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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Jan 11. 2024

미워도 다시 한 번

굉음 속의 휴식,  헤비메탈

    마치 돌고래들이 서로 연락하는 소리를 사람이 소음으로 듣는 것처럼, 20대까지의 나는 헤비메탈 음악을 시끄럽고 정신없는 퍼포먼스 정도로 생각했다. 이름부터 거부감이 느껴졌다. 장르 이름이 헤비메탈이라니. 당시 병아리 클래식 작곡 전공생에게 찢어질듯한 일렉 기타 소리와 드럼 연주자의 고막의 안위가 걱정될 정도로 시끄러운 드럼 소리, 폭포 아래 피를 토하며 득도하는 소리꾼이 서양에서 태어난다면 바로 저 사람이다, 싶은 보컬까지. 뭐 하나 내 마음이 드는 면이 없는 음악이었다. 소리 공격이었다.

    일전에 쇤베르크에 대한 글(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면)에서 언급했던 대학생 시절의 미학 수업에서, 나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접하고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협한 음악관을 넓혀야겠다고 다짐했고, 음대 시절 나를 가르쳐주셨던 교수님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작곡실에서 레슨 중)

나: 교수님, 저 근데 정말 현대음악이 이해가 안 가요. 별로 듣고 싶지도 않고 음악으로 안 느껴져요.(*현대음악: 고정관념을 깬다는 것 참고)

교수님: 이게 얼마나 재밌는 건데, 달덩아, 마음을 열고 한번 들어보는 게 어때. (온화한 교수님, 감사합니다.)

나: 진짜 모르겠는데.. 정말 듣기 자체가 싫어요.

교수님: (미간 찡긋) 일단 공부해 보고 싫은 것도 들어보고 싫다고 해야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싫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달덩아.

나: 네... (그러고도 끝까지 안 듣는 고집쟁이 병아리)




    10여 년 후, 끝까지 모른척해왔던 메탈음악은 올해 내 수업을 듣는 한 학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학생은 일렉 기타를 전공하는 고3 입시생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음악실에 와서 '쮱-쮱-쮜링!!!! 왑부왑부 쮱쮱 캬라아아악~~~~!!!' 하며 나에게 메탈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입시생이라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기특했지만 솔직히 가끔씩 너무 시끄러워서 괴로웠다. 어느 날 수업을 하다가 위에서 언급한 포스트모더니즘과, 선입견을 내려놓고 많은 음악을 열린 마음으로 접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에게 내가 아직 깨지 못한 장르가 있는데, 바로 헤비메탈 음악이라고 했더니, 일렉 기타를 전공하는 그 학생이 유독 실망하는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메탈 음악만 들으면 그 학생의 아쉬워하는 얼굴이 떠올라 미련이 남다가, 드디어 오늘. 메탈 음악을 일단 알고 나서 싫어하든 말든 하자는 생각으로, 그리고 의도치 않게 1년간 내 청각을 단련해 준 일렉 기타를 전공하는 학생으로 인해 헤비메탈 음악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헤비메탈, 즉 메탈 음악은 록 음악의 시대적 장르 중 하나로, 록 음악은 흑인의 블루스 음악과 백인의 컨트리 음악이 만난 록앤롤을 시작으로 196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음악이다. 메탈 음악을 들어보면 먼저 강렬하고 직선적인 음색이 다가온다. 강렬한 이유는 대표적으로 '파워코드'와 '디스토션' 두 가지 연주 기법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먼저 파워코드는 말 그대로 힘이 강력한 음향을 내는 화음 연주법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강력한 음향을 내냐 하면, 예를 들어 C코드는 '도-미-솔'로 구성되어 이 3개의 음을 모두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꽉 차고 안정적인 느낌을 줘서 풀(full, 꽉 찬) 코드라고 불린다. 반면 파워코드로서의 C코드는 '도-솔' 혹은 '도-솔-도'로만 구성되어 중 간음인 '미'가 주는 부드러움, 그리고 장조(도-미-솔)인지 단조(도-미-솔)인지 구분하는 기준을 없애서, 속이 비어 거친 느낌을 준다. 생각을 많이 하고 도전하는 것보다 생각을 단순히 해서 도전할 때가 더 용기 있지 않은가. 또 힘을 세 개의 음이 아니라 두 개의 음에 분산하기 때문에 소리가 강력하게 들리는 것도 있다.

    '디스토션(distortion)'이란 악기의 음을 왜곡시키고 찌그러트리는 것을 말한다. 산업화가 되어 전기가 발명되고 라디오, 더 나아가 컴퓨터가 등장하자, 음악계에서는 전자음을 엿가락처럼 늘리고 다시 거꾸로 붙이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을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띵~'이라는 기타음에 디스토션을 걸면 금속성의 '취이이이잉~'이 되어 음색이 강렬하고 날카롭게 변하는 것이다. 일종의 원래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음성변조 같은 느낌이랄까.


'듣기 좋은 음악'이란 무엇일까. 음악은 듣기 좋아야 하는 것일까? 소음, 즉 시끄러운 음의 기준이 정해져 있는가? 메탈 음악을 들으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제까지 메탈음악에 대해 내가 자주 썼던 단어를 살펴보니 거침, 강렬, 파워코드, 왜곡, 찌그러트림 등이 보인다. 메탈 음악을 듣다 보면 당시 젊은이들이 답답해 소리 지르고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힘들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학교에서 답답하고 힘들어 뛰쳐나가고 싶을 때, 나는 혼자 음악실에서 빵빵하게 틀어놓고 멍하니 앉아있는다. 수업이 하기 싫고 학생들이 시끄러워 수업 진행이 안될 때면 학생들과 함께 헤비메탈을 한곡 씨게 듣고 후련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한다. 굉음 속의 휴식, 이 모순이 내 힘듦을 상쇄시킨다.

    아래는 최근에 내가 들었던 우리나라의 강렬한 음악들이다. 메탈 근처 음악의 문만 두드려보고 나온 것이라 애호가들의 발끝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비애호가로서 아래의 음악을 나름 즐기고 있다.



쏜애플, <2월>

새소년, <파도>

실리카겔, <9>

국카스텐,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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