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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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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Jun 15. 2019

21명의 사랑 이야기와 쓰는 삶.

쓰는 사람들과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함께 사랑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작가'

이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쓰여 있더군요.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이 정의대로라면 저는 아마도 지금도 앞으로도 작가는 아닐 겁니다. 단 한 번도 '문학작품', '사진', '그림', '조각' 같은 예술품을 만들 생각은 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예술품을 만드는 사람이 '작가'라면 작가는 나의 팔자에 없겠다 싶습니다. 


예술이 담긴 무엇을 만들, 작가가 될 생각은 도무지 하지 못했습니다. 쓰는 이가 작가를 참칭 할 수는 있겠으나 나는 글로든 무엇으로든 '예술품'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요. 


20대 내내 나는 대입 자소서, 논술 등을 가르쳤고, 대학 연구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일을 했죠. 내가 쓴 글들은 하나같이 목적이 너무나 뚜렷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쓴 목적은 '살기 위해서'였다. 겠습니다. 만들고 쓰는 것이 업이라지만, 이런 내가 어찌 예술을 하는, '작가'일 수 있겠습니까?


쓰는 기술로 먹고살던, 나는 어떤 단절을 만났습니다.

스물일곱에 입대를 했고, 훈련소에서는 한 소설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참 인간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만나 처음으로 '소설가'는, '작가'는 꼭 멀리 있는 존재는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와 나는 언젠가 함께 무언가를 해보기로 기약했고, 2년이 지났습니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나누는 모임 <윤문하다>

장편소설 <화곡>, <외로움살해자>를 출간한 소설가 윤재성과 윤문하다 구성원들


다시 사회로 던져진 그와 나는 더 많은 이들과 글쓰기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신하람 디자이너, 안솔티 작가와 함께 글쓰기의 즐거움을 나누는 모임 <윤문하다>가 시작되었죠.

우리는 함께 '윤문'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막 쓰고 있던 이들, 쓰기 시작한 이들은 지난 겨울부터 8개월 동안 글쓰기의 즐거움을 나누었습니다.

목적있는 글만 쓰던 나도 처음으로 나를 위해 썼지요.

그리고 기회가 닿아 에세이 단행본 <제대로 살기란 어렵다>를 쓰게 되었습니다.



쓰는 사람들과 쓰기 시작한 사람들은 부단히 썼습니다.

신하람 디자이너와 안솔티 작가가 편집장이 되어 그들의 일상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21인의 사랑에 관한 글 42편이 모여.

독립 잡지 <윤문하셨습니다>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쓰는 사람들과 쓰기 시작한 사람들의 일상 매거진,

<윤문하셨습니다>

이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남은 것은 50권 뿐이지만요.


‘윤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윤이 나도록 매만져 곱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보다 많은 것들을 윤문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의 관계, 감정, 말과 행동,

더 나아가 우리의 일상이 될 수도 있겠지요


시 쓰는 안솔티, 소설 쓰는 윤재성, 에세이 쓰는 문희철, 디자이너 신하람 이 4인은 어느날부터 삶을 윤문하는 방법으로 “쓰기”를 제안했고 쓰고 있던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윤문을 시작했습니다.


매거진 첫 호는 <내가 사랑한 것들>에서 우리는 사랑을 윤문했습니다. 다른 넓이와 다른 높이 다른 풍경과 다른 해상도 다른 주파수로 사랑을 어떻게 윤문해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우리는 당신도 쓰기 시작하길 바랍니다. 오늘도 윤문한 하루 되길!


- 기획 : 모임 <윤문하다> 운영진(문희철, 신하람, 안솔티, 윤재성) 

- 편집 및 디자인 : 편집장 신하람

- 목차 구성 및 인쇄  : 편집장 안솔티

- 22명 작가들의 사랑에 대한 글(시, 소설, 에세이) 총 42편과 주제에 맞는 사진이 실려있습니다

- B5 사이즈 고급 용지로 233페이지 풀컬러 인쇄했습니다.


