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월경통, 월경전 증후군
(1) 주기와 기간
(2) 출혈의 상태와 양
(3) 통증과 동반 증상 ◆
(4) 진단된 질환
통증은 월경과 관련해 치료를 결심하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다. 아프다는 것은 가장 직관적인 불편이다. 애초에 몸에 닥친 위험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경고의 역할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강력함이 있다. 그런데 어쩐지 월경통은 통증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어쩌다 한번 이벤트가 아니라 매달 주기적으로 생기는 지독하고 끈질긴 통증인데 어찌 된 일일까.
오래전부터 누구에게나 반복되어 왔다는 점이 오히려 월경통을 가볍게 여기도록 만든다. 우리는 불편함에도 의외로 잘 적응해서, 분명 문제가 있는데도 ‘쭉 그래 왔다’는 이유로 치료의 대상이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원래 그 정도 아팠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는 아프니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참는다. 치료해서 나아지고 나서야 그동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걸 견디며 살았는지 깨닫곤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진통제가 있지 않은가! 월경통에 오래 시달려 보면 진통제가 신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내게도 한 달에 며칠씩 일상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의 팔 할은 진통제였다. 매번 진통제 몇 알을 삼키는 것으로 이 통증이 어느 정도 견딜 만해진다는 것이야말로 매직이지만, 이것 역시 월경통이 갖고 있는 아이러니에 기여한다. 우리는 아파서 문제를 각성하지만 반대로 아프지 않으면 문제의 존재조차 바로 잊어버린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먹어야 하는 진통제의 양이 늘어난다. 진통제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가 온다. 생리가 시작되면 아팠는데 언젠가부터 배란기에도 배가 아프다. 통증이 지속되는 기간이 길어져서 예정일 며칠 전부터 통증이 시작된다. 원래는 배만 아팠는데 점점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저리고 무릎도 아프다. ‘원래 그랬다’는 데서 오는 안도 대신 ‘뭔가 달라졌다’는 불안이 지배하기 시작하면 몸이 보내는 경고를 인지하게 된다.
문제를 인지했다면 늦지는 않다. 다만 몸은 이미 오래 참았기 때문에 더 이상은 기다리게 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학정보에 따르면 월경통은 월경 시에 나타나는 주기적인 통증이다. 보통 생리 직전에 나타나 생리가 시작되고 나서 3일(7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골반 내 특별한 이상 징후 없이 주기적인 통증을 보이는 일차성(원발성) 월경통과 골반 내의 병리적 변화와 연관되어 나타나는 이차성(속발성) 월경통으로 나뉜다(월경통을 일으키는 기저 질환은 다음 글의 주제이기도 하다). 자료에 따라 성인 여성의 50%가 겪는다고도 하고 70% 이상이라는 곳도 있어서 아무튼 과반수의 여성이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월경통이 발생하는 기전은 기본적으로 출산할 때 일어나는 산통과 비슷하다. 자궁이라는 두꺼운 근육 주머니가 출산할 때는 아이를 내보내기 위해 수축하지만 월경기에는 수정되지 않은 난자와 떨어져 나온 자궁내막을 배출하기 위해 수축한다. 근육을 쥐어짜는 경련성의 통증이기 때문에 위경련이나 종아리 근육에 쥐가 나는 것과도 비슷하다. 간혹 통증의 영역이 자궁이 있는 하복부에 국한되지 않고 허리, 골반, 허벅지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월경통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몇 가지 지표가 있는데 대체로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검사 결과는 간단한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같은 어떤 지표로 보든 대체로 같은 결과가 나온다.
검사 1. 월경통 통증 정도 평가 (Grade 0~3) -[1] 통증 및 일상생활 [2] 업무 및 학업 [3] 전신증상 [4] 진통제 여부
Grade 0. [1] 월경통 별로 없고 일상생활에도 영향 없음. [2] 영향 없음. [3] 없음. [4] 필요 없음.
Grade 1. [1] 월경통이 있으나 일상 활동에 영향 드물게 있으며 진통제가 간혹 필요함. [2] 간혹 영향 있음. [3] 없음. [4] 가끔 필요함.
-> 경도 통증
Grade 2. [1] 일상 활동에 영향 있으며 진통제 역시 필요함, 진통제는 효과가 있어서 등교나 출근을 못하는 일은 드묾. [2] 중간 정도 영향 있음. [3] 약간 있음. [4] 필요.
