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라디오에서 김창완 선생님이 낭독하고 소개한 나의 글, 나의 책
김창완 선생님께서 제 책 <제대로 살기란 어렵다>를 낭독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그 분을 알지 못하나, 오래전부터 그 분을 존경하고 흠모해왔습니다. 오래전 그 마음을 데뷔 겸 은퇴(?) 공연을 했을 때 산울림의 <가지마오>를 커버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이루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그 이후에도 저는 김창완 선생님을 계속 존경해왔습니다.
선생님께서 낭독하신 건 5장 사랑의 어려움 속 한 부분이었죠. (221-222페이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도취와 그 비극>
사랑이 봄날처럼 시작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취될 정도의 행복을 느낀다. 상대의 매력에는 그만큼의 질량과 인력이 있어 우리는 금세 그 매력에 끌려 들어가곤 하는데, 시작된 사랑의 인력은 매력에 비례해 더 커진다. 이 인력을 이기란 쉽지 않다.
물론 사랑이 언제나 거대한 인력으로 시작되지는 않는다. 가볍게 ‘가능성 탐색’으로 시작되는 사랑도 있으며, 그렇게 쭉 이어지는 사랑이 있고 그러다 끝나버리는 사랑도 있다. 애착을 두지 않으니 딱히 아프지 않고 아주 기쁘지도 않다. 그가 가더라도 또 다른 이가 올 것이다. 이러한 사랑은 대체가 가능하기에 안전하고 합리적이 다. 수명이 다 된 전구는 갈아 끼우면 그만이니.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사랑을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에 도취되어버린다.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었다. 나는 도취에서 나를 잃었고, 관계에는 존중이 없었다. 도취만 있고, 존중이 없고,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이처럼 도취의 모습만 띤 유사 사랑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자신을 잃어갈 때 비극은 시작된다.
사랑의 본질은 ‘관계’다. 관계는 다른 자아의 세계가 서로 만나는 과정이며, 그 결과다. 그런 이유로 사랑은 서로를 마주 봐야만 한다. ‘나 혼자 열심히’는 최선이 아니다. 삶의 많은 것들은 혼자서 제대 로열심히하면잘할수있다.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이 남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몸이 좋아진다. 하지만 관계는 그렇지 않다. 사랑은 특히나 그럴 것이다. 사랑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사랑’ 이라는 개념을 아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무수히 많은 모습을 가지 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본질은 ‘상대’를 아는 것이고 상대와 함 께할 ‘나’를 아는 것이다. 서로를 마주하고 존중하며 맞춰가는 과정과 결과로 사랑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깊어간다는 건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어려운 일이다.
도취 상태는 서로 맞춰가는 과정을 시작하기 전 잠시 찾아오는 허니문 기간일 것이다. 어려움을 마주하기 전 찾아오는 달콤한 시간. 그러나 도취만으로는 사랑을 알 수 없다. 이것만큼은 확실히 해두자. 당신을 잃어간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도 사랑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겠지만, 부디 그런 사랑은 시작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사랑이어서는 안 된다. 나는 결단코 그것을 사랑으로 부르지 않겠다.
낭독 후 말씀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네, 오늘 사랑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희철의 '제대로 살기란 어렵다' 중에서 소개해드렸습니다. 뭐 구구절절히 옳은 말입니다. 사랑의 본질은 관계다. 틀림없는 말이죠. 그런데 사랑은 상대를 아는 것이고 상대와 함께하는 나를 아는 것이라고 했잖아요. 근데 중간에도 나오죠. 공부를 열심히하면 성적이 남고 운동 열심히 하면 몸이 좋아진다고 열심히 그 사람을 탐색하면 그 사람을 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그 사람과 함께할 나를 알아가는 게 쉽지 않죠."
그 날 나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당신께서 낭독해주신 5분이 까마득한 후배 창작자에게는 얼마나 큰 응원이 되던지요.
그래서 나는 다시 작은 내 방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다시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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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라디오 홈페이지에서는 책의 저작권 때문에 전문을 나누지 못하고, 나는 라디오의 저작권 때문에 선생님의 낭독 전부를 나누지 못하니 이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