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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Nov 11. 2020

예술인이여 이제 돈 이야기를 하자

이랑 작가의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를 읽고


작가 이랑은 예술에 관한 한 올라운더다. 이랑은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하고, 글도 쓴다. 글로는 에세이도 쓰고 소설도 쓴다. 또한 이랑은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물론 이랑은 이 모두를 ‘나를 재료로 삼아 이야기를 만드는 일’로 각각을 다르지 않게 생각한다. 다만 세상 사람들 기준에서는 꽤나 다른 여러 일을 해온 사람이니, 예술가 이랑이 모든 일을 잘해내기란 영 쉬운 일이 아니었겠다. 그렇지만 이랑은 잘해왔다. 열 일곱 이후 이랑은 온힘을 다해 시간의 밀도를 높여왔다.


이랑의 예술 필모그라피는 매우 다양하게 펼쳐져 있으니 전설이 된 퍼포먼스 하나만 짚고가자. 이랑은 2017년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상을 받았고, 그 상 트로피를 현장에서 경매로 50만원에 팔았다.


때는 바로 2017년 대중음악상 시상식이었다.

이랑에 대한 소개는 대략 이렇고, 그래서 책이 뭐 어떻다는 건데? 라고 물으신다면 이 책은 흔한 재테크 책처럼 ‘돈버는 법’에 대한 유용한 기술이나 고찰이 담겨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예술로 돈벌기가 정말 어렵구나’를 여실히 느낄만한 작가의 실존적 경험들이 가득하다.


단적으로 잡지 인터뷰나 촬영에는 페이가 없다. 그런데 시간은 무지 잡아먹는다. 그 시간동안은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랑은 인터뷰도 노동이기에 인터뷰 페이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랑의 인터뷰 페이는 20만원 선이며 학생들에게는 할인도 해준단다.)


잡지에 기고하는 글의 원고료는 15-20만원 정도이며, 이마저도 잡지가 나온 다음달 말에나 정산된다. 공연은 끝나고 빨라야 2주나 되어서야 돈이 들어오고, 함께 공연한 이들과 나누고 나면 큰 벌이가 되지는 않는다.


한 마디로 예술로 버는 돈은 액수도 많지 않은데, 지급 시기가 불확실하기까지하다. 그 밖에도 섭외나 스캐쥴링, 가장 중요한 ‘수금’을 혼자 다해야 하므로 예술은 정말 ROI(투자대비 수익률)이 심하게 안나온다.

어라 이거 프리랜서 이야기 아닌가? 맞다. 프리랜서 이야기이기도 하고, 직업으로 예술을 삼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로 살기를 의미한다. 심지어 페이도 높지 않다. 이런 이야기만 있다면 이 책은 ‘예술을 하지 말아야 하나? ‘라는 의문(또는 결의)를 남길 따름이겠지만, 다행히 그렇지만은 않다.


예술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한다. 이랑 작가에게 예술은 자기 이야기다. 그리고 작가에게 이야기 만들기를 배우는 학생들(성별과 나이는 매우 다양하다)도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말한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작가가 매번 만난 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었다. 머리 길이가 달랐고, 옷입는 방식도, 모두 노트도 다르고 많은 것들이 달랐다. 학생들은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사실은 모두가 꽤나 다른 사람이었음을, 각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꽤나 즐거운 일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예술을 하며 자신을 발견해나아간다. 그리고 작가에 따르면 그 일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게 한다.


책을 통해 내가 이해한 (이랑의) 예술이란 결국 스스로의 존재를 자각하는 과정과 결과이며, 예술의 쓸모란 대체못할 즐거움과 기쁨이다. 자연히 예술인 이랑은 누구보다도 존재를 민감하고 선명하게 느끼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중간에 삽입된 이랑 작가의 삽화도 흥미롭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러한 고민으로 가득차있다. 함께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소중한 친구의 암 투병과 친구의 치료비를 마련하기위한 뉴스레터 프로젝트, 예술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 사랑과 몸. 그리고 틈틈이 돈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우리 삶에서 돈은 빼놓을 수 없으니.


이랑 정도되는 예술인이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예술은 삶을 말하는 것인데, 그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돈을 말하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이 책은 삶과 존재, 그리고 그 방식들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돈 이야기’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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