-> 중등도 통증
Grade 3. [1] 활동을 확실히 제한하며 진통제가 잘 듣지 않고 자율신경계 증상(두통, 피로, 오심, 구토, 설사)이 동반됨. [2] 심하게 영향 있음. [3] 뚜렷하게 나타남. [4] 효과가 약하거나 없음.
-> 중증 통증
검사 2. 다차원 구두평가척도 (MVRS)
(1) 업무 수행의 제한 - [0]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1]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2] 다소 영향을 끼친다. [3] 확실히 업무를 제한한다.
(2) 정신 증상 공존 - [0] 없다. [1] 있다.
(3) 진통제 필요성 - [0] 전혀 필요 없다. [1] 거의 필요 없다. [2] 정기적으로 복용한다. [3] 복용하여도 효과가 없다.
총점 - [1~3] 경증. [4~5] 중등증. [6~7] 중증
월경통 환자를 많이 보다 보면 이런 질문이 가능해진다. 실제 환자들이 겪는 월경통은 정말 ‘통증’일까?
이 시기에 환자가 겪는 고통은 단순히 국소부위에 느끼는 통증으로 납작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인간이 느끼는 고통 순위 3위에 빛나는 ‘산통’의 슈퍼 라이트 버전으로서 월경통에 오심, 구역, 구토, 설사와 동반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두통과 어지럼증도 흔하다. 기력 저하가 심하고 잠이 쏟아지는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구체적인 환자의 예를 들어보자.
A 씨는 월경이 시작되기 직전에 속이 메슥거리는 조짐을 느끼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간다. 구토와 설사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식은땀이 흐르고 몸을 눕혀야 버틸 수 있는데 출혈이 시작되고 몇 시간이 지나면 조금 나아지지만 완전히 개선되는 데에는 며칠이 걸린다. 간혹 미리 진통제를 복용하면 강도가 조금 줄어드는 경우도 있지만 구역감과 설사를 일으키는 반응은 비슷하다.
B 씨는 평소 배변에 문제가 없는데 유난히 화장실을 못 가고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면 얼마 가지 않아 곧 월경을 시작한다. 월경이 시작되기 전 밑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불쾌하고 아랫배가 무지근하게 아픈데 일단 출혈이 시작되면 관장하듯이 설사가 쏟아져 장이 다 비워지는 느낌이다. 그 후에도 월경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전에 느꼈던 것보다는 한결 가볍다.
C 씨는 월경전부터 두통과 어지럼증을 자주 느끼는데 월경이 시작되면 출혈과 더불어 더 심하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 컨디션이 급속도로 떨어진다. 보통 월경전 증후군은 월경이 시작되면 씻은 듯이 없어진다고 들었는데 왜 월경 기간 동안 더 심해지는지 모르겠다.
D 씨는 생활하다 문득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피로감과 졸음이 밀려오면 월경 주기가 다가왔음을 직감한다. 어떤 때에는 회사에서 버티지 못하고 조퇴를 해야 할 정도로 피로감이 심하다. 월경이 시작되면 월경통은 진통제를 먹으면 사라지지만 오히려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하루를 꼬박 누워서 시체처럼 보내야 한다. 그래서 다음 월경은 제발 주말에 시작하기를 기도한다.
진통제는 월경기의 모든 복잡한 증상들 가운데 일부는 효과적으로 진정시켜주지만 어떤 증상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하복통이나 요통은 줄여주지만 피로감은 개선되지 않는다. 두통은 잡아주지만 어지럼증은 지속된다. 구역감은 줄지 몰라도 설사는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통증 자체가 심해지면 진통제로도 조절되지 않는 상태가 오고 심하면 실신하여 쓰러지기도 한다. 진통제를 먹어도 체력이 쉽게 바닥나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진다.
월경전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알려진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월경통도 ‘월경증후군’이라고 바꾸는 것이 타당할지 모르겠다. 단지 국소 부위의 통증에 국한되지 않는 전신적이고 정서적인 장애로서 월경기에 동반되는 통증과 동반 증상을 파악하면 월경기에 겪는 불편에 대한 이해도가 더 올라가고 치료의 방식도 훨씬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