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두려움이 많아졌다.
걱정스러운 것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다.
오랜 시간 걱정은 내 인생의 동행자였기 때문에 낯익고 친숙하기까지 한데
요즘 느끼는 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낯설고 불쾌하고 말 그대로 마주보기 두렵다.
밤의 적막 속에서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곤히 잠든 아이들을 품에 안아보기도 하고
오늘따라 퇴근이 늦은 남편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남편이 오면 말해야지, 여보 마음이 불안해요.
남편은 말하겠지, 여보 그 뉴스는 이제 그만 봐요.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헤아리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헤아려버리는 순간 바닥을 모르는 저 아래와 맞닥뜨리게 될까봐.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칠수록 나의 글이 못났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래서 앞으로 영영 글을 못 쓰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두려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내 글이 마음에 드는 날이 올까.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는 늘 내 글이 마음에 든다.
내 글에 내가 감동하기도 한다.
다른 이들에게 내보이고 싶은 글을 쓰려니 괴로워지는 것이다.
글 쓰는 이들에게 내보이고 의견을 듣기 시작하니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스스로 찾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내 부족한 부분들이 까발려지면서
‘근자감’이 모래성처럼 사라지고 그제야 겁이 나고 두려워지는 것이다.
나는 과연 쓸 수 있을까.
내 이야기는 생명을 얻을 수 있을까.
여기까지 쓰고 나서,
극심한 피로함을 느꼈고
나는 요의를 참아가며 아침 8시까지 잠을 잤다.
*
햇볕과 창밖으로 아이들의 노는 소리는 마음을 안정시킨다.
두려움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잠시 제쳐두고 오늘의 일상에 전념하기로 한다.
지금까지 살아보니
‘어느 순간’이라는 게 반드시 찾아온다는 말이
진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올 것임을 믿고 있다.
그 순간이 오면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너무 감격해하지도 말고
아주 조금만 으쓱한 기분을 느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