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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as Jun 18. 2023

가장 뜨거운 눈물

사실 헤어지는 게 맞겠지

(오늘은 불편한 내용이 담겨있을 수 있습니다. 폭행에 대한 트라우마나 분노가 있으신 분들은 주의를 권해드려요.♡)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돌아보지 마 앞만 봐,

그리스 신화의 얘기로 시작해 볼까요? 첫째 아이 유치원시절 새벽 3-4시까지  아이에게 신나게 읽어줬던 책 중 신화 얘기가 생각납니다. 오르페우스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여신 어머니와 태양신이자 음악의 신으로 알려진 아폴론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아버지에 관해서는 확실치 더라도 그는 타고난 음악가였어요. 오르페우스는 숲의 요정인 에우리디케와 결혼을 했는데 아내가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의 구애를 피해 도망가다가 독사에게 물려 죽게 됩니다. 오르페우스가 사랑하는 아내를 지하세계에서 구하기 위해 찾아가서 하데스의 허락을 받고 지하세계를 완전히 지나가기 전까진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합니다. 그런데 그는 아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걱정되는 마음에 뒤를 돌라보자 아내가 돌로 변해버려 아내를 다시 잃고 아내는 지하세계에서 함께 빠져나오지 못했던 이야기가 오늘은 마치 제 얘기 같습니다.


몇 안 되는 중ㆍ교등학교 때 친구들은 제 얘기를 듣고 애는 버리고 당장 이혼해야 한다고 말했죠. 그런데 저는 나르의 집안을 결혼한 후에 봤기 때문에, 아이들이 있어야 할 곳이 지옥이 펼쳐지리라 생각됐어요. 그들은 정말 정상적이지 않으니까요. 사실은 헤어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아버지 댁을 가면 천장 전면에 8절지 만한 인물사진이 1-2개가 있습니다. 작은 사진들도 몇 개씩 있고요. (나중에 게 됐지만 교주 사진이었어요.) 시댁 시골에 들어서는 순간 폐가처럼 굉장히 허름하게 느껴졌었어요. 그리고 쇠똥냄새가 강하게 풍깁니다. 저는 어려서 외할머니 댁에서 반복적으로 혼자 보내져 여러 번 지냈기에 그 냄새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시댁은 작은 마당이 딸린 협소한 이어서 냄새가 더 강하게 풍겼어요. 그리고 그 집은 지대가 평평하고 골목안쪽에 거처했기에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왜 두려움이란 마음이 올라올까요? 거부하고 싶었습니다. 다 썩은 듯한 녹이 잔뜩 든 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강아지가 있었는데 그 강아지는 외양간 작은 마루 아래 목이 묶인 채 앉아 매우 떨고 있었어요. 나와 같은 마음인 것 같았죠. 밥을 안주는 걸까? 추운 걸까? 하지만 전 남편에게 기대는 마음으로 견뎌야 했습니다. 전 임신을 했으니까요. 마당에 들어서자 공중으로 퍼지는 교향곡이 울려 퍼졌습니다. 참 생소한 느낌이었죠. 내 마음은 두렵고 불안한데 아름다운 노래라니? 그런데 시골이라 자유로운가. 동시에 이웃 사람들에게 험담을 듣지 않나 걱정이 앞섰어요. 그리고 허름한 차림새에 시아버지가 나오셨죠. 낯선 사람들.


