렇게 고급인재가 여기 있으면 되나? 다른데 가면 훨씬 돈을 많이 받을 텐데 안 그래요?"라는 말을 3개월 듣게 되었다. 그 쓰레기 같은 인간이 지금 말하면 가스라이팅을 하려고 했던 건데, 까짓것 이렇게 추잡한 곳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 너로서는 잘한 결정이다. 그래, 잘 해라! 그렇게 해라!'
이전에 학교 추천으로 들어갔던 회사에서 회장님이 그러셨지. 우리 부서 사람들이 퇴직 선언 후, 3개월을 괴롭힐 때 회상님은 회사를 그만두기 며칠 전 회장실에서 전화로 호출을 하셨다.
"네 회장님. 비서실입니다."
"아야, 이리 와봐라."
"어, 그래 왜 그만두냐. 말해봐라."
"네, 제가 여기서 여자로서 오랫동안 다니기 힘들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편입시험을 보려고 합니다."
"그래, 그게 뭐냐?"
"네, 학사로 편입을 해서 저는 특수교육학과 교사가 되려고 합니다. 지역에서 몇 군데 없긴 하지만 그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도전하고 싶습니다."
"아, 그래, 교사면 여자로선 최고의 직업이지, 그래 너로서는 잘한 결정이다. 여기 이거 받아라. 얼마 안된다."
"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야. 그거 받아라. 얼마 안 되지만 보태써라. 그래 잘해라!그렇게 해라!"
"네? 아... 감사합니다. 회장님."
갑자기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뭐랄까. 돈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마음이었다. 이런거였나? 이상하다. 왜 물질이 정성으로 느껴지는지. 마음은 물질과 연결된 것이었나? 순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분명 난 감사함을 느꼈다. 너무나 감사했다. 진정으로 감사했다. 과장님도 같은 부서 동기도, 그리고 다른 부서 입사 동기들, 선후배들, 모두 나를 외면했었다. 그리고 우리 아빠, 나를 맹비난했다. '미친년'이라고.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회장님의 말씀을 되씹으며 공부했다. 그때부터 내 꿈이 바뀔 수 있다는 경험을 처음 했다. 회장님은 꿈속에 나타나서도 날 응원했다. 그렇게 버텨서 본시험이고, 내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이제 새로 다시 취업을 해서 온 곳의 사장은 인간말종이라니. 난 당장 다시 그 꿈을 다시 실행해야 된다고 생각하여 벤처회사는 과감히 나왔다. 한 달 후 그 회사의 팀장님이 우리 집에 두 번씩 전화하여 다시 일 하자고 설득을 해댔다. 난 가지 않았다. 선생님이 못 되면 다시 공무원을 하면 되지 하고 공무원 공부를 3년을 했다. 편입공부를 한 가닥으로 첫 6달은 좋은 점수가 나왔다. 그런데 해가 지나면서 나는 몰입하지 못하면서 점수가 지지부진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삶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마침 형제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업이 한참 활기가 넘쳐 있었다. 얼렁뚱땅 3년의 공무원 수험생 생활을 마치고 형제들 사업에 합류했다. 다시 난 비서생활하듯이 매일이 노는 날이었다. 다시 천국이었다. 그 시절에 만난 사람이 지금의 남편 나르다. 나르를 만나 하염없는 낙인찍기 놀이하며 비난어와 싸우다 보니 심신이 지쳐있었다. 결혼 생활 3년 차 둘째 아이는 뱃속 아기는 8개월이 됐다. 굉장히 공허했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 같았다. 그 해 달은 6월이었다. 햇살 가득하고 선선했다. 신선하고 따스한 나무 그늘 아래 있지만 외로웠다. 갑자기 아, 여기 내 모교지, 교수님 만나야 겠어. 지금 다니는 상담사들은 뭔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그들은 진실되지 않아. 어른다운 사람과 얘기하고 싶어.
지금 당장.
그렇게 느닷없이 교수동에 찾아갔다.
운명의 장난인가 교수님이 계셨다. '아 감사합니다. 하나님.'
믿지도 않은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올렸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어? 누구냐 아! 내가 너 점수 많이 줬을 텐데. 그렇지?"
"아, 네, 기억하시네요. 잘 계셨나요?"
"어 그래, 어떻게 지내냐?"
"지금은 결혼하고 임신 8개월이에요, 첫째랑 남편은 밖에 있어요. 제가 기다리라고 했어요. 교수님 만난다고요."
"어 그래. 같이 오지 그랬니."
"아니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교수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갑자기 오게 됐어요. 죄송해요."
"그래, 어떻게 지냈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그렇게 짧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인생 풀 스토리를 줄줄이 하소연하듯이 얘기드렸다. 40분 얘기했을 까?
교수님이 하시는 말들이 모두 내가 육아서 100권을 읽으면서 정리했던 내용 중 핵심적인 것들만 줄줄이 나와서 너무도 놀라웠다. 아 교수님은 그 의식이 완전히 체화되신 것 같아. 내가 그 상태가 된다면 삶이 바뀌지 않을까? 순간 번뜩였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잖아. 애가 이제 둘이 되고 난 돈도 없고 뭘 할 수 있을까?
삶의 예술가로서의 통찰력이란
그리고 여기까지 돌아오는 '삶이 너무도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바뀔 수 있을까요?'라는 마음의 소리가 커져가고 있었다.
"그래, 남편하고 애가 기다리겠다."
"아 예, 다음에 데리고 또 올게요 교수님, 애도 기다릴 것 같아요."
"그래 애는 몇 살이야?"
"네 지금 세 살이에요."
"그래 어서 가봐 기다리겠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뵐 게요 교수님."
"응 그래, 행복해라, "
"아, 감사합니다." 하고 돌아서려 하는 순간 정말 간절한 질문이 마지막에 하나 떠올랐다.
"아 교수님 그런데 모든 것은 선택을 잘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순간 그 선택할 때 통찰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은데, 그 통찰력은 어떻게 생기나요?"
"계속 생각해, 답이 나올 때까지."
"아~어떻게 하면 되나요? 혹시 교수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산책하지. 왜 그렇지,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나도 그 사람이라면 그렇게 했을까?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닐까? 하면서 산책하면서 생각하지. 아 그런데 너는 여자니까 밝은 곳에서 해야지."
"아, 그런데 교수님, 저도 늘 많은 생각을 하고 또 하고 그러는데.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해도. 했는데도 안되면 어떻게 하나요?"
"그때는 완전히 버려야 해. 잘못됐다는 거니까. 다시 해야 해."
"아, 네... 교수님 너무 감사드려요. 이제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살아라."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이란 집착을 버려야 하는 것이란 걸 알았다. 그 결단, 있던 것들을. 쌓았던 생각들을. 완전히 버릴 수 있는 마음. 그게 가능할까? 변화란 기존의 자신과 결별이며, 고정된 관념들을 벗어 버려야 하는 건데, 그럴 용기가 내게 있는 것인가? 다시 교수님이 대단해 보였다. 그들은 예술가 같았다. 애써 만들어 놓은 도기를 깨는 장인과 같아.
삶의 예술가.
나도 그 길을 가고 싶다.
가족과 손을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