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빛깔을 머금는 바다, 바람을 머금은 물결
나는 매일 바다를 보고 산다. 하루하루의 바다색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하늘이 맑아 파란색을 띠는 날은 바다 색도 파랗다. 비가 오려고 우울한 하늘 아래엔 회색빛 우울한 바다가 느릿하게 어기적댄다.
우리 집 앞의 바다는 바다라고 하기도 뭐 한 게, 거의 막혀있는 호수와 같아서 물결이 쳐봤자 고작 요트가 만들어낸 너울 정도다. 그래도 바다이기에, 나는 바닷가 산책로를 걸으며 사르르 흘러가는 바닷물을 구경하곤 한다.
무릎이 아파 살짝 걷던 어느 오후, 아무 생각 없이 산책을 하다가 바닷물결이 두 방향으로 겹치는 것을 보았다.
이 물결을 보면서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는 방향이 꼭 한 군데여야 할까 생각을 했다. 단 한 군데도 반복되지 않는 물결, 여러 방향이 겹쳐 흐르는 바닷물을 보며 내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흐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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