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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Jul 25. 2019

#29 리스본 어느 골목길의 수제맥주 펍

우연히 찾은 리스본의 유명 수제맥주 펍과 익숙한 얼굴

해가 한번 지기 시작하니

한동안 계속될 것 같았던 낮의 여운은

빠른 속도로 어둠에 덮여 사라지고

어느덧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져

골목길을 밝히기 시작했다.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이대로 하루를 끝내기는 아쉬운 마음에

리스본의 밤거리를 걸어 다니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내일은 어디를 갈 것인지부터 시작해

여행이 끝난 후 나는 다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등


생각에 잠겨 카몽이스 광장을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부슬비가 내린다.


오늘은 충분히 돌아다녔으니

이제 그만 숙소로 돌아가라는 뜻일까.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자

결국 하는 수 없이 밤길 산책을 중단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시우 역으로 이어지는

좁은 내리막 계단길로 돌아선다.


그러자 골목길 한 중간에 파라솔이 펼쳐져 있고

그 아래 노상 테이블에서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맥주나 한잔하고 갈까’


테이블 앞 건물엔 ‘Duque Brewpub’이라 적힌

간판이 걸려 있고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주황색 빛과 시끌벅적한 소리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들>에서 나오는 금은보화로 가득한

동굴이라도 보는 듯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 묘함에 이끌려 입구에 들어서자

펍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리스본 어느 수제 맥주 펍 (오건호 2019)

‘그래, 적어도 이곳 맥주가 맛이 없진 않겠구나.’


자리가 없으면 서서라도 마시고 갈 생각으로

일단 카운터로 걸어가 맥주를 주문하고

안을 둘러보니 다행히 벽 쪽을 보고 앉는

테이블 한 곳에 자리가 보인다.


직원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맥주 한 잔을 내어 놓자 혹여나 눈여겨 둔 자리가 없어질까

맥주잔을 신속하게 받아 들고 몸을 움직인다.


맥주 한 모금을 넘기고 나니

비로 인해 숙소로 돌아가야 했던 아쉬움이

눈 녹듯 사라지며,

그제야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는지

주변을 살짝 둘러보게 된다.


나의 시선은 내가 앉은 테이블 끝에서 멈춰 선다.


그곳에서 어디서 본듯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 저기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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