남편의 가족들은 그냥 낯선 사람들입니다. 낯선 이들이 왜 이렇게 전 무서울까요? 어려서 4-5살이 됐을까요? 눈을 떴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전 당시 담요나 베개를 늘 들고 다녔던 저를 기억합니다. 일어나자마자 울음이 터졌어요. 아무도 없었기에 너무도 무서워서요. 베개를 가슴 앞에 안고 맨발로 하염없이 엄마를 부르며 어느새 빨간 대문을 열고, 긴  골목을 촉촉한 땅을 밟고 나가며 울었는데, 3미터 앞일까요? 정면엔 벽이 보이나 왼쪽으로 꺾어가면 큰 대로가 나오는 집이었어요.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정면에 어떤 허르스름한 장발의 거지가 담벽 밑에 있는 크로바식물을 뜯어먹다가 제 울음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면서 동시에 수치심과 불안의 눈초리로 허리를 채 펴지도 못하고 얼굴을 살짝 숙이면서 저를 쳐다보는 것이 너무도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더 크게 울어댔어요. 그 왼쪽 밑으로 쭉 가면 경찰서가 있다는 걸 저는 알고 있어서였을까요? 엄마는 늘 뽁쥐온다 뽁쥐와 경찰이 잡아간다라며 달랬거든요.


교수님은 그랬죠. 제가 임신 중 느닷없이 교수동에 음료캔 몇 개를 검정비닐에 싸서 가져가서 제 인생을 줄줄이 얘기했을 때, 지성인인데 그런다고?가족인데?라는 본능적인 반응을 하셨어요. 지성인, 그래 대학까지 다 나오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회사에 다니고 스스로 그렇게 엘리트라고 자부하면서 왜 탐욕의 노예가 됐을까요? 지식은 사람을 키우지 못하고 옳음이 무엇인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으로 느껴지는 이 수치는 왜 제 것이 되어갈까요.


이런저런 힘을 끌어모아, 남편이 어차피 자신의 언어을 빌어, 그에 의해 쓰레기처럼 쓰일 돈을 저는 구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원 노래를 불러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날마다 위협을 했지요. 왜 돈은 주면서 위협할까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는 인생이 술 취한 괴한 같습니다. 2016년 입학하고 사건은 2016년 12월 31일에 폭력이 터졌어요. 지금도 남편은 라면, 스낵, 빵 등으로만 식사를 대용하고 싶어 합니다. 그 행위를 작년 내내 하다가 최근엔 생활비를 35만 원 정도 뺏기 때문에 그 돈으로 조금씩 자신이 직접 마트에서 장을 보더라고요. 자기가 버는 돈을 왜 너한테 줘야 하지 여전히 못마땅해하는 것 같습니다. 본래 자신의 내심을 늘 비난으로 하기에 그리고 그때그때 말이 바뀌기 때문에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이 뭔지를 모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하튼 그때도 너무도 이상했죠. 자기만의 기획이 있었는데 지금이다 싶은 것 같아요.



라면을 끓여준다며 갑자기 12시에 뽀글이를 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너무 수전노라 더러워 보였죠. 자신은 나한테 서비스한다 생각했겠지만, 이제 새해가 되는데 여전히 이게 뭐지?라는 생각에 기분이 참 더러웠습니다. 그래서 더럽게 왜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오냐 몸에 좋지도 않은데 난 그릇에 담아 먹겠다며, 그릇에 넣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욱하더니 먹지 마라고 하길래, 순간 어이구하면서 그가 먹고 있던 라면 위에 그 봉지를 살짝 담갔더니 사달이 일어났었죠.

"그래 오늘 날 새기로 맞아봐." 하면서 권투 하는 자세를 하며 제자리에서 뛰면서 제 몸을 한 대씩 때리더라구요. 그 행태가 무섭기보다는 우스웠습니다. 뭐 하자는 건지. 저게 인간인가? 저는 어려서 부당하게 아빠에게 맞아서 그런지 그런 모습은 부당하게 보였고 저는 그땐 대항하게 됩니다. 그러다 아이가 옆에 있었기에 순간 바로 정신이 차려졌고 이제 그만하라고 소리쳤죠. 그래도 때리면서 자세를 풀지 않으니 바로 장소를 옮겨가면서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계속 따라다니면서 때려댔습니다. 우스웠죠. 그러다 그만하라고!! 하면서 거실에서 집안 한 바퀴를 돌다 소파에 앉았더니, "날 새기로 맞아봐. 내가 그동안 참았는데 나도 못 참아. 오늘 결판 내!"라며 앉아있는 저를 서있는 상태에서 양다리로 제 다리를 번갈아 차대며, 손으론 팔을 공중으로 휙 올리더니 오른뺨을 찰싹, 다른 팔을 휙 올리더니 왼뺨을 찰싹, 다시 이전에 때린 팔을 훅 올리더니 오른뺨을 찰싹. 신기하게 반동으로 얼굴이 이쪽저쪽 움직여서 대응할 틈이 없었어요. 아이는 내 옆에 바로 붙어있었죠. 그게 인간일까요? 그냥 정신병자겠지요?


우리 아이가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저는 몇 주 지나지 않아 아이가 다니는 피아노 원장님께 상의하게 됐어요. 무척 놀라면서 여성의 전화를 핸드폰으로 보내주셨어요. 신문에서 보셨다면서. 정말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8회 정도 상담을 했을까요? 여성 상담사 분은 마지막 당부로 제게 그랬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이는 무조건 부모가 이혼하길 바라질 않습니다. 아이도 자신을 먼저 생각해요. 앞으로도 여성의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요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여성의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 아, 내게 그런 힘이 있나, 지금 내 앞가림도 못하는데라는 벽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 다시 제자리, 다시 제자리, 그 사람의 꿈이 부자가 되는 것이었던 것처럼 저는 정말 화목한 웃음 짓는 가정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렇게 절망스럽듯이 그 사람도 너무도 억울하고 절망스럽나 봅니다. 그런데 이해해 주기 싫군요. 남편의 갑작스러운 탐욕발작은 수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괜찮아 잔잔하다 싶으면 그 안전함을 못 견디고 발작합니다. 거드름 피우면서 허풍선이 같은 말들을 일상톤으로 하기 때문에 늘 듣고 당하는 기분이 들죠. 하. 귀를 열면 안 되는데 제 성격상 너무 경청합니다.


저는 남편이 폭행했을 때 내 평생 처음 느껴보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 인생 전부에 대한 한맺힘과 후회 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절망의 눈물? 그리고 네가 참 가련한 상황이라는 분리된 상황이었어요. 그게 진짜 내면의 저인듯합니다. 지금은 역할 놀이에 빠진 나.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있는 둘째가 6살에 엄마 빨리 죽지마를 주기적으로 말하더니, 그 후로도 3년을 더 말했어요. 언 3학년이 돼서야 스스로 정리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엄마, 알았어, 엄마의 엄마도 할머니인데 아직 살아있잖아, 그러니까 엄마도 오래 산다는 거야. 내가 나중에 애를 낳고도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렇지?" "어 그래. 엄마 안 죽어."

그 후로 아이가 죽지 마란 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나이에 맞는 천진한 웃음만 지을 시기가 그렇게 지나가버렸어요. 저는 남편의 언행과 싸우느라, 삶을 뒤흔드는 모략질을 막느라 방패놀이만 하느라 세월이 그렇게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10개월이란 긴 침묵에 남편이 한 모략질, 딸 둘을 이리저리 공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음료 천 원짜리 손에 쥐어주면서 "너희 엄마는 잘못 가르치고 있는 거야. 영어도 지금 안 해도 돼. 너희들은 놀아야지 아직 어린데, 피아노도 안쳐도 돼 힘들잖아. 인생을 길게 보면 그 피아노가 필요가 없거든. 아빠 봐, 엄마 봐, 피아노 못 치잖아." 등등을 주기적으로 말하고 다닌 게 제가 정신적으로 혼돈스러웠듯이 큰딸아이가 그렇게 혼돈스러워 이후 교육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죠.


하. 요즘엔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서적도 많이 나옵니다.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로와 위안이 필요한지.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그 마음을 놓지 않기 위해 얼마나 되뇌어야 합니까.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교수님 육아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죽을 때까지 지."


죽을 때까지 필요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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