* <윤문하셨습니다> 1쇄는 인쇄로 가업을 잇고 있는 시인 안솔티가 직접 인쇄합니다.*

안솔티 "인쇄소는 놀이터, 글쓰기는 탈출구…'잘' 살아야 한다"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721565

* 추가 인쇄 및 발송은 6월 10일부터 주문 순으로 시작됩니다.

* 판매가 1권당 1.7만원. (*택배비는 착불로 별도입니다.)

* 입금계좌 : 국민은행 546902-01-395436 (예금주 문희철)

* 문의 - 인스타그램(@yoonmoonhada)/ Yoonmoonhada@gmail.com


https://forms.gle/j2bCEwaQ21APCEwf8


마지막 50권이 남았습니다!


사랑의 여러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랑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작가 [명사]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나는 작가는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쓰는 것으로 삶을 채워가는 그런 삶은 그립니다.

쓰는 삶을 그립니다.



<윤문하셨습니다>에 실린 소설가 윤재성의 첫 에세이


소설가로 살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십 년도 훌쩍 넘었습니다.


열 살, 열다섯 살, 스무 살, 스물다섯 살, 스물아홉 살.


처음은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소설로 바꿔서 썼습니다. 이른바 ‘팬픽’이었던 셈인데, 아직도 주인공의 이름이 기억납니다. 처음에는 영식이었고 그 다음 글은 수철이었으며 또 다음은 아레인이었을 겁니다. 갑자기 국적이 바뀐 이유는 순수문학을 쓰던 꼬마가 본격적으로 장르문학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내용도 극적인 변화를 맞아서, 눈 내리는 서울을 배회하던 주인공들은 가상의 세계에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차원으로의 외도外道는 고등학교 3년을 꽉꽉 채우고도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덕분에 남들 다 가는 대학은 문턱만 밟았다가 나와야 했고, 심지어 그것이 맞는 길이라 여겼습니다.


그 후에도 저는 뒤 없는 외길을 걸었습니다. 계속 장편소설을 썼고 단편소설을 썼고 생계를 위해 탄원서를, 선언문과 팜플릿을, 반성문이니 어버이날 편지니 하는 것들을 써서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자책 세 권을 냈고 종이책 두 권을 출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억세게 운이 좋았다 싶습니다. 실력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둬서가 아니라, 그만두기 직전의 문턱마다 행운이 찾아온 탓입니다. 놓으려던 펜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그래서 더 잔인한 작은 행운들 말입니다. 예술이 고통이라 말하지만 진정으로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나의 집착입니다.


지난 몇 년간 제게 생긴 변화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소설을 쓰는 것이 싫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싫어졌는데도 쓰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기에 그 싫음은 점점 커졌습니다. 소설은 악과 깡만으로는 쓸 수 없습니다. 소설은 쓸 것이 있어야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쓰는 소설들은 날마다 조급해졌고 조급한 제 글이 미웠습니다.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는 과정을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그럼에도 글을, 소설을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는 악에 받친 목적의식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저와 제 소설에게 죄스럽습니다.


지금은 다시 소설을 사랑하게 됐느냐, 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애매합니다. 저는ㅊ제가 애초 소설을 사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사랑했던 것은 소설로 인생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 성공의 단꿈, 부, 명예 같은 단어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사랑하게’ 되었느냐라는 질문에는 답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더이상 미워하지만은 않습니다. 화곡이 출간되고 첫 스승을 만나며, 저는 비로소 글쓰기가 편안해졌습니다. 낭떠러지에서 한 발 비켜선 탓도 있겠고 나름의 성공을 거둔 탓도 있을 것입니다. 진작 학교를 갔으면 스승이 생겼을 거고 그럼 이렇게 돌아오지 않아도 되었을 테고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결국 모든 것이 순리였거니 싶습니다. 내가 찾은 땅에 내 발로 서기 위한. 어쩌면 작가는 글쓰기를 사랑하기 전에 자신부터 사랑할 줄 알아야 하는지도 모

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소설가로,살고 있습니다.





https://forms.gle/j2bCEwaQ21APCEwf8


사랑을

 '윤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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