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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Oct 14. 2022

(스포) 헤어질 결심

미결 마침내 영원히 남을 흔적

평소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은 폭력성과 자극 때문에 살짝 꺼려하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에 영화를 접할 때와는 취향이 많이 달라졌고 그래서 "헤어질 결심"은 개봉 전부터 기대하던 영화였다.

영화는 해준의 사랑, 서래의 사랑 이렇게 1부 2부로 나뉜다.

해준과 서래는 형사와 유력 용의자로 만났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마침내"라는 단어를 쓰며 서툰 한국어로 말하는 모습, 남편에게 학대당한 흔적, 아름다운 외모는 해준의 눈을 사로잡았고 잠복근무라며 지켜보는 눈길은 어느새 사랑하는 감정으로 변해버렸다.


영화는 크게 두 건의 살인 사건을 다룬다. 물론 그 안에 몇 건의 살인 사건이 더 있고 살인이 아닌 자살도 있지만 크게 볼 사건은 두 건이다.

그리고 이는 모두 서래의 남편들이 죽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두 건의 사건이 부산에서 이포로 그 장소를 옮기며 두 사람의 감정 및 여러 상황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건은 오로지 서래 자신을 위한 살인으로 해준은 서래에게 이용의 대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사건은 자신 때문에 붕괴되어 버린 해준을 위한 살인이었다. 그리고 첫 번째 살인 때는 명확히 서래의 살인이 맞는 반면 두 번째 살인은 서래가 남편을 직접 죽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바다에 핸드폰을 버리라는  말과 함께 해준의 사랑은 헤어질 결심이 되어버리고 서래의 사랑이 시작됐다. 그래서 2부에서 다시 형사와 유력 용의자로 만난 둘의 모습은 1부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수완과 연수의 서래를 향한 태도에도 차이가 보였다.

수완은 서래를 끊임없이 의심했고 연수는 서래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과 이포의 가장 큰 차이는 "안개"이다.

이포라는 도시는 안개가 늘 있는 곳이고 이 때문에 지긋지긋하게도 지워지지 않은 곰팡이와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하지만 떨어질 수 없는 곰팡이를 보며 마치 해준과 서래가 서로의 마음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을 표현한 것 같기도 했고 지독하게 얽혀버릴 결말을 말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서래와 해준의 사랑이야기이다 보니 정안과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해석을 종종 봤는데 난 그건 아니라 생각한다.

애초에 부부가 되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사랑보다는 정이 쌓여서 함께하는 것인지라 두 사람도 서래와 해준의 관계와 같은 감정이 있었을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원래 사람이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새로운 무언가가 더 특별하다고 느낄 뿐이다.


평소 불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것도 기적인데 그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륜은 이 모든 축복을 깨는 행위이고..

하지만 그럼에도 헤어질 결심은 모든 장면이 다 좋았고 결말까지도 마음에 들었다.

그들의 한계와 자극적이 불륜장면이 없었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 서서히 스며드는 그들의 감정이 영화상에 잘 표현되어서 그런 듯싶기도 하다.


서래는 가질 수 없는 해준에게 가장 지독하게 얽히기를 선택했고 이는 마치 이포에서 늘 함께할 수밖에 없는 곰팡이처럼 해결되지 않아 해준의 벽에 붙은 미결 사건이 되어 둘은 늘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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