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월경 유형은?
당신의 월경 유형은?
(1) 혈허형 : 피가 모자란 흰뱀
(2) 양허형 : 기진맥진 해파리
(3) 어혈형 : 탁한 피 오소리 ◆
(4) 습담형 : 몸이 무거운 곰돌이
(5) 기울형 : 긴장보스 미어캣
생리 혈 색이 어둡고 검거나 뭉친 덩어리가 많이 섞여 나온다
생리를 시작하기 전이나 끝날 때에 찌꺼기가 섞인 갈색 분비물이 나온다
생리 때 출혈 양이 너무 많아서 샌 적이 있다
생리 양이 줄어서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양이 늘어날 때가 있다
생리 전에 얼굴이 잘 뒤집어지고 턱 주변에 트러블이 자주 올라온다
얼굴에 기미나 잡티가 많고 어딘가 모르게 얼룩덜룩해서 깨끗하지 않다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난소낭종 등 자궁 및 난소 질환을 진단받은 적이 있다
간혹 아랫배에 쿡쿡 찌르거나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다리가 저리거나 뭉치는 등 하체 순환이 유독 잘 안 된다고 느낀다
하지 정맥류의 가족력이 있거나 실제 정맥류 증상이 있다
몸에 언제 들었는지도 모르는 멍이 곧잘 들어있다
치출혈이나 치핵의 돌출, 치열 등 치질의 과거력이 있다
혀를 내밀어보면 색이 어둡고 검은 반점 같은 것이 보인다
위 문장에 가장 많은 체크 표시를 남긴 당신은 어혈형, 탁한 피 오소리 타입입니다.
어혈 瘀血 은 가장 한의학적인 병리 중 하나이면서도 한의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본 단어이기도 합니다. 교통 사고가 나거나 타박상을 입으면 멍든 곳에 '어혈이 뭉쳤다'는 말을 쓰곤 하지요. 실제로 멍이 드는 것이 어혈의 정체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원래는 혈액이었던 것이 어떤 이유로든 변성되어 혈액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혈관 내에 머물러 순환을 오히려 방해하는 것, 이것이 어혈의 정체입니다.
어혈 瘀血 : 변성된 혈액의 성분이 혈관 안에 남아 순환을 방해하는 병리적인 물질로 작용하는 상태
어혈은 출혈과 지혈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므로 월경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월경을 거듭하는 연령대의 여자라면 피할 길이 없습니다. 다만 어혈이 생겨도 순환이 활발해서 빠르게 처리해버리는 사람과 그게 잘 안돼서 몸에 차곡차곡 쌓이는 사람으로 나뉠 뿐입니다. 몸에 자꾸 어혈이 쌓이는 사람은 몸이 차거나 혈류량 자체가 좀 부족하거나 혈관의 긴장이 높아 순환이 잘 안되는 경우입니다. 앞서 말한 '혈허'의 상태는 어혈이 잘 쌓이는 전제조건 중 하나입니다. 혈허와 어혈이 만나면 서로를 증폭시킵니다.
내 몸에 어혈이 얼마나 많은가는 보통 월경 출혈에 덩어리가 어느 정도로 섞여 나오는가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어혈이 자꾸 순환의 흐름을 막기 때문에 모세혈관 내부 압력이 높아져서 이유 없이 멍이 들기도 하고, 더 큰 혈관에 작용해 정맥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혈액이 가야할 곳에 제대로 가지 못하게 막기 때문에 혈허가 아닌데도 배가 차갑거나 손발이 찬 냉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어혈형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칙칙함' 입니다. 어혈이 많으면 혈액이 탁해집니다. 안색도 단순히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얼룩덜룩 기미나 잡티가 잘 올라오고 림프절 주위에 트러블도 잘 생깁니다. 월경혈 색도 칙칙하게 어둡고 검습니다. 혀에 어두운 정맥 혈관이 비쳐 보이거나 검은 반점같은 것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자궁도 깨끗하지 않고 울룩불룩 혹이 많습니다.
또 하나 어혈이라는 병리의 특징은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입니다. 어혈은 계속 새로 생기기 때문에 완전히 깨끗하게 없애버리기가 어렵습니다. 또 혈관을 타고 우리 몸 어디에나 가기 때문에 뜻밖에 괴이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정신질환이나 난치성 피부 질환을 어혈을 제거하여 치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혈형의 월경전 증후군은 턱드름, 배란통, 변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PMS 증상이 얼굴, 특히 턱과 입 주위에 올라오는 피부 트러블입니다. PMS 기간이 아닌 평소에도 이미 코와 입 주변만 동그랗게 다른 얼굴에 비해 붉은 기를 띤 경우도 많습니다. 월경 전에 이 붉은기가 특히 심해지면서 이 부위를 중심으로 트러블이 생깁니다. 습담형도 피부 트러블이 많지만 어혈형은 좀 더 턱과 입주위에 국한된 양상을 띱니다. 더 심해지면 턱선을 따라 목아래로 화농성 여드름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면역이 떨어지는 단계까지 가기 전에 치료를 서둘러야 합니다.
