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이런 말들을 많이 듣습니다.
-기대하면 실망도 하니까
모든 사람과 가까워질 필요가 없다.
모든 사람에게 애쓸 필요도 없다.
소중한 사람에게 써야 할 에너지도 부족하다.
음, 그렇지요.
그렇긴 한데.
나는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에너지도 쓰고 애쓰고 또 기대도 하고 그랬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에게 나는 소중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 사람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 알았으니 내게도 그 사람은 소중한 사람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바로 분류해버리면 되는 걸까요.
지금까지 헛수고였구나,
나는 바보 멍청이 병신이구나,
좋은 경험 했다,
쓰라린 마음 다잡은 채
“진짜 소중한 사람에게만 에너지를 써야지.”
결심하면 되는 걸까요.
저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알겠는데,
그렇다면,
그 사람도 나를 소중하다고 여기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 사회화가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잖아요.
-당신은 내게 소중한 사람이 아니니까
나는 당신을 위해 애쓸 마음 없고요,
딱 필요한 만큼만 우리 교류합시다.
내가 이런 친절을 베푸는 것은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한 거니까, 오해하지 말고
혹여나 내게,
마치 소중한 사람들에게나 할 법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진짜로 소중한 관계”에만
내 에너지를 쓸 거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 있나요?
이렇게 말해주면 더 좋은 걸까요?
소중하니, 소중하지 않니,
이런 거 다 떠나서,
그냥,
누구에게나 자기 진심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어느 노랫말처럼 “읽기 쉬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
진심으로 신경 쓰고, 걱정하고, 기원하며, 자기 마음을 다 보여주고 보태주는 사람들,
가볍든 깊든 일단 시작된 관계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런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이렇듯 지극히 실용적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에너지도 쓰고,
시간도 쓰고,
다 해도 좋으니,
기대는 하지 않는 법을 터득하면 되는 걸까요.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요.
누군가가 ‘관계지수’를 개발해서
두 사람의 친밀도, 서로 소중한 정도, 상황별로
점수를 차등해서 매기고
그에 따라 행동과 감정 교류 매뉴얼을
매우 자세하게 작성해놓고
다들 이에 따르도록 하면 어떨까요?
매뉴얼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눈치 없는 ‘오지라퍼’나
잠재적 스토커,
대인관계시 심신미약/취약
사회성 부족
등등으로
진단이 내려지고,
나름의 해결책이 처방전으로 나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좀 더 효율적인 인간관계가 가능해지려나요.
궁극적으로는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해피할 수 있을까요.
긴축재정 들어가듯
내 마음도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내 마음을 온전히 몽땅 다 써야 할 때
방법을 잊어버리는 건 아닐는지.
.
마음을 쓰고, 쓰고 또 써서
상처받고 실망하고 죽을 것같이 힘들었다가도
흘린 눈물들로 다시 가득 차오르는 우물,
내 마음은 우물 같은 것.
나는 그냥 그렇게 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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