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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Dec 09. 2022

보름달 옆 붉은 별

검은 도화지에 금종이를 오려 붙인 듯한 보름달이었습니다.

그 옆에는 붉은 별이 밝게 빛났습니다.

바로 화성이었지요.

보름달 옆에 화성이 뜨는 것은

태양과 지구, 달, 화성이 나란히 서 있기 때문인데

지난 300년간 단 다섯 번밖에 없었고,

앞으로 다가올 100년 동안에도

두 차례 정도만 찾아올 천문현상이라고 합니다.


작은아이가 수업을 듣고 있는 천문대에서 감사하게도 

학도서 몇 권을 기증하면

별들을 관측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운 좋게도 망원경으로 가장 빛나는 화성을 볼 수 있었지요. 그와 함께 보름달, 겨울에 밝게 빛나는 별 카펠라, 목성과 네 개의 위성, 그리고 샤를 메시에가 45번째로 발견한

M45 성단 등을 망원경으로 관측했습니다.


보름달이라 밤하늘이 밝았음에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덕분에 겨울철 별자리가 꽤 잘 보였습니다.

쌍둥이자리와 북극성, 카시오페아, 마차부자리, 오리온자리...

레이저빔으로 하나하나 별자리를 짚어주셨습니다.

나는 망원경으로 보는 별보다 맨눈으로 보는 별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오리온자리는 어찌나 선명하던지

핸드폰 사진에도 담길 정도였어요.


몇 가지 재밌는 사실도 알려주셨습니다.

달 옆에 항상 별이 하나 뜨는데

그것은 늘 다른 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4만 년 전에는

오늘날의 북극성이 아닌 다른 별이 북극성이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별들도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고요.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왜 이렇게 좋을까요.

이런 걸 알게 된다 해서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도,

어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예요.

누군가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을 들려줄 때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 순간에 그 사람과 나 사이에 형성되는 어떤 유대감이,

그런 진지함이 나는 참 좋습니다.


아이들은 지난여름 휴가지에서 별을 보았던 일을 추억했습니다.

고도가 무척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여름이었음에도 무척 추웠던 것,

자동차 본넷 위에 얇은 담요를 깔고 그 위에 누워

밤하늘에 흐드러진 별들을 말없이 마냥 바라보았던 것,

은하수와 여름의 별자리들, 이따금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각자 소원을 빌었던 것.

아이들에게 그날이 소중한 풍경으로 기억되고 있어

나는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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