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on Road

그때 그 생각 - 11

by 김민지

7살이었을 때, 멀리 사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뵈러 갔다가 할머니랑 헤어지기 싫어서 아빠 차에 타기 전 펑펑 운 적이 있다. 어르고 달래 봐도 내가 하도 할머니를 붙잡고 안 떨어지려 하니 할머니도 같이 가시는 척 같이 차에 타셨다가 재빨리 내리셨고 야속하게도 차는 곧바로 출발하고 말았다. 할머니가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가 사주셨던 초콜릿을 먹지도 않고 손에 쥐고 있다가 울다 지쳐 잠이 들이 들었던 그때 기억이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 정도로 어릴 때부터 특히 외할머니를 너무 좋아했다. 우리 똥강아지라며 토닥여주시는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도 좋고 할머니의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가 담긴 말씀들을 내게 해주시는 것도 좋고 할머니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것도 너무 좋아한다.
단지 우리 할머니라서가 아니라 할머니로부터 내가 본받고 싶은 점이 참 많다. 할머니가 지금까지 걸어오신 인생길에 대한 얘기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쭉 듣다 보면 그간의 어려운 가시밭을 어떻게 헤쳐오셨는지 그 강인함에 놀라고, 고비고비를 잘 넘겨오신 그 지혜로움에 또 놀란다. 내가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언제나 내게 귀 기울여주시며 그때그때마다 내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진심 어린 조언들을 해주시는 할머니의 존재만으로도 나에겐 큰 힘과 의지가 되는 것만 같다.


먼 미래에 후회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나서 조금 여유가 생기면 꼭 할머니 댁에서 잠시라도 지내야지 싶었다. 이번에 2주 가까이 할머니 댁에서 지내는 동안 그동안은 할머니께 전화나 말로만 전해 들었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일상생활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함께할 수 있던 것이 가장 기뻤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의 소소한 나날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되려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소하게 함께했던 시간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그리울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인 모든 순간들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했다.


이번에 함께한 시간들도 7살이었던 그때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 그때와 다르게 이번엔 슬픈 기억이 아닌 행복한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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