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한 지 4년이 지났다. 아이의 방은 책으로 뒤덮인 창고가 된 지 벌써 4년째, 보는 눈은 지저분해지지만 그 좁은 공간 벽 한 켠에 놓인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 한적한 다락방에 숨어 있는 듯 편안한 느낌이 든다. 아이가 이 느낌이 좋아 이방에서 한참 동안 나오질 않은 건가?...
이 방 주인공 딸의 책장 모습이다. 마치 어지러진 우리집의 모습같다. 그 혼돈 속에도 질서는 있지만... 아이의 내면은 정리되어 있을까?
이제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바닥에 누우면 허리밑이 당기고 뻐근하고 지끈거리고 골반쪽에서 열이 나는 듯 아프다. 전날 막노동을 많이 한 사람처럼. 이 증상은 새 아파트로 이사한 이후부터 지속된 증상이다. 언젠가 낫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낫질 않는다. 나도 엄마처럼 몸이 늙었나 보다. 지금은 이 동네가 정이 가는 건가? 익숙해져서일까? 확실한 것은 예전에 살던 곳보다 공기가 청량해서 그냥 기분은 괜찮은 곳이다.
난 여길 오기 싫었다. 내 옆에서 초등 4학년에 머물러버린 악당 남편이 있다. 오로지 자신의 재미와 자신이 번 돈이 주머니에 얼마가 남았냐만 계산하며 연연하고 있는
"나는 타노스다."
를 소름 끼치게 외치는 어처구니없는 사람. 그 악당이 내 의견을 무시하고 이사 온 곳이라 마음이 잡히지 않은 상태로 벌써 4년이 흘렀다.
그때 그 악당이 내게 그랬지.
"네가 이사하냐. 이사는 돈이 했잖아. 뭐가 힘들다는 거야."
속이 부글거리게 하는 말. 이제 대꾸도 하기 싫다. 그 말들이 남긴 상처가 내 몸에 그대로 쌓여있고, 더불어 정리되지 않은 아이 방의 흔적들이다.
'뭐 그래도 난 상관없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게 더 편하다.' 그 악당하고 반응하게 되면 미친년 날뛰는 심정이 되어서 이제 한참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