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틴 베이커리 Tartine Bakery
인테리어(하드웨어)의 매력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
(소프트웨어),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대면 접점과 운영주체가 되는 휴먼 웨어 공간의 주변 맥락 그리고 공간을 방문하는 방문객들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고객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기획은 패턴이다] 가지와라 후미오 , 북스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타르틴 베이커리가 한남동에 오픈을 하고, 한참 동안 프리미엄급 베이커리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었다. 한남동 매장은 외부에 단독으로 있는 건물이어서 웨이팅이 길어지면 힘든 곳인데 겨울에 오픈을 해서 밖에서 기다릴 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두 번다 실패를 해서 결국 그 유명하다는 컨트리 브레드는 맛도 보지 못했었다.
기다리다 지쳐 포기하고 매장 내부라도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안쪽을 들여다봤는데 기존 건물의 박공지붕을 부각하고 시원하게 오픈된 카운터가 일반적인 베이커리와는 많이 달랐다.
그 후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홍대에 RYSE호텔이라는 아주그룹에서 운영하는 본격적인 부띠크 호텔이 오픈을 했는데, 일반적으로 호텔이라 하면 로비가 있을 공간인 1층에 타르틴 베이커리가 오픈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호텔의 1층을 커피존과 샌드위치 존으로 나누어서 각각 성격에 맞는 디자인을 했는데, 요즘 유행하는 계단식 좌석과 핑크색의 바닥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한 카페와 어두운 그레이톤의 안정감 있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공간을 즐기는 것도 빵을 먹는 것 못지않게 즐거운 일이었다.
지난해 샌프란 시스코의 타르틴 베이커리를 방문했을 때 뉴욕타임스에서 극찬한 베이커리이고 천연 발효종을 사용한 사워도우가 유명하다고 해서 빵을 샀는데 크기가 커서 당황하며 이틀 동안 먹었던 기억이 난다.
샌프란시스코의 타르틴 베이커리는 소박한 분위기였고 매장의 내부는 빵을 주문하는 카운터 쪽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카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사람이 꽉 차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였고, 외부의 테라스 좌석에도 사람이 가득해서 기다리다가 간신히 한자리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테라스 의자에 앉아 한입 베어 물었던 바나나 크림 타르트 맛은 먼지 한 점 없는 하늘과 더불어 잊을 수 없는 인생 타르트가 되었다.
그렇게 유명한 미국의 베이커리가 2호점을 미국이 아닌 멀리 한국의 한남동에 오픈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 일이다. 그만큼 한국의 외식 시장이 규모도 커지고 고객들의 수준도 높아져서 트렌디한 사업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방증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타르틴 베이커리는 공간의 선택과 설계에 집중해서 고객들에게 빵을 즐기는데 최선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먹는 행위 자체보다는 먹으면서 무얼 하게 할지 어떤 상황에서 이 장소를 선택하게 할지를 기획하고 고객의 마음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매장이나 앞서 오픈한 두 매장과 달리 이번 도산공원점은 건물의 특성을 잘 살려서 중정을 중심으로 매장을 설계를 했다. 매장의 한쪽면에는 성수동 부흥의 첫발을 떼게 만들었던 오르에르에서 셀렉트 한 소품과
킨포크에서 디렉팅 한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유독 도산공원점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객이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하게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서 만들어낸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다. 타르틴의 빵을 소비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해서 제안하고 있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는 일상적인 일에서 중정을 바라보며 자연을 느끼고 취향에 맞게
갖춰진 소품을 보기도 하고 구매를 할 수도 있는 좋은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이다. 매장을 둘러보면 주방을 과감하게 오픈하고 넓은 면적을 카운터와 빵을 디스플레이하는 공간으로 할애해서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좌석 배치를 보면 소파형 부스 의자와 커뮤널 테이블, 하이 테이블 등 다양한 형태의 좌석을 디자인해서 고객이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홀은 중앙의 중정을 중심으로 공간이 분리가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기능에 맞게 주방, 다이닝, 판매 공간 , 가벼운 다이닝으로 공간이 나누어지고 있다. 식사 주문하는 곳과 음료를 주문하는 카운터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조금 아쉬운 점인데 두 카운터를 통합한다면 훨씬 좋은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 두 번 주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는 구조로 바꿀 수 있다.
이제 외식업은 단순히 음식의 맛으로만 승부할 수 있는 때가 지나가고 있다. HMR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오프라인 매장은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와 실험을 해나가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도산공원점은 어찌 보면 디자인이 단순해서 요소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 공간을 풍성하게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도산공원 쪽에 몇 년 전부터 퀸 마마 마켓, 현대 쿠킹 라이브러리, 가장 최근에 오픈한 준지 매장, 중국 관광객들의 대표적인 방문 장소인 설화수 플래그쉽 스토어의 고객 체험형 복합 매장이 계속해서 들어서고 있다.
퀸 마마 마켓은 복합 문화 공간의 대표적인 곳으로 최상층에는 메뉴 팩트 커피가 있고 파크라는 초록의 숲을 배경을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이 위치하고 있다.
블랙톤의 펠트(felt) 커피가 자리하고 있는 JUUN J 매장도 의류숍이지만 감성이 비슷한 펠트(Felt) 커피를 입점시켜서 고객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설계했다.
IT기술의 발달로 이커머스(E-Commerce)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온라인으로 대체 가능한 품목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외식업도 마찬가지로 마켓 컬리 등의 온라인 매장이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의 매장이 위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객들은 직접 만지고 먹어 볼 수 있는 오감을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프라인의 매장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 방식의 오프라인 매장이 소멸되는 것이고,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보강한 매장들은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들이 오프라인만이 가진 장점을 활용하여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경험하게 할 수 있는 공간 체험형 매장이 그것이다. 고객이 다시 찾을 수 있는 매장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조건이 아닌 복잡한 수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