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하는 마인드풀 이팅
커피를 업으로 하는 남자와 함께한 지 10년.
남편을 만나기 훨씬 전 단골카페에서 몇 주간의 커피수업을 들을 정도로 나는 커피를 좋아했다. 연구실에 프렌치 프레스를 가져다 놓고 커피를 매일 내려마시기도 했고 여러 카페&로스터리의 원두를 고루 맛보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했다.
커피를 좋아하고 어쩌다 보니 남편이 바리스타이지만 커피를 마신 후 내가 가장 많이, 그리고 쉽게 내뱉었던 맛표현은 '맛있다/맛없다' 두 가지였다. 커피를 마신 후 '맛없다'라고 말할 때면 남편은 차근차근 '맛있다/맛없다'라는 표현의 한계와 복잡 미묘한 커피의 향미에 대해 설명하곤 했다.
카페 운영을 시작한 뒤 '맛있다/맛없다'라는 단순하면서도 양분화된 표현은 되도록 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점차 커피 맛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는데 맛을 보는 것을 배워본 적도, 맛 표현을 훈련해 본 적도 없으니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을 접하게 되었다.
오감을 활용한 정성껏 먹기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은 오감-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을 활용해 음식을 먹는 행위로, 마음챙김명상(Mindfulness)에서 출발한 명상법 중 하나다. 어떠한 계기로 몇 년 간 놓고 있었던 명상을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마인드풀 이팅 알게 되었다. 과거 명상이 나에게 큰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고전적 방법인 좌선으로는 지속적 명상이 쉽지 않았다. 마인드풀 이팅을 하면서 일상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명상법을 알게 되어 가벼운 명상은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시작한 새로운 일로 차를 활용한 마인드풀 이팅 수업을 진행하면서 각자가 느낀 감각과 기억, 심상이 공유되면서 나의 경험과 감각도 풍부해지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이런 측면에서 마인드풀 이팅은 '지금 이 순간과 과거의 감각과 기억을 채집하는 행위'로 평범한 매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토모스를 운영하며 커피를 맛보고 내가 느낀 감각을 활용해 원두를 소개하는 과정도 마인드풀 이팅과 다르지 않다. 커핑(Cupping : 원두 향미를 테스트하는 과정)이 마인드풀 이팅과 유사하기도 했고, 고객들이 마인드풀 이팅을 하며 커피를 마신다면 매일 마시는 커피에서 매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토모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마인드풀 이팅의 경험을 제공한다면 조금 다른 카페문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명상도 마인드풀 이팅도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데 우리가 워크숍을 진행한다면 참여할 사람이 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감사하게 신청자가 있어 작년 12월 아토모스에서 커피를 활용한 마인드풀 이팅 워크숍을 진행했다.
'맛있다/맛없다'를 뛰어넘는 감각 키우기
명상과 마인드풀 이팅, 커피를 즐기는 감각을 어떻게 안내할지 구상하고 워크시트도 준비했다. 워밍업으로 건포도를 활용해 마인드풀 이팅을 한 후 로스팅된 원두를 그대로 맛보기도 하고 그라인딩 된 원두의 향을 느끼고, 프렌치 프레스로 커피를 추출한 후 맛보는 등 우리도 처음 진행하는 마인드풀 이팅 워크숍을 진행했다.
평소의 음식 먹는 행위를 떠올려보고 마인드풀 이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상기시켜보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며 느낀 감각을 각자의 표현으로 공유하며 '아! 저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하며 감탄했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참여자 모두 '맛있다/맛없다'라는 표현이 아닌 각자가 느낀 감각과 심상을 활용하였으니 마인드풀 이팅 워크숍은 성공적이었을까. 커피를 조금 더 깊숙이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인드풀 이팅을 통해 커피 마시기를 시도해 보면 좋을 듯하다. 혹은 아토모스에서 진행될 워크숍에 참여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