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집은 도로에서 왼쪽 편에 있는 집들 중 하나. 그리고 도로 오른편으로는 잔잔한 물이 흐르는 강을 끼고 그 주변으로 저택과 개인 요트들이 늘어서 있다.
할아버지 집은 할아버지가 쓰시는 방 하나와 내가 쓰는 침대가 놓인 거실이 있는 조그마한 다세대 주택, 그리고 바로 반대편 강 너머로는 한눈에 보기에도 호화스러운 개인 주택.
강 하나만 건너면 되는데 이렇게 큰 부의 격차가 있을 수 있는 게 어릴 때부터 쭉 한 동네에서 자라다싶이한 나에게는 새삼 놀라운 풍경이었다.
어떤 누군가는 저 강 건너편을 바라보며 부러움을 느끼겠지. 그렇지만 철이 들기 시작한 때부터 절대 들지 않았던 감정 중 하나는 질투와 부러움.
행복은 한 가지로 정의 내리기가 어렵지만 분명한 건 이런 감정들이 행복감을 불필요하게 깎아내리는 요소라고 느낀다.
중학생일 무렵 그 당시 ‘엄친딸’, ‘엄친아’라는 말이 유행했다. 엄마가 우스갯소리로 엄친딸 얘기를 꺼냈을 때 진지한 표정으로 엄마에게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나를 엄마 딸 있는 그대로 인정해달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명문대에 진학한 친구들, 임용고사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친구들,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 등등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함께 기뻐하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만 들었을 뿐 시기심이나 질투하는 마음이 든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 덕분에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더 확실한 것은 아닐까.
나는 그저 맑고 푸르른 하늘이, 눈부신 햇살이, 반짝이는 물결이, 알맞게 기분 좋은 날씨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분간이라도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고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 호주 땅에 발을 붙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장 너무 행복한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