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점을 찍을 곳.

꿈해몽 좋아하세요?

by 달빛기차

매일 밤 찾아오는 꿈 속에, 모처럼 악몽을 꿨다.

대부분의 꿈은 잠에서 깨어나면 손 안의 모래처럼 흩어진다. 그러다 남는 조개와 함께 남는 진주 한 알이 있다. ‘유주얼 서스펙트’ 같이 반전이 소름 돋는, 그런 꿈을 기억한다.


반전을 만드는 주인공은 주로 괴물이다. 세상에 없거나, 있는 괴물들에게 뒤를 잡히는 꿈을 꾼다. 그중 한 번은 송충이를 닮은 녀석이 나왔다. 흐물흐물 거리는 거대한 몸집에, 사람만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녀석은 앞이 보이지 않았고, 냄새도 맡을 줄 몰랐다. 오로지 소리에만 의지해서 사냥을 즐겼다. 무지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다, 녀석의 입안으로 슬라이딩했다. 세상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녀석이 한 사람씩 입안으로 ‘쓱싹’하며, 다음 사냥감을 찾았다. 내 앞에서. 나는 녀석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숨을 참았다. 그때, 녀석이 내 얼굴 앞을 ‘쓰-으-윽’ 하고, 느린 동작으로 지나갔다. 기말고사 같은 의심의 시간이 지나고, 녀석이 아기 발걸음 보다 느리게 돌아섰다. 그리고 천천히 다른 사냥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살았다는 마음과 함께 긴장이 풀렸다. 참았던 숨을 미세하게 내보내며, 산들바람보다 작은 소리로 안심을 내뱉었다.


“휴-우. 다행이다.”

“휙- “고개를 돌린 녀석은 “그 말을 기다렸어!”란 말을 끝으로 공간을 접어 내 얼굴 앞에 나타났다. 이렇게 꼭 마지막에 잡히는 꿈을 많이 꿨었다. 그럴 때는 그리고 내적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난다. 꿈이란 사실에, 소리 지르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그 밤의 악몽은 다시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나는 좀비가 점령한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였다. 우리의 목표는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무슨 만용인지, 개 딸과 산책을 다녀오는 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비를 피해 돌아가려던 순간, 녀석은 나를 이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리드 줄이 나의 목줄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녀석의 힘에 이끌려 들어간 복도. 시폰 커튼이 바람결에 흐드러지며, 시야를 가렸다. “꽈당” 뒤로 넘어졌다. 섬뜩한 기분에 바로 일어나려 했지만,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은색 물체가 시야로 ‘휙’ 다가왔다. 의식도 하지 못하고 숨을 멈췄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차가운 은색 물체가 입으로 다가왔을 때, 날카로운 도끼임을 알아봤다. 도끼의 주인은 확인사살처럼 내 입을 지그시 누르기 시작했다.


숨을 참을 수 있는 한계에 다다랐을 때, 심장이 고동치며 말했다. 더는 안된다고. 그때 ‘꿈이다’라는 자각과 함께 눈이 떠졌다. 일어났을 때 나는 숨을 멈추고 있었다. 마치 현실처럼.


숨을 몰아쉬고,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무슨 꿈이야?’

지금처럼 꿈이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면 분석해 보는 습관이 있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이런 꿈들은 압박감,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 하-… 퇴사하고도 압박이라니’

결과를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 꿈해몽 쪽으로 돌아선다. 아이러니하게 살해당하거나, 당할 뻔한 꿈은 길몽이다. 그래 그렇다면 좋은 쪽의 해석을 믿기로 했다. 꿈은 무의식의 발호보다 예지가 더 매혹적이니까. 그리고 어릴 때부터 꿈이 잘 맞는 편이기도 했고. 그때는 영안이란 것이 열려 있었는지, 귀신도 간간히 봤었다. 신기는 없었지만, 꿈에서 있었던 일이 실제 일어나기도 했다.


누군가 찾아오는 꿈을 꾸면, 그 사람이 실제 찾아왔다. 안 좋은 꿈을 꾸고 불안한 날이면, 꼭 일이 생겼다. 그래서 인터넷이 일상이 된 뒤, 악몽을 꾸면 꿈해몽을 찾아봤다. 그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좋고 나쁜 것에 대해서는 잘 맞는 편이라고 믿으며 불안을 떨쳤다.


꿈해몽은 심리분석과 다르게, 악몽이 길몽이 되는 일이 많다.

치아가 빠지고, 가족이 죽고, 내가 살해당하는 꿈들이 그렇다. 그런데 치아가 일부만 빠지거나, 어떻게 죽는지에 따라서, 한 끗 차이로 같은 꿈이 흉몽이 된다. 모두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것이니, 맞는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내가 꾼 꿈이 길몽과 흉몽의 경계에 서있을 때다. 꿈이 흉몽으로 읽히면, 꿈의 해석을 살짝 틀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안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틀어버린 해석이 맞았다면, 그럼 정말 내 꿈이 잘 맞는 것일까?


그날 악몽의 해몽을 비틀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찾아오는 꿈은 예지일 수도 있지만, 혹은 그리움의 발호일지도 모른다. 때마침 그 사람이 찾아온 것은 아닐지.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좋은 일과 나쁜 일의 해몽은 정말 맞을까? 어쩌면 그냥 내 기분이 좋아서 다 좋은 일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예전에 ‘시크릿’이란 책이, 생각의 힘에 대해 다뤘다. 바라는 것을 상상하고, 생각하면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나의 꿈도 그런 것이 아닐까?


사실 꿈을 꾸고 살짝 좋은 일을 기대했다. 그리고 실제 기분 좋을 일이 있었다.

브런치 북에 쓴 글이 갑자기 조회수가 올라서 의아했는데, 내 글이 노출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중요한 것은 노출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마치 글의 가치를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좋을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되려 우울한 일이 될 수 있다.

‘아… 이렇게 조회수가 나오는데, 좋아요는… 없네. 결국 내 글은 별로 인가?’

생각도 한 끗 차다.


길몽과 흉몽, 좋은 일과 나쁜 일.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 맞을까?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닌 듯하다. 각자의 대답만 있지 않을까?

회사 다닐 때였다면 후자였을 것이다. 내 것이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그것을 얻기 위해 또 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 편한 것이 좋다.

전자도 후자도 모두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 그냥 일어난 일은 그대로 두고, 아주 잠시만 머물다 떠나기로 선택한다. 상황에 너무 매몰되지 않기를 바라며.

어떻게 바라볼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란 것만 기억해 본다.

중요한 것은 그것 아닐까?


p.s 날 사지로 이끌고 간 편편이는 그 후…

길거리에서 이상한 것을 주어 먹고 탈이 나지는 않았다.

“쪼-옴! 길거리 음식물 쓰레기 청소 좀 하지 마!”

풀 뜯어 먹고 무지개다리 건널 뻔했잖아!


ChatGPT Image 2025년 6월 6일 오후 01_28_39.png 스파이더 맨을 꿈꾸던 편편이 ⓒ ChatGPT


keyword
이전 15화악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