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9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주드
Nov 22. 2022
등불
참 얄궂게도 말이야,
너희들이 곤히 잠든 밤이 되어서야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제야 기억이 나는 거 있지
이불을
차 버리는지는 않는지
무서운 꿈을 꾸고 있지는 않은지
팔과 다리를 편안하게 뻗고 있는지
살피고 또 살피는데
낮에도 좀 이렇게,
잔소리 그만하고 빨리빨리 서두르는 거 잠시 멈추고
너희의 눈빛과 목소리와 손길을
살피고 또 살폈다면 얼마나 좋았어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밤이 되면
그제야 엄마는 보드랍고 따뜻한 너희들에게
가슴속에
울음 가득 괴어놓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
오늘
'
은
우리 모두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날
너희의 오늘이 정말 멋진 것이면 좋겠어
딱 내 마음에 들게 살아보고 싶지만
오늘은 늘 우리의 마음에서 벗어나 있지
두툼하게 입었는데도 마음속까지 꽁꽁 얼어붙는 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날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생겨서 엄마에게 미안해지는 날
그런 날들이 처음으로 찾아오면
괜찮다면 엄마가 함께해줄게
잔뜩 곱은 손 엄마 겨드랑이에 넣고 녹여줄게
콧물까지 흘리며 같이 하늘 바라봐줄게
말해주지 않아도 묻지 않을게
등불을
켜 둘게
눈길 닿는 곳에 그리움이 가리키는 곳에
어디에서나 빛이 보이도록
멀리까지 오래오래 비출게
.
keyword
등불
사랑
그리움
주드
소속
직업
출간작가
결핍의 조각들
저자
일상 속 스산함이 견디기 힘들어질 때 글을 쓰고, 그게 위로가 된다면 참 좋겠지요.
구독자
4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피아니스트
보름달 옆 붉은 별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