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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May 05. 2022

갑자기 두려움이 많아졌다

갑자기 두려움이 많아졌다.

걱정스러운 것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다.

오랜 시간 걱정은 내 인생의 동행자였기 때문에 낯익고 친숙하기까지 한데

요즘 느끼는 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낯설고 불쾌하고 말 그대로 마주보기 두렵다.

밤의 적막 속에서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곤히 잠든 아이들을 품에 안아보기도 하고

오늘따라 퇴근이 늦은 남편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남편이 오면 말해야지, 여보 마음이 불안해요.

남편은 말하겠지, 여보 그 뉴스는 이제 그만 봐요.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헤아리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헤아려버리는 순간 바닥을 모르는 저 아래와 맞닥뜨리게 될까봐.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칠수록 나의 글이 못났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래서 앞으로 영영 글을 못 쓰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두려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내 글이 마음에 드는 날이 올까.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는 늘 내 글이 마음에 든다.

내 글에 내가 감동하기도 한다.

다른 이들에게 내보이고 싶은 글을 쓰려니 괴로워지는 것이다.

글 쓰는 이들에게 내보이고 의견을 듣기 시작하니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스스로 찾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내 부족한 부분들이 까발려지면서

‘근자감’이 모래성처럼 사라지고 그제야 겁이 나고 두려워지는 것이다.

나는 과연 쓸 수 있을까.

내 이야기는 생명을 얻을 수 있을까.

여기까지 쓰고 나서,

극심한 피로함을 느꼈고

나는 요의를 참아가며 아침 8시까지 잠을 잤다.


*


햇볕과 창밖으로 아이들의 노는 소리는 마음을 안정시킨다.

두려움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잠시 제쳐두고 오늘의 일상에 전념하기로 한다.


지금까지 살아보니

‘어느 순간’이라는 게 반드시 찾아온다는 말이

진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올 것임을 믿고 있다.

그 순간이 오면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너무 감격해하지도 말고

아주 조금만 으쓱한 기분을 느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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