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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Jan 09. 2024

잠시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프랑스 집시 재즈 Dusky80,  <Table talk>


프랑스 집시 재즈 음악이라.

    프랑스 음악, 집시 음악, 재즈 음악을 각각 따로는 들어봤어도 '프랑스 집시 재즈' 음악은 Dusky80 밴드의 공연이 처음이었다. 내가 자주 갔던 공연장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한 프로젝트 '재즈나이트'는 수년간 각지의 우리나라 혹은 외국의 재즈 음악가들을 초빙해 연주를 들려주었다. '재즈나이트'는 처음엔 지금처럼 공연장이 아니라 공연장에 딸린 카페에서 관객들은 피자와 맥주를 마시며 듣는 시리즈 공연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부터 이 재즈 시리즈 공연이 점잖고 기침소리만 허용되는 공연장에서 연주되어 아쉽기 그지없다. 내가 재즈를 사랑하게 된 것은 바로 이 공연을 통해서였다. 보사노바 'No More Blues'부터 많은 곡들을 거쳐 프랑스 집시 재즈 'Table talk'까지. 다양한 재즈 음악을 들으며 행복에 젖었고, 마침내 재즈 피아노 레슨을 받는 데까지 이르렀다.

    나는 재즈 공연을 볼 때는 연주자와의 호흡을 위해 최대한 앞쪽 자리에, 연주자와 나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 앉는다. 이 공연에서도 부지런히 티켓팅을 해서 앞자리에 앉아 연주자들과 약2미터 폭의 통로를 사이에 두고 음악을 들었다. 생생한 연주를 코앞에서 듣고 보는 것은 마치 영화관의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인데, 이 공연에서 연주자의 호흡과 열정을 가장 강하게 느꼈다.




    이 곡의 제목은 Table talk. 식탁에서 밥 먹으면서 하는 이야기다. 함께 식사하는 여러 사람들이 말 대신 악기로 각자의 이야기를 쉼 없이 하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혼자 선율을 연주하는 부분, 두 명의 연주자가 함께 주선율을 연주하는 부분, 다 같이 최대 음량으로 연주하는 부분 등, 우리네 식탁에서의 왁자지껄한 수다를 연상케 한다. 사람마다 취향과 성격이 다양해서 바이올린과 메인 기타, 아코디언이 구구절절이 이야기한다면, 서브 기타와 베이스는 그래, 어 맞아, 진짜? 음.. 등의 추임새를 넣으며 주의 깊게 듣는 사람이다.


<Table talk>, Dusky80(몽베스트 라이브) 


*몽베스트 라이브 영상에서 평범하지 않게 생긴 기타가 바로 집시재즈 기타이다.


앨범 음원이 더 깔끔하고 잘 들려요 (음악 듣기)




    프랑스 집시 재즈의 개성을 말하자면 쉴 틈 없이 유연하게 흐르는 선율을 떠올릴 수 있다. 내가 아는 지인 중 목소리가 높으며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마음씨가 따뜻해서 말이 많지만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기분이 좋은 사람이 있다. 프랑스 집시 재즈를 사람으로 치자면 바로 이런 사람이다. '어쩌고 저쩌고 미-레-도.'로 끝나는 선율을 이 장르에서는 '어러쩌러구요로로롱~ 저러쩌러구요호호롱~ 미레 도솔도 미도미 솔미솔도!' 이렇게 끝을 올리는 장식을 넣어 재빠르게 연주하는데, 이런 부분이 사랑스럽고 밝은 말괄량이 같은 선율로 다가온다. 집시들의 옷에 레이스와 각종 색깔과 무늬, 끝에 태슬이 주렁주렁 달려 자유분방한 모습을 생각해 보면 그들의 음악에도 그들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가벼운 리듬에 마음이 밝아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음악에 깔린 구슬픈 분위기가 마치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과 동시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늘 외부인 취급을 받는 그들의 처량함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프랑스 집시 재즈의 사랑스러움을 밝히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집시음악이 슬프고 어두우며 열정적이라는 인상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집시음악하면 프랑스보다는 헝가리, 불가리아, 러시아 쪽 집시의 열정적이며 슬픈 '차르다시'나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듣기)을 떠올린다. 위에서 언급한 나라들은 남,서유럽에 비해 땅이 척박하고, 날씨가 삭막하며, 물질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반면 남,서유럽에 속하는 프랑스는 따뜻한 날씨에, 곡창지대여서 각종 농산물과 와인이 생산되는 부유한 지역이다. 오죽하면 '바캉스(vacance)'라는 프랑스어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지 않는가. 이러한 자연적인 환경이 영향을 미쳐 프랑스어가 부드럽게 살살 녹으며, 프랑스 음악이 그토록 부드러운 솜사탕처럼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다. 가끔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이 음악을 들으며 잠시 상상에 잠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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