배란통은 배란기에 좌우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인데 보통 환자분들은 '콕콕 쑤신다', '뾰족한 걸로 찌른다' 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배란기에 난소에는 아무런 증상도 느껴지지 않아야 하는데 간혹 난소 낭종, 자궁내막증 같은 기저 질환이 있으면 배란통이 나타나게 됩니다. 자궁과 난소의 기질적인 질환, 즉 자궁근종, 선근증, 자궁내막용종(폴립), 난소낭종이나 기형종, 내막종 등은 모두 어혈로 직결되기 때문에 그로 인해 나타나는 월경전증후군 양상이 많습니다. 부정출혈도 같은 맥락에서 어혈형에게 자주 관찰되는 양상입니다.
어혈형의 변비는 습담형처럼 잔변감이 남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사전적인 의미에 가까운 변비입니다. 변이 딱딱하거나 잘 나오지 않아 항문이 찢어지기도 합니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치열, 치질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며칠씩 가도 변을 못보는 경우도 있고 복부 팽만감이 심해집니다. 월경 전에는 변비가 아주 심해져 일주일씩 변을 못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상사람의 월경혈이 얼마나 다양한 색깔과 형상을 띠는 지 알면 아마 여러분은 깜짝 놀랄 겁니다. 어혈형의 월경혈은 이게 진짜 피인가 싶게 색이 어둡습니다. 암흑의 블랙홀처럼 짙고 검은색인 경우도 있고 검은 크레파스를 마구 칠한 것처럼 부스러지기도 합니다. 출혈안에 검은 덩어리가 뭉텅뭉텅 빠져나오는 경향이 뚜렷하고 가장 붉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검붉은 색에 가깝습니다. 대부분 월경혈은 진득하고 검붉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충격을 받곤 하지요.
어혈과 습담은 순환을 방해하는 병리적인 물질이라는 점에서 비롯되는 증상에 공통점이 많습니다. 다만 어혈형의 월경통은 습담형과는 달리 오래 전부터 당연하게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고 치료를 해도 호전의 속도가 더디게 나타납니다. 이들은 월경통이 숨쉬듯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죠.
월경통
어혈은 월경통의 가장 기본적인 원인입니다. 이 글에서도 월경과 관련된 증상을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어혈은 있습니다. 바탕에 깔린 어혈의 병리가 얼마나 뚜렷하고 선명한가의 차이일 뿐입니다. 모든 유형에게 월경통은 있지만 월경통은 그 자체로 어혈이 원인이 되는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치질과 하지정맥류
치질, 치열, 치출혈의 본질은 항문 정맥이 확장되고 벽이 얇아지고 꽈리가 생기거나 터지는 것이고 하지의 정맥이 늘어지고 돌출되는 것은 하지정맥류이지요. 동맥과 달리 정맥의 벽은 얇고 탄력이 없어서 쉽게 늘어나지요. 어혈형처럼 혈관 내의 흐름이 쉽게 막히고 정체되는 경우 국소적인 혈관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정맥류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 두 가지 질환은 누군가를 어혈형으로 진단하기에 가장 뚜렷한 지표가 됩니다.
무엇이든 좀처럼 낫지 않는 질환
어떤 증상이 어떤 치료에도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완고하게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면 그 기저에 어혈이 깔려있지 않은지 의심해봅니다. 월경통이나 월경전증후군같은 월경질환은 물론 두통, 어지럼증, 숨차거나 두근거림 같은 순환 장애도 흔합니다. 앞서 말한 완고한 피부 질환이나 정신 질환도 포함됩니다.
어혈은 실개천에 던져진 큰 돌멩이같은 존재입니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접근이 있을 수 있겠지요. 하나는 돌을 깨부수거나 물 밖으로 꺼내서 치워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을 엄청 흘려보내서 돌맹이 따위 날려버리는 것입니다. 여기에 비추어 보면 어혈형들을 위한 생활의 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둘 중 접근하기 더 쉬운 방식은 후자입니다. 혈액을 더 빠르게 흐르도록 하고 혈관을 잘 확장시켜 막힌 어혈을 뚫어 날려버리는 것인데 주로 심부체온을 지속적으로 잘 올려주는 것, 심폐활량을 활용해 혈류를 빠르게 흐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제일 쉬운 건 운동이지요. 이 때 필요한 운동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땀이 날 것, 그리고 헉헉거릴 정도로 숨이 찰 것. 땀이 난다는 건 심부체온이 올라갔다는 뜻이고 헉헉거린다는 건 심장과 폐가 열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궁근종이 있다면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당장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어혈은 방치하면 아무도 모르게 영문도 모를 일들을 저지르니까요.
일단 쌓여버린 돌을 깨부수는 건 관리만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물을 부어서 쌓인 돌멩이를 밀어내면서 새로운 돌멩이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지요. 월경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어혈이 생기지 않게 관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변비를 해소하는 겁니다. 잔변과 독소로 꽉 찬 장이 둘러싸고 있으면 자궁과 난소로 공급되는 순환이 나빠지게 마련이고 어혈은 더 쉽게, 더 많이 쌓이게 됩니다. 변비의 해소는 생각보다 중요해서 아주 심한 월경통이 변비를 치료하는 것만으로 나아지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