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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빛 Jan 16. 2024

외로움은 아직 진행 중이다.

강허달림, <외로운 사람들>


외로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외로운 존재이다. 인간은 외로움에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본능적으로 울고, 학교라는 공간에서 친구를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연애를 하고 인생을 함께 꾸려나가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러다 이별을 고하기도 하고 다시 재회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매 순간마다 자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외로웠던 경험이 있기에 이별, 외로움을 노래한 음악을 들으면 쉽게 그 감정에 빠진다.

    강허달림, <외로운 사람들>은 내가 아는 노래 중 가장 외로움을 잘 담은 곡이다. 첫 시작부터 외로움이 사무치게 몰려온다. 심지어 공기도 착잡해지고 공간의 분위기가 어둑어둑해지는 느낌이다. 첫 부분에는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한다. 강허달림의 목소리가 담백하면서도 한편 질퍽거리는 진흙인 것처럼 내 마음을 축축하게 적신다. 피아노 반주와 드럼이 입혀지고 일렉 기타 솔로가 등장하면서 곡은 점점 내게 가까워진다. 노래를 들을수록 목소리는 내 마음속의 외침이 된다. 노래의 끝부분으로 갈수록 마치 외로움에 부르짖듯 목청껏 노래를 한다.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나 대신 세상에 외치는 듯하다. 외롭다고.

     이 곡의 음악적 특성이나 구성요소를 구구절절 분석해서 나열하는 것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다. 그냥 감상하고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싶을 뿐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강허달림, <외로운 사람들> (음악 듣기)




    가사를 읽으며 노래를 감상해 본다. 어떤 상황인지, 그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순히 이 가사만 보면 참으로 처량한 내용이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난감하고 창피한 내용이 될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해도 음악에 담아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음악의 힘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만나면 행복하여도
헤어지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이
못 견디게 가슴 저리네
비라도 내리는 쓸쓸한 밤에는
남몰래 울기도 하고
누구라도 행여 찾아오지 않을까
마음 설레어보네
거리를 거닐고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얘기들을 나누다가
집에 돌아와 혼자 있으면
밀려오는 외로운 파도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
어쩌다 어렵게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
혼자 있기 싫어서 우린 사랑을 하네.


    외롭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들에겐 다양한 외로움이 존재한다. 군중 속에서의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하며,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외로움은 더더욱 깊은 동굴 속에 들어가게 한다.

   내 외로움은 아직 진행 중이다. 어릴 적 생긴 그 외로움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어서 아직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아려온다. 어쩌다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놓고 외면했던 외로움이 떠올라 내 눈가에 차오른다. 마음속 깊은 서랍 뒤편에 박혀 있는지도 몰랐던 슬픔이었는데 요즘 따라 자꾸 생각이 나서 힘이 든다.

    

   일렉 기타의 진득하게 부르짖는 소리가 내 